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NFT 지고 나이키 NFT 뜬 까닭 [IT+]

이혁기 기자 입력 2023. 12. 4. 14:28 수정 2023. 12. 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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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IT 언더라인
2023년 NFT 자화상➋
기업들도 선보인 NFT
대기업이라고 흥행하는 건 아냐
포르쉐 NFT는 사진 한장이 전부
실물경제와 연동해 흥행한 나이키
비전 제시 못하면 소비자 ‘냉대’

NFT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십억원을 호가하던 NFT도 고꾸라지고, 거래 규모도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NFT의 미래가 불투명한 건 아닙니다. 소비자의 기대치를 충족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올린 NFT도 있습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좋은 NFT'와 '나쁜 NFT'를 살펴봤습니다.

나이키는 실물 운동화와 연동하는 NFT로 큰 수익을 올렸다.[사진=뉴시스]

우리는 視리즈 '2023년 NFT 자화상' 1편에서 NFT(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 ble Token)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계속될 것만 같았던 'NFT 불꽃'은 몇년 만에 빠르게 사그라들었습니다. 화려한 몸값을 뽐내던 NFT 상당수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고, 이 때문인지 NFT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NFT 시장에 혹한기가 찾아온 겁니다.

'브랜드 프리미엄'이 붙은 NFT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기업들이 앞다퉈 NFT 관련 상품을 출시했지만, 대부분 흥행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물론 모든 NFT가 이런 결말을 맞은 건 아닙니다. 몇몇 NFT는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고 조금씩 세를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그럼 '잘된 NFT'와 '그렇지 않은 NFT'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지금부터 사례를 통해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실패➊ 포르쉐 = 지난 1월 23일(현지시간), 독일의 스포츠카 제조사 포르쉐가 NFT 컬렉션을 발행했습니다. '포르쉐 911'란 이름의 이 컬렉션엔 인기 모델 '포르쉐 911'의 모습을 담은 7500개의 아트워크(Art work·작품)가 담겨 있습니다. NFT 컬렉션을 통해 포르쉐를 알리고 새로운 고객층을 유치하겠다는 게 당시 포르쉐의 의도였죠. 가격은 1개당 0.91이더리움(약 1490달러· 196만원)으로 꽤 비싼 편이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갖춘 포르쉐가 만들었으니 반응이 뜨거울 것 같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전체 7500개 중 30% 수준인 2383개만 팔리는 데 그쳤고, 포르쉐는 론칭을 시작한 지 2일 만에 발행을 중단했습니다. 업계에선 '비싼 가격'을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지만, 사실 그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포르쉐 911엔 매력적인 요소가 전혀 없었습니다.

발표 당시 포르쉐는 "구매자들이 포르쉐만의 가상세계에 참여하고 브랜드와 적극적인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하다못해 NFT 구매 고객에 한해 무료 시승을 한다거나, 특별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그림 파일'에 불과한 아트워크 한장을 2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주고 살 소비자는 많지 않았고, 이는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사진=포르쉐 제공]

■ 실패➋ 메타콩즈 = '한국판 BAYC'라 불렸던 '메타콩즈'에서도 실패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방송 출연으로 인지도가 높은 프로그래머 이두희가 개발에 참여한 덕분인지 메타콩즈는 출시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모았습니다.

포르쉐 NFT와 다르게 메타콩즈 NFT엔 '전용 서비스'가 있었습니다. 메타콩즈 NFT 보유자는 온라인 음성 채팅 서비스인 '디스코드'에 생성된 메타콩즈 보유자 전용 커뮤니티에 입장이 가능하고, 오프라인 파티인 '메타콩즈 홀더 파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엔 서울 세빛둥둥섬에서 메타콩즈 관련 파티가 벌어지기도 했죠.

이두희를 앞세운 스타 마케팅과 차별화 전략 덕분인지 메타콩즈 NFT는 오픈 하루 만에 1만개가 팔렸습니다. 이후엔 현대차·신세계 등 굵직한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하면서 몸값이 치솟았습니다. 지난해 초엔 오픈씨에서 메타콩즈 NFT 1개당 3800만원선에 거래됐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메타콩즈 운영진이 비슷비슷한 NFT를 만들어내는 '패착'을 두면서 메타콩즈의 입지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업계에선 메타콩즈와 비슷한 NFT를 생산하면서 희소성이 사라진 점, 메타콩즈 NFT 활용 방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점을 운영진의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메타콩즈 NFT의 가격은 현재 7만6405원(11월 26일 최저가 기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회사 자금 유용, 임금 체불 및 횡령 등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메타콩즈는 NFT 시장에서 사실상 완전히 밀려났습니다. 지난 3월 메타콩즈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지 변신을 위해 파격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진 이렇다 할 소식이 없습니다.

