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 벗은 SK의 새 루틴 “김선형-오세근을 ‘마무리’로”
프로농구 서울 SK 베테랑 김선형(35)은 지난 3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안양 정관장과 홈 경기에서 1쿼터 종료 3분35초를 남기고 처음 코트를 밟았다. 선발 제외됐지만 12-12로 맞선 1쿼터 후반 투입되자마자 최원혁의 3점슛을 어시스트해 균형을 깼다. SK는 대차게 달아나기 시작했고 1분20초를 남기고는 김선형이 직접 쏜 3점슛으로 24-12로 더블스코어를 만들었다.
2쿼터에서 역전을 허용해 끌려가던 SK는 3쿼터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역시 쉬고 있던 김선형은 종료 3분30초를 남기고야 투입됐다. 역시 안영준의 3점슛을 어시스트했고, 상대 공을 가로채 공격권을 가져오며 1점차로 좁힌 뒤 안영준의 3점슛과 허일영의 슛을 연속 어시스트해 재역전을 이끌었다.
올 시즌 SK로 이적한 오세근(36)도 이날 3쿼터까지 7분15초밖에 뛰지 않다가 4쿼터에는 10분을 풀로 뛰었다. 승부를 뒤집은 SK가 굳혀야 하는 시점에서 충분히 쉬고 투입된 오세근은 3점슛 포함 7득점에 2리바운드 1스틸을 기록했다. SK는 58-54로 시작한 4쿼터를 85-71로 끝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SK는 올해도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시즌 초반 고전 중이다. 개막 직후에는 동아시아 슈퍼리그를 병행하느라 일정과 체력의 문제를 겪으며 주득점원인 베테랑 김선형과 오세근의 출전 시간 배분도 고민해야 했다. 경기력이 100%로 올라오지 않고 있었다.
포워드 안영준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 조금은 여유를 얻었던 SK는 다시 3연패에 빠져 있다가 이날 정관장을 꺾으며 연패를 벗어났다. 라인업으로 선수들의 출전시간과 교체 투입 시기 등을 매경기 고민하던 전희철 감독은 역시 두 베테랑 투입 시점에서 답을 찾고 있다.
전희철 감독은 “선수들이 언제 투입되는지에 대한 루틴이 있는데 3쿼터를 위해서 선발 라인업부터 바꿨다. 활동량 올리고 상대가 게임에 적응해서 느슨해지는 느낌이 들 때 김선형을 투입했는데, 김선형의 스피드도 떨어지지 않고 상대성으로 스피드가 살아났다. 오세근도 많은 시간을 뛰지 않았지만 4쿼터에 오히려 체력 안배하면서 몰아붙이는, 야구로 치면 ‘마무리 투수’ 같은 느낌으로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김선형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고, 오세근은 챔피언결정전 MVP였다. 둘 다 주득점원이지만 시즌을 풀로 치르면서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체력 안배와 출전시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둘은 많이 뛰지도 않았다. 이날 김선형은 23분 17초를, 오세근은 17분15초를 뛰면서 승부 흐름을 바꿨다.
전희철 감독은 “앞으로 이 조합으로 운영하는 방향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활동량 좋은 선수들이 초반에 해주고 그 둘이 마무리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항상 그렇게 풀리진 않겠지만 다른 팀이 어떻게 보든 상관 없이 우리만의 루틴을 그렇게 잡아가겠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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