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음악 감수성’ 키워볼까
지난 1년을 돌아보며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 클래식, 실내악, 국악, 뮤지컬 등의 공연을 접하며 여유를 찾고, 자녀의 음악 감수성을 키우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겨울방학을 앞두고 있는 연말은 자녀들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최적기다. ‘하루 10분 음악의 힘’을 쓴 음악교육 전문가 박남예씨는 “음악회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접해본다면 아이에게 다른 세상이 보일 것”이라며 “아이가 부모와의 음악회 나들이를 통해 아이가 음악에 몸을 맡기고 마음 깊이 감상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음악 경험은 없다”고 말했다.
임미정 한세대 피아노과 교수 역시 “클래식 등 문화 공연은 자녀의 음악적 감수성 충족 외에도 가족과 함께하는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연말 공연을 함께 보는 일이 더욱 뜻깊다고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 음악이 정서적 안정과 평안,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두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스티브 잡스와 워런 버핏은 음악으로 자신의 재능을 더 키워나간 대표적 인물이다. 잡스는 밥 딜런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더 타임스 데이 아 어 체인징)으로 마인드컨트롤 했으며, 버핏은 우쿨렐레를 연주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한다. 자녀와 함께 볼 수 있는 화제의 공연들을 소개한다.
■ 2023 필하모닉스 내한공연
12월20일(수)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2023 필하모닉스 내한공연’은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단원 7명으로 구성된 앙상블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현악 4중주에 클라리넷, 피아노가 더해진 독특한 구성을 통해 오케스트라 클래식의 전통성은 살리면서 클래식의 편견을 완전히 깨는 새로운 음악을 선사한다. 고전음악, 재즈, 클레즈머, 라틴음악, 심지어 팝음악에 위트 있는 퍼포먼스까지 겸비한 그들의 무대는 공연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편곡으로 ‘클래식은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색안경을 완전히 벗게 하는 동시에 자녀가 클래식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퀸의 ‘Don’t stop me now’(멈출 수 없어), 호세 펠리치아노의 ‘sFeliz Navidad’(펠리스 나비다드)를 클래식 버전으로 편곡해 들려준다. 모차르트의 ‘Turkish Overture’(터키풍의 서곡), 드보르자크의 ‘Humoresque’(유모레스크), 쇼스타코비치의 ‘Fuga in C Major’(다장조 푸가), 그리그의 ‘Fossegrim’s Fiddle’(포세그림의 바이올린) 등도 연주한다.
■ 연말 실내악 콘서트 ‘치얼스’
12월30일(토)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지는 연말 실내악 콘서트 ‘치얼스’는 밴 클라이번 콩쿠르 한국인 최초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2021년 부조니 콩쿠르 우승과 특별상 4개를 휩쓴 피아니스트 박재홍, 올해 독일 ARD 국제 콩쿠르 우승을 차지한 비올리스트 이해수 등 클래식 스타들을 만날 수 있는 값진 기회다. 한국을 대표하는 실내악 앙상블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기악 부분 우승을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초 상주 예술가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도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쥬네스 뮤지컬 국제 콩쿠르 우승자 첼리스트 심준호와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및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 1위의 아레테 콰르텟도 무대에 오른다.
에스더 유와 심준호가 바이올린과 첼로로 연주하는 헨델의 ‘파사칼리아'는 물론 박재홍, 임지영, 에스더 유, 이해수, 심준호가 연주하는 타네예프의 ‘피아노 5중주 g단조', 선우예권·김재영·아레테 콰르텟이 꾸미는 쇼송의 ‘바이올린, 피아노와 현악 4중주를 위한 협주곡' 등을 감상할 수 있다.
■ 국립국악원, 송년공연 ‘나례’
한 해의 마지막 날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태평한 새해를 맞이하기 행해졌던 궁중 의식이 무대에 오른다. 국립국악원이 12월27~29일 사흘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이는 송년공연 ‘나례’는 고려부터 조선까지 700여 년간 궁중에서 펼쳐진 것으로 궁중 예인을 비롯해 민간 최고 광대들이 함께한 축제를 재현했다.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등 120여명이 무대에 올라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공연은 2022년 무용단 정기공연으로 펼쳐진 ‘신 궁중나례'를 기본으로, 재담꾼과 가상의 역신을 등장시켜 나례의 연행 모습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궁중나례의 절차는 연향을 비롯해 각종 놀이에 참여하고 공연을 관람하는 ‘관나’(觀儺), 불꽃놀이를 보고 즐기는 의식인 ‘관화’(觀火), 가상의 역귀를 쫓는 의식인 ‘구나’(驅儺), 나라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관처용’(觀處容) 순이다. 이번 공연은 나례의 시작을 천지에 고하는 고천지(告天地), 역신을 달래는 세역신(設疫神), 역신을 쫓는 놀이로 구성된 구나희(驅儺戱), 태평신년을 기원하는 기태평(期太平) 등 총 4장으로 구성했다.
■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12월5일(화)부터 내년 2월25일(일)까지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진 웹스터가 1912년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소설 ‘키다리 아저씨’가 원작이다. 2016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후 2019년까지 해마다 관객을 만나오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된 후 4년 만에 다시 관객 앞에 선보이는 것이어서 기대를 한몸에 모은다. 원작의 편지 형식을 차용, 편지를 쓰는 제루샤와 그 편지를 받아 읽는 ‘키다리 아저씨’ 제르비스의 2인극이다. 제루샤는 유주혜·김려원·장민제가, 제르비스는 김종구·김경수·테이가 연기한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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