■실패➌ 내셔널지오그래픽 =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지난 1월 창간 135주년을 기념해 16명의 사진작가가 찍은 일출 사진으로 NFT 1888개를 만들어 발행했습니다. 사진 외에 구매자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습니다만, 자연경관을 촬영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업체인 만큼 내셔널지오그래픽의 NFT를 소장하려는 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가격은 250매틱.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1개당 25만원쯤 됩니다(11월 260일 기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사진작가와 연계한 NFT를 선보였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사진=내셔널지오그래픽 제공]

하지만 이 NFT도 운영진의 '실수'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해당 NFT를 소개하는 게시물에 BAYC 사진을 함께 올린 게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만큼 BAYC는 NFT 업계에선 종종 '투기의 온상'으로 비치곤 합니다. 이런 BAYC를 소개 게시물에 떡하니 올렸으니, 135주년을 기념하겠다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의도를 불순하게 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습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구체적인 판매량을 밝히진 않았습니다만, 오픈씨에서 최근 거래량을 살펴보면 이 NFT의 수그러든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26일을 끝으로 거래가 1건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날 거래된 가격은 5매틱(약 5000원)으로 발행 가격의 5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발행 과정에서 일어난 오해와 사진뿐인 NFT의 한계가 맞물려 생긴 결과였습니다.

포르쉐와 메타콩즈,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만든 NFT엔 두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구매자들이 만족스러워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고, 다른 하나는 운영진이 발행 과정에서 미래 플랜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돌이키기 힘든 실수를 범했다는 점입니다.

홍기훈 교수는 "기업은 자신의 NFT의 쓰임새를 소비자에게 인식시키고 앞으로 어떻게 쓰일지에 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성공➊ 나이키 = 그럼 흥행에 성공한 NFT는 무엇이 달랐을까요? 신발 브랜드 나이키의 사례부터 살펴보실까요? 나이키는 2021년 인수·합병(M&A)한 NFT 제작사 아티팩트(RTFKT)를 앞세워 지난 4월 NFT 기반의 '아티팩트X나이키 에어포스 1' 룩북(Lookbook)을 냈습니다.

유명 아티스트들과 디자인을 협업한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를 '디지털 룩북' 형태로 출시한 것인데, 이 NFT를 사면 '실물 운동화'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나이키는 이 운동화의 밑창에 특수한 칩을 탑재했습니다. 운동화와 NFT를 연동하기 위해서였죠. 실제 제품과의 연결을 통해 NFT가 디지털 자산 이상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셈입니다.

[사진=뉴시스]

당연히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NFT를 사면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나이키 운동화 수집가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나이키는 지금까지 이 NFT 사업으로 12억 달러(약 1조5846억원)를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공➋ 스타벅스 = 올해 3월 NFT 판매를 개시한 스타벅스도 성공사례로 꼽을 만합니다. 스타벅스 관련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 우표 모양의 NFT 2000개를 100달러에 판매했는데, 2차 거래 시장에서 2000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스타벅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해도 NFT를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용 스타벅스 앱을 통해 스타벅스에 관한 퀴즈 풀기, 커피와 관련된 게임하기, 매장 방문 횟수나 특정 음료 구매 수 달성 등의 '미션'을 풀어내면 NFT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참여형 NFT'인 셈입니다.

이 NFT는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음료 제조 수업을 받거나 매장 내 특별 이벤트에 초대받을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코스타리카의 가상 커피 농장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합니다. NFT를 마일리지나 멤버십 포인트처럼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스타벅스는 한발 더 나아가 금전적 가치를 잃지 않도록 앱을 통해 타인과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입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꽤 긍정적입니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베타 서비스 단계임에도 현재까지 20만 달러(약 2억6410만원)가 판매됐습니다. 스타벅스는 수집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한정판 NFT를 출시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성공➌ 롯데홈쇼핑 = 국내 기업에서도 성공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롯데홈쇼핑이 자사 캐릭터 '벨리곰'에 NFT를 접목한 멤버십이 대표적입니다. 이 NFT를 사면 부여받은 등급에 따라 롯데시네마 관람권, 롯데호텔 월드 숙박권 등 롯데 계열사의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시 발매한 NFT 9500개 중 사전 예약 수량(6000개)을 제외한 3500개가 개시 후 1초 만에 완판됐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롯데홈쇼핑은 지난 9월 30일 벨리곰의 세계관을 확장시킨 '벨리랜드' NFT를 선보였습니다. 벨리곰이 사는 '랜드'를 NFT로 받는 식인데, 추후 다양한 게임과 보상을 연결시켜 벨리곰의 지식재산권(IP)을 확대하겠다는 게 롯데홈쇼핑의 계획입니다. 현재까지 벨리랜드 NFT는 5000개가 팔려 75만매틱(약 8억5200만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스타벅스는 NFT가 가치를 잃지 않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연계했다.[사진=스타벅스 제공]

자! 이제 흥행에 성공한 NFT가 어떤 요소를 공통점으로 갖고 있는지 눈에 보이나요? 나이키와 스타벅스, 롯데홈쇼핑은 모두 '뚜렷한 보상'과 '지속적인 확장'을 소비자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앞장서서 미래 플랜을 보여줘야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NFT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이죠.

박상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위원장은 "결국 핵심은 NFT 기술 자체가 아니라 NFT가 보증하는 디지털 자산의 '가치'에서 나온다"면서 "기업이 가치를 NFT에 어떻게 연결하고, 이를 통해 또다른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느냐에 따라 NFT의 값어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과연 해가 바뀐 2024년엔 NFT가 '투기의 대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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