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로봇, 누구에게 수술받고 싶나요?

김영훈 입력 2023. 12. 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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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참의사 찐병원]
실제로 로봇이 다양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심각한 병에 걸려 수술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주치의가 묻는다.

"제가 수술하기를 바랍니까? 아니면 로봇이 수술하기를 바랍니까?"

아직까지 대부분은 '사람'을 택할 것이다. 로봇은 곧 '기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로봇이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TV에서 익히 보았지만, 로봇이 사람의 몸을 절개하고 그 안의 내장에 어떤 시술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상상하기조차 싫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형 병원에 가면 벽에 로봇 수술을 권하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그리고 실제로 로봇이 다양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로봇 수술은 1985년 산업용 로봇인 PUMA560을 뇌 수술에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다른 분야도 아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수술을 로봇이 한다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상이었지만 현실화한 것이다. 2000년 로봇 수술기로 세계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것이 다빈치(da Vinci)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이 출시한 수술 로봇으로 세계 최초의 의료 로봇이라고 보면 된다.

의사들이 수술할 때 절개부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안정성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산부인과, 외과, 비뇨의학과, 흉부외과 등 여러 분야에 폭넓게 활용된다. 문제는 가격이 너무 비싸고, 유지 비용도 많이 든다는 점이다. 1대에 200만 달러(36억 원)를 웃돌며 수술 때마다 유지비가 150만 원 정도 든다. 실제 수술 비용은 700만~1500만 원이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다. 2022년 현재 전 세계에 6000대가 있으며, 국내에는 50개 병원에 설치되어 있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의료 로봇이 더욱 활성화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전립선 수술에서 다빈치 없는 수술은 이례적 일이 되고 있다'라고 평가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고령화 사회, 의료 인력 부족, 감염병의 증대, 시술 정확성, 안전성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의료 서비스 로봇은 장차 인류의 삶을 바꾸는 동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의료 서비스 로봇은 개념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수술 로봇, 둘째는 재활 로봇, 셋째는 보조 서비스 로봇이다. 때에 따라서는 진단 로봇을 세 번째 로봇으로 보기도 한다. 의료 로봇의 활용 분야는 진단, 치료, 수술, 재활에서부터 환자 이동, 회진, 간호 등에서 쓰이고 있으며 생활 보조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술 로봇은 말 그대로 수술의 전 과정 또는 일부를 의사 대신 또는 함께 보조하는 기술을 가진 로봇이다. 가장 뛰어난 성능을 지닌 로봇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수술 로봇 대부분은 엄밀히 말하면 수술 보조 로봇에 해당한다. 안전성 등으로 실제 현장에서는 의사를 보조하는 기능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침습·비침습 수술의 전 과정이나 일부에 참여한다.

세계적으로 수술 로봇은 인튜이티브 서지컬, 존슨앤드존슨, 메드트로닉스, 지멘스 등 빅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복강경 수술 로봇 세계 1위 기업으로,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2019년 수술 로봇 시장에 뛰어들었고, 무릎 관절 치환 수술 로봇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메드트로닉스는 척추 수술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마조 로보틱스를 인수했고, 복강 수술 로봇으로 유명한 캐나다의 타이탄 메디컬과 협력 관계를 맺는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인다. 지멘스의 GRX는 혈관 수술 로봇으로는 유일하게 FDA승인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영 테크놀러지가 내비게이션 시스템 기술과 뇌 수술 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재활 로봇은 환자, 노약자, 장애인 등의 치료·보조·돌봄 및 간호·간병 로봇이다. 이러한 로봇 역시 높은 성능을 지녀야 한다. 운영자는 꼭 의사가 아니어도 된다. 간호사, 간병인, 환자가 사용할 수 있고, 특히 노약자, 장애인에게 도움이 된다. 재활 치료 로봇은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팔다리 재활 치료, 일상생활 보조, 간병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병원이 아닌 복지 시설과 가정에서 주로 사용한다.

보조 서비스 로봇은 사람이 아닌 사물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로봇이다. 예컨대 안내, 경비, 물류 및 약재 처리, 소독, 청소 등이다. 원격으로 의사의 진료, 상담, 처방 등을 대신 수행하는 로봇을 포함하기도 한다. 세 분야의 로봇 중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현재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수술 로봇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고정밀도·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어 자동화, 스마트화, 최소 침습 관련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선두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중국이다. 특히 미국은 다빈치 수술 로봇을 필두로 수술 상처가 여러 곳인 멀티 포트 방식에서 하나인 단일 포트 위주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소 침습 및 마이크로 수술을 위한 초소형 신체 삽입형 로봇 연구도 수행 중이다.

독일은 수술 로봇이 투입되어야 하는 목표 지점에 신속·정확하게 도달 하면서 주요 경로 주변에 있는 위험 조직과 최소 충돌하는 최적 경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의 도쿄대 로봇 연구 그룹은 수술용 로봇의 범용화를 목적으로 성능 향상과 의사의 손 기술로는 수술하기 매우 어려운 초미세 수술 기술 개발을 이어 가고 있다. 중국은 암 수술이나 안과 질환 등에 군집 나노 로봇을 보내 약을 전달하거나 종양을 제거하는 인공 마이크로 군집 로봇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재활 로봇은 환자 및 고령자의 치료 재활 분야 위주로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분야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은 국립보건원(NIH)을 중심으로 이동 및 생활 지원, 신체 기능 대체, 재활 훈련 등 전 분야에 걸친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독일은 미리 정해진 궤적을 따라 움직이는 트레드밀(러닝머신) 형태의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외골격 로봇의 단순 동작 반복 시 실시간 제어 기술,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환자 맞춤형 웨어러블 기기 제작 등에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에 최초로 관절 치환 수술을 로봇이 보조했다. 이른바 로봇 시술 시대가 열렸다. 2005년에는 복강경 수술이 수행되었으며 2009년 대한의료로봇학회가 창설되어 의료 로봇에 관한 본격적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후 의료 로봇 기업들이 설립되어 다양한 로봇이 생산되고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2020년에는 의료로봇기업협의회가 세워졌다. 짧은 시간에 눈부신 발전을 이룬 것이다.

미래 병원에서 로봇은 필수적이지만 적극적 활용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몇 가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5가지를 지적한다. 의료 데이터 공유 체계 미비, 수가 불인정, 트랙 레코드 부족, 개발 기간과 절차의 어려움, 융합 인재 부족 등이다. 의료 AI 선도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의료 데이터 공유 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의료 로봇의 활용에 보험이 인정되어야 한다. 나아가 임상 효과 검증 및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의료 로봇의 임상 축적, 레퍼런스 확보가 필수적이다. 로봇을 활성화하고 해외 시장을 뚫으려면 국내에서 트랙 레코드가 꾸준히 축적되어야 한다. 또한 의료용 로봇의 인허가 및 인증 절차의 단축을 통해 기업의 시간 및 비용 부담을 낮추어야 한다.

융합 인재의 육성도 중요하다. 의학은 의학 하나만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전기 공학, 전자 공학, 기계 공학 등 여러 분야의 공학이 융합되어야 한다. 예컨대, 인공 심장 펌프기에는 모터가 필수인데 이 모터는 의사 혼자서도, 공학자 혼자서도 만들지 못한다. 두 분야가 결합해야 한다. 미래의 의료 로봇도 공학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들이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한 융합 교육이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김영훈 교수 (yhkmd@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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