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번스타인에겐 경계가 없었다, 음악에도 사생활에도[리뷰]
번스타인과 부인 펠리치아의 복잡한 ‘결혼이야기’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은 음악엔 경계가 없음을 몸소 증명한 음악가다. 그는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최전성기를 이끈 지휘자이자 교향곡부터 협주곡, 가곡, 영화 삽입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로 활동했다. 지금도 사랑받는 고전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번스타인의 사생활 역시 ‘경계’를 넘나들었다. 칠레 출신 배우 펠리치아 퐁테알레그레와 결혼한 그는 아이 셋의 아빠였지만 평생 동성 연인들을 곁에 두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이렇듯 복잡했던 인물 번스타인과 그의 부인 펠리치아의 삶과 사랑을 다룬 전기 영화다.
영화는 1943년 번스타인이 전화 한 통을 받으며 시작된다. 몸이 아픈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브루노 발터 대신 지휘를 맡아달라는 요청이었다. 야심 넘치는 청년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리허설도 없이 포디엄에 선 그는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화려한 데뷔에 성공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번스타인은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 배우 펠리치아였다. 재능 있고 매력적인 두 예술가는 금방 사랑에 빠지고 서로의 예술 세계를 지지하는 동반자가 된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스타 부부의 탄생이었다.
영화는 일반적인 전기 영화와 달리 번스타인의 음악적 성취나 업적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번스타인이 무대에 서기 전과 후의 모습은 보여주되 정작 포디엄에서의 모습은 생략하고 넘어간다. 그의 대표작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도 짧게 언급하고 지나갈 정도다.

오히려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부부 관계다.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사랑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흔들린다. 경계 없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 나가는 번스타인과 달리 펠리치아의 커리어는 쪼그라든다. 임신과 출산을 여러 번 반복하는 사이 경력이 단절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번스타인은 ‘재능 있는 인형 같은 남자들’에 늘 둘러싸여 있고, 펠리치아는 생기를 잃어간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고 때론 할퀴면서 부부로서의 인연을 이어간다.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결혼 생활과 부부 관계를 집중적으로 탐구한다는 점에서 노아 바움백의 영화 <결혼이야기>(2019)를 떠올리게 한다.

복잡한 인물의 복잡한 부부 생활을 표현하는 데는 두 주연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주효했다. 분장으로 번스타인과 거의 똑닮은 얼굴로 등장한 브래들리 쿠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 번스타인으로 변신했다. 포디엄에서 음악을 ‘연기하듯’ 지휘하는 그의 모습은 실제 인물과 놀랍도록 닮았다. 캐리 멀리건은 위대한 예술가의 아내이자 그 역시 예술가인 펠리치아의 무너져가는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멀리건의 고전미는 러닝타임 대부분을 차지하는 흑백 화면에서 특히 돋보인다.
<스타 이즈 본>(2018)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8개 부문 후보로 오르며 성공적인 연출 데뷔를 한 쿠퍼는 이번에도 연출자로서의 재능을 증명한다. 그는 이 영화로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6일 극장에서 개봉한 뒤 오는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러닝타임 129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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