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자체 보안법 제정 속도 “내년까지 마무리”…정치적 자유 축소 불가피

이종섭 기자 2023. 12. 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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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거리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홍콩기가 나란히 줄지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이 자체 보안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홍콩 기본법에 따른 보안법을 추가 제정하겠다는 것으로, 홍콩에서 정치적 자유의 공간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존 리(李家超)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3일 국가안보 관련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정부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자체 법률을 제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홍콩 기본법 제23조에 따른 입법 준비 작업을 시작했으며, 내년에 입법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홍콩 기본법 제23조는 정부가 관련 법률을 제정해 분리독립·폭동선동·국가전복 행위 등을 처벌하고 정치조직이나 단체가 외국과 관계를 맺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홍콩 정부는 이 조항에 따라 2003년 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다가 반대 시위에 직면해 물러선 바 있다.

이후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중국 정부는 2020년 직접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밀어부쳤다. 동시에 국가보안법에 담기지 않은 반역죄나 국가기밀 절도죄 등을 반영해 홍콩 정부가 별도의 보안법 입법을 추진할 것을 압박해왔다.

이미 국가보안법이 시행 중임에도 홍콩 정부가 자체 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는 데는 법망을 보다 촘촘히 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리 장관은 “국가보안법과 연계해 보다 효과적인 보안법 체계를 구축하고, 국가안보 유지를 위한 법적 시스템과 실행 메커니즘을 완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크리스 탕(鄧炳强) 홍콩 보안국장은 지난 7월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과 기본법 23조의 결합으로 포괄적인 국가안보를 구축할 것”이라며 “홍콩판 국가보안법에는 약한(온건한) 저항을 다루는 조항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가보안법 시행 후 홍콩에서 눈에 띄는 사회적 저항은 사라졌지만 약한 저항이 지속됨에 따라 자체 입법을 통해 민주화 운동 세력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홍콩의 자체 보안법 제정은 홍콩에서 정치적 자유의 위축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에서는 이미 민주화 운동 진영이 사실상 와해되고 언론의 자유도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현재 홍콩에서는 국가보안법에 따라 국가정권 전복 혐의로 기소된 민주화 운동 진영 인사 47명에 대한 대규모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 밖의 상당수 민주화 운동 진영 인사들은 국가보안법 제정 후 정치적 탄압을 피해 해외로 망명했다.

홍콩에서 2014년 ‘우산 혁명’을 이끌었던 민주화 운동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아그네스 차우(周庭)도 현재 캐나다 망명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우는 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이 캐나다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출두 요구 때문에 이달 말 홍콩에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홍콩의 상황, 나의 안전과 정신적·육체적 건강 등을 고려해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려 온 사실을 토로하며,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최근 몇년 간은 “두려움 없는 자유의 가치를 깨달았고, 이제 더 이상 체포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마침내 하고 싶은 말을 하며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홍콩 국가안전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차우의 행동은 무책임하고 공개적으로 법치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평생 도망자 딱지를 단 채 살지 말라”고 경고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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