[글로벌 리더] 오픈AI 퇴출 5일 만에 돌아온 ‘챗GPT 아버지’ 샘 올트먼 | 돈과 공익 사이…AI 개발 노선 갈등이 부른 실리콘밸리 쿠데타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내 추도사를 읽는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전 세계에 생성 AI(Generative AI) 열풍을 일으킨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1월 17일(이하 현지시각) 이사회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뒤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밝힌 심경이다. 그만큼 이번 해고는 예고 없이 매우 빠르게 이뤄졌다. 2022년 11월 그가 개발을 이끈 채팅형 AI(인공지능) ‘챗GPT’가 출시된 지 단 1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오픈AI 이사회는 성명에서 “올트먼이 회사를 계속 이끌 능력이 있는지 확신을 갖지 못했다”는 모호한 이유만 내놨다.
해고된 지 5일 만인 11월 21일 결국 올트먼이 CEO로 복귀하긴 했으나 이번 CEO 퇴출 사태를 두고 테크 업계에선 ‘쿠데타’라는 반응이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론 콘웨이는 X에 “오픈AI에서 일어난 일은 과거 애플 이사회가 스티브 잡스를 축출했던 1985년 이후 본 적 없는 이사회 쿠데타”라고 평가했다. AI 업계 거물이자 오픈AI의 기업 가치를 110조원까지 올려놓았던 올트먼은 어쩌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닷새 동안 퇴출당하는 일을 겪은 걸까.

“오픈AI 쿠데타는 AI 개발 노선 갈등 탓”
올트먼이 해임됐던 배경에 AI 개발을 둘러싼 노선 갈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를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비둘기파’와 AI 수익화와 개발에 속도를 내온 ‘매파’ 올트먼이 충돌하면서 벌어진 일이란 것이다.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우선 올트먼과 전 이사회 의장인 그레그 브로크먼,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가 오픈AI를 설립한 2015년 블로그에 올린 회사 소개 글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오픈AI는 비영리 AI 연구 회사다. 우리 목표는 재정적 수익 창출의 필요성에 구애받지 않고 인류 전체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디지털 인텔리전스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즉, 오픈AI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다. 비영리 단체다. 인류를 위한 AI를 구축하겠다는 게 오픈AI의 창립 이념인 셈이다.
초창기 오픈AI는 필요한 자금을 기부 형태로 조달받았다. 당시 1조원을 모았는데,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2019년 회사 지배구조를 바꿨다. 자회사로 영리법인인 ‘오픈AI 글로벌’을 설립해 외부에서 투자를 받았다. MS가 2019년부터 총 130억달러(약 17조원)를 투자해 지분 49%를 확보한 것도 이 영리법인이다.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의 한계선을 정해두고 각종 사안에 대한 의결권도 이사회만 갖도록 했는데, 오픈AI가 얼마나 AI 수익화를 경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올트먼이 보기에 AI는 사업적으로 굉장한 기회였다. 올해 11월 초 열린 개발자 회의에서 그는 ‘GPT스토어’라는 앱 장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픈AI를 차세대 애플과 구글로 키우겠다는 야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트먼은 엔비디아와 경쟁할 AI용 반도체 칩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 중동에서 수백억달러 조달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에게도 투자를 요청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공동 창업자인 수츠케버는 이런 올트먼의 행보가 불만이었다. 그는 AI를 신중히 개발해야 한다는 비둘기파에 속한다. 그의 스승이 바로 AI 개발 속도를 지적하며 구글을 떠난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다. 여기에 올해 7월 그가 AI 위험성을 통제하기 위한 사내 팀을 만들었는데, 올트먼이 이런 그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겨 그의 권한을 축소했다. 이때 일로 불만이 쌓인 데다 AI에 대한 견해까지 충돌하자 수츠케버는 이사회 내 다른 멤버인 로봇 공학자 타샤 맥컬리, 조지타운 전략담당 이사 헬렌 토너와 올트먼을 축출했다. 명분은 확실했다. 올트먼이 ‘인류를 위한 AI 개발’이라는 책임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올트먼에게 동조한 브로크먼도 이사회에서 쫓아냈고, 그는 결국 사임했다.
