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정부, 남아시아 첫 LGBTQ+ 부부 인정

'트래스젠더 여성'이자 '법적 남성'인 부인
네팔 법, 성소수자 존중하지만 부부 인정 안해
지난 6월 대법원 명령 후 결혼 희망 생겨

[서울=뉴시스]최윤영 인턴 기자 = 네팔 정부가 성소수자 커플의 혼인을 승인하며 남아시아 국가 최초의 LGBTQ+ 부부가 탄생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트랜스젠더 여성 마야 구룽(38세)과 남편 수렌드라 판데이(27)가 카트만두 람중 지역에서 법적으로 부부가 됐다.

부인인 마야 구룽은 트랜스젠더 여성이자 법적 남성으로, LGBTQ+(성소수자를 통칭하는 용어)에 해당하는 성소수자다.

이들은 2017년 힌두교식 혼례를 치렀지만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차별을 당하는 동시에 부부로서 공동 은행 계좌를 만들거나 재산을 소유할 수 없었다.

이들이 부부로 인정받은 것은 지난 6월 네팔 대법원이 임시적으로 모든 동성과 트렌스젠더 커플의 혼인 신고를 허용하는 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구룽과 판데이도 혼인 신고를 했고, 지방법원은 이들의 요구를 기각했으나 이후 정부 지침에 따라 혼인이 승인됐다.

네팔은 남아시아에서 가장 진보적인 LGBTQ+관련 행보를 보이는 국가다. 2007년에 이미 젠더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개혁 법안이 통과됐다. 2013년에는 시민권 문서에 제3의 성 개념이 도입됐고, 2015년에는 여권에 해당 개념을 표기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헌도 이뤄졌지만 네팔 법은 동성 결혼과 트랜스젠더 결혼을 인정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이번 결혼을 계기로 네팔은 남아시아 최초로 성소수자 부부를 인정한 국가가 됐다.

구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우리는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싸워 왔다. 사회가 우리를 받아들였고, 우리와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결혼의 문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고, 판데이는 “우리가 부부라고 세상에 외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g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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