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노리는 게임사들 … 내년 전략은 신작·장르 다양화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12. 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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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게임사들의 희비가 엇갈린 한 해였다. 오랜 시간 게임 전성기를 이끌어온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국내 톱3 게임사 '3N' 체제에도 균열이 생겨났다. 넥슨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신작 부진과 기존 지식재산권(IP) 영향력이 줄어든 여파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신작 출시와 IP 다각화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 게임업계 전반에 위기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 게임업계는 특히 사실상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춘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와 북미와 유럽 등 '빅마켓' 시장이 작은 모바일 플랫폼에 매몰돼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게임사의 본질과도 같은 IP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신규 흥행작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들은 절치부심하고 있다.

게임사들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의 내년도 사업 전략 키워드는 '글로벌 진출·IP 강화·다변화'로 요약된다.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강화하고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 등에 도전하는 다변화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신작 경쟁…플랫폼과 장르 다각화 속도

게임사들은 내년도 대규모로 신규 IP를 공개할 예정이다. 넷마블은 '아스달 연대기' '나 혼자만 레벨업' '킹 아서' '모두의마블2(한국)' '파라곤' 등 신작을 2024년 상반기에 줄줄이 공개할 예정이다. 넥슨은 슈팅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와 '마비노기 모바일' 등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일본 반다이남코가 개발한 PC MMORPG '블루프로토콜'을 내년에 출시한다. 카카오게임즈도 액션 모바일 게임 '가디스오더' 출시를 내년 1분기로 예정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11월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3에서 리니지 IP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해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3분기 매출 4231억원 중 73.6%(3115억원)가 리니지 IP에서 발생하는 현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도 게임업계의 다변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창업주 김택진 대표는 올해 8년 만에 지스타 현장을 직접 찾아 "게임이 발전 중인데, 여기서 엔씨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르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는 특히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를 포함해 신작을 7개나 들고나왔다. MMORPG와 슈팅게임을 혼합한 게임 장르인 '루트 슈터' 장르의 게임 'LLL'을 비롯해 처음 선보이는 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RTS) 게임 '프로젝트G', 퍼즐 장르인 '퍼즈업 아미토이', 난투형 대전액션 게임 '배틀 크러쉬',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BSS' 등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LLL 등 콘솔 시장을 중심으로 MMORPG가 아닌 MMO 슈팅에서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찾아보고 있고, 배틀크러쉬, BSS를 통해서는 무겁지 않고 캐주얼한 장르로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유저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이 전체 게임산업을 풍성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콘솔 도전으로 K게임 세계 진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콘솔게임 시장 도전은 한국 게임사들의 내년도 주요 과제다. 콘솔게임은 전용 게임기(디바이스)를 TV나 디스플레이 기기에 연결해 즐기는 비디오게임을 말한다. 콘솔게임은 전 세계 게임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 큰 시장이다. 콘솔은 구매력이 큰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높고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PC·모바일게임 위주로 시장이 형성된 국내 게임업계 특성상 '불모지'로 불려왔다. 한국 게임사들이 모바일 일변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준비해온 것은 서구권 시장 공략과 이를 위한 콘솔게임 출시다.

넥슨의 콘솔 신작 '더 파이널스'의 경우 최근 오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해 누적 이용자 750만명을 달성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콘솔 최강자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와 손을 잡았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콘솔 시장 확대와 관련해 시너지가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의 지스타 출품작 중 4개의 게임이 모바일이 아니라 콘솔을 메인 플랫폼으로 개발됐다.

서브컬처 게임 내년에도 대세

일본 애니메이션풍의 소녀 캐릭터를 내세워 세계관을 만든 '서브컬처' 장르의 게임은 올해 국내 시장에서도 완전한 주류로 떠올랐다. 서브컬처 장르는 이미 2020년대 이후 전 세계 게임업계에서 주류 장르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엔 동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장르로 주목받으며 중국과 한국 게임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넷마블은 올해 6월 야심 차게 공개한 종합 서브컬처 미디어 믹스 프로젝트인 '그랜드크로스'의 두 번째 작품 '데미스 리본'을 지스타에서 선보였다. 넷마블은 지스타 신작 출품 라인업 3종 중 2종을 서브컬처 작품으로 꾸렸다. 세계관이 뚜렷한 서브컬처 게임의 경우 강력한 팬덤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케팅에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굿즈, 피규어, TV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방식의 IP 확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생성형 AI에 주목하는 게임사

내년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게임들이 본격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I 기술은 게임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절대적으로 IP 숫자를 늘리고, 게임 자체의 재미 또한 끌어올릴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는 평가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센터 센터장은 "게임산업에서 스토리텔링이나 게임 캐릭터 원화를 만드는 일, 혹은 비즈니스 모델을 제작하는 일 등은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게 되면 훨씬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스마일게이트와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협력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업무협약(MOU)을 맺은 상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다른 게임사와도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게임산업 진출을 공식화한 하이브의 자회사 수퍼톤은 AI 음성 기술인 '프로젝트 스크린플레이'와 '프로젝트 시프트'를 공개했다. 게임 캐릭터의 대사를 자연스럽게 오디오로 생성하고, 게임 유저가 캐릭터의 목소리로 실시간 대화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AI를 통해 게임 캐릭터가 인간과 대화를 나누고, AI와 함께 게임을 하는 것 또한 화두가 될 수 있다.

주요 게임사들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게임 개발에 AI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있다. 단연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인건비) 문제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3분기 연결기준 영업비용 중 인건비로 1983억원을 지급했다.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간 넷마블은 3분기 인건비로 1806억원을 썼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생성형 AI 적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AI 도입이 산업 구성원들의 '일자리'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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