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사태 일파만파, 핵심은 '설명의무·적합성 원칙'
(지디넷코리아=조성진 기자)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가입한 소비자의 대규모 손실 이슈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법률전문가와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핵심에 대해 해당 상품 판매자가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상 의무사항을 잘 지켰는지 확인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일부 금융사가 홍콩 ELS 상품 불완전판매 논란과 관련해 검사를 진행하며 분쟁조정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홍콩H지수 2년만에 절반 ‘뚝’, 홍콩 ELS 상품 대규모 적자 불가피
홍콩 ELS란 포트폴리오 상 홍콩H지수를 연계한 상품을 말한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상반기 1만2천 선을 넘었지만,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금요일이였던 지난 1일에는 전 거래일 보다 1.64% 낮은 5천761.73에 마감했다. 2021년 상반기와 비교해 절반 넘게 줄어든 수준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만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 상품은 약 2조2천억원 규모로 발행됐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ELS 상품는 8조4천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만약 내년 1~2월까지 홍콩 H지수가 8천 선을 도달하지 못하면 대부분 원금은 손실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일부 은행 창구에서 해당 상품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 상태에서 다수의 고령자 소비자에게 판매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이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가 불완전판매를 했는지를 두고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법조계 “판매자 설명의무 이행했다면 법적 책임 따지기 어려워”
법조계에선 심증만으로 불완전판매 여부를 단정짓는 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율촌 정세진 변호사는 “홍콩 ELS 상품 판매 담당자의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심증이 있어도, 금소법 제19조에 명시된 설명의무 사항을 이행했다면, 법률상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소법 제 19조를 보면, 투자성 상품 판매자는 ▲상품의 내용 ▲투자에 따른 리스크 ▲금융상품직접판매업자가 정하는 위험등급 등에 대해 소비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정세진 변호사는 “결국 상품 판매 담당자가 설명의무를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가 이번 이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금소연 “불완전판매 인정받아도 100% 보상 힘들 것”
소비자 단체에서도 상품 판매자가 리스크 구조를 얼마나 충실하게 설명했는지가 관건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국장은 “ELS는 만기가 정해져있다”며 “상품 구조 상 만기 때 홍콩H지수가 낮을 경우 수익 안전구간을 벗어나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방식인데 은행 창구에서 이런 리스크를 설명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형구 국장은 “다만 아무리 불완전판매 이슈가 뚜렷해도 소비자가 손실금을 100% 보장받긴 어려워 보인다”고 “계약서 상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이해했다고 서명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 국장은 “처음 ELS 상품을 가입한 소비자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상품 가입을 인정받고 보상을 받을 여지가 있겠지만, 이보다 앞서 다른 ELS 상품을 가입한 소비자의 경우 적용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리스크 높은 상품 권유 자체가 부적합”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9일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후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은행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적합성 원칙이란 일반 금융소비자가 특정 금융상품 가입시 재산상황과 금융상품 취득 및 처분 경험 등을 다양하게 종합해 권유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복현 원장은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은행사가 무지성으로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가 마련됐다’고 운운하는 것은 솔직히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를 했다고 들리기보다는 면피 조치를 했다는 식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은행은 고객들의 자필이나 녹취를 확보해서 불완전판매 요소가 없다는 식인 것 같다”며 “하지만 적합성의 원칙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상품 판매 절차 규제와 관련된 본질적인 취지를 생각해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감원은 2021년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에게 투자자들에게 주요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원금 100%를 돌려주라는 분쟁 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조성진 기자(csjjin2002@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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