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남부 작전 공식화…미국 영향력 ‘시험대’ 올라
한달여간의 지상작전 끝에 가자지구 북부 지역 대부분을 접수한 이스라엘군이 남부 지역에 대한 지상작전을 공식화했다.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를 철회하라는 국내외적 압박 속에서 민간인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시험대에 오르게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3일(현지시간) 남부 지역에서의 군사작전이 본격화했음을 알리면서 “남부 작전은 (북부의 작전과 비교해) 덜 강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가자 북부에서 했던 것과 같은 상황을 남부에서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으며, 실제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을 어디에서든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남부 지역에는 이스라엘군의 소개령에 따라 북부에서 온 피란민을 포함해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80% 가까이가 몰려 있다. 이 때문에 북부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차별 공격을 가해진다면, 지금까지보다 더 큰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의 남부 지역 공세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엘파이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그간 공개적으론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한 지지를 표명해왔지만, 뒤에서는 이스라엘에게 전술을 바꾸라고 압박하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 미국에 대한 국내외적인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백악관은 최근들어 이스라엘을 향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더욱 구체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 휴전 기간 동안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보호하고, 강제 이주를 시키지 않으며, 병원을 비롯한 필수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지 않는 조치가 수반되는 경우에만 이스라엘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0일 전쟁 발발 이후 세번째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우리는 이스라엘의 계획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했고, 가자 북부에서 봤던 대규모 민간인 인명 피해와 강제 이주가 남쪽에서 반복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3일 ABC, 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너무 많은 무고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죽었다”면서 “솔직히 가자지구의 영상과 사진은 끔찍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7일간의 짧은 휴전 끝에 다시 전쟁이 재개되고 이스라엘이 북부에서와 비슷한 수준의 공격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이 동맹국 이스라엘을 어느 정도까지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북부 소개령에 따라 인구의 80%가 남부 지역의 좁은 공간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공세를 펼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스라엘이 남부에서도 이전처럼 공격을 단행해 민간인 인명 피해가 급증한다면, 미국은 복잡한 상황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사회의 비난은 물론 미국 민주당, 노동조합 등의 영구 휴전 요구에도 맞서야 한다. 이미 민주당뿐 아니라 백악관, 내각 등에서도 이스라엘 지원을 두고 분열이 일어나고 있으며, 여론조사에서도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는 의견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 내 무슬림들이 바이든 낙선 운동까지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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