특히 수츠케버와 함께 올트먼을 내보낸 맥컬리와 토너 두 사람은 실리콘밸리의 ‘효율적 이타주의자’라는 단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AI 발전이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개발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이번 사태를 두고 ‘AI 두머(doomer·파멸론자)’와 ‘AI 부머(boomer·개발론자)’ 간 분열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쿠데타 실패…AI 상업화 속도 낼 듯
결과적으로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다. 올트먼 퇴출 이후 오픈AI가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애초 해임 직후 최대 주주였던 MS는 올트먼의 복귀를 추진했다. 11월 18~19일 양일간 이사회와 복귀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무산됐다. 올트먼이 복귀 조건으로 이사진 교체를 요구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11월 20일 올트먼을 MS가 데려와 그에게 첨단 AI 연구팀을 맡길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오픈AI의 또 다른 공동 창업자이자 이번 사태로 사임한 브로크먼 역시 MS가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MS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05%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오픈AI는 공중분해 위기에 직면했다.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올트먼 해고 소식에 오픈AI 고객사들이 경쟁사인 구글, 아마존에 연락하거나 MS로 서비스 이전을 문의해 왔다고 한다.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투자자도 있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직원의 95%가 넘는 750여 명이 올트먼 복귀와 이사회 사임을 요구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위협했다. 올트먼 축출을 주도했던 수츠케버도 11월 20일 자신의 X에 “나는 이사회의 (올트먼 추방) 행동에 참여한 것을 후회한다”면서 “회사를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트먼은 이 게시물에 빨간 하트 세 개를 보내 사실상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결국 오픈AI 경영진은 올트먼과 접촉해 복귀를 요청했고, 11월 21일 올트먼은 다시 CEO로 돌아오기로 했다. 이번엔 그가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던 ‘새로운 이사회 구성’이 받아들여졌다. 우선 기존 이사회 멤버였던 애덤 단젤로 쿼라 CEO를 제외한 수츠케버와 맥컬리, 토너 등은 모두 해임됐다. 대신 브렛 테일러 전 세일즈포스 공동 CEO, 미국 재무부 장관 출신인 래리 서머스가 새로 합류했다. IT 매체인 더 버지에 따르면, 오픈AI는 이사회 규모를 기존 6명에서 9명으로 확대하며, 최대 투자자인 MS도 의석을 차지할 예정이다. 실제로 올트먼은 자신의 복귀 사실을 X에 알리며 “새 이사회와 오픈AI로 돌아가 MS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트먼 지지자들로 이사회가 채워지면서 향후 AI 상용화에 오픈AI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MS 역시 오픈AI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미래 AI 판도에서 구글 등 경쟁사보다 우위에 서게 됐다. 나델라 MS CEO는 X에 “오픈AI와 MS가 협력 관계를 강화해 차세대 AI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Plus Point
스티브 잡스부터 잭 도시까지
창업자도 과감히 자르는 실리콘밸리

미국 IT 업계에선 창업자가 회사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다. 독선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그는 매킨토시 판매 가격을 두고 이사회와 충돌하고 임직원과 반복해서 갈등을 빚다가 1985년 이사회에 의해 해고됐다. 잡스가 떠난 뒤 애플은 경영난에 빠졌고, 2000년 그가 다시 복귀한 뒤에야 회생할 수 있었다. 지금은 X로 사명이 바뀐 트위터 1대 CEO 잭 도시도 2008년 회사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 이유는 ‘근태 불량’이었다. 여가 생활을 보내기 위해 조기 퇴근했다는 것이다. 이후 2015년이 돼서야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CEO 겸 창업자는 성차별적 조직 문화를 조장했다는 등의 이유로 2017년 해고됐다. 다른 창업주들처럼 회사로 복귀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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