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거래소 이사장 인터뷰 “신뢰·소통 기반으로 자본시장 미래동력 계속 만들어야” [더 나은 세계, SDGs]

황계식 입력 2023. 12. 4. 12:07 수정 2023. 12. 4. 1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년간 한국 자본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기회도 있었지만, 도전해야 할 어려움이 많았다. 다만 질적·양적으로 성장했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팬데믹을 딛고 위기와 도약의 시기 한국거래소(KRX)가 시장을 확장해 나간 데에는 손병두 이사장(사진)의 온화하지만, 강단 있는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손 이사장은 서울대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브라운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기획재정부에서 외화자금과, 국제금융과, G20(주요 20개국) 기획조정단 등을 거친 데 이어 금융위원회에서 상임위원과 부위원장 등 주요 자리를 모두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다. 국내외 금융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균형 있는 감각을 가졌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 3년간 자본시장의 중심에 있었던 손 이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한국거래소 공익대표 사외이사)와 손 이사장의 일문일답.

김 대표 “소통을 강조하시는 거로 알고 있다. 특히 거래소에서 만든 ‘온통’ 시스템에 직원들의 참여가 활발했는데.”

손 이사장 “온통은 원활한 사내 소통과 건전한 토론문화 정착을 위해 만든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름도 ‘따뜻한 소통’이라는 의미다. 온통에서 거래소 직원 누구나 익명으로 글을 작성하고, 이사장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할 수도 있다. 최고경영자(CEO)에게 소위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낼 수도, 답변도 들을 수 있다. 처음 거래소에 와서 본 사내 분위기와 블라인드의 글들이 내 예상과 달랐다. 조직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고 경직된 환경을 전환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는데, 다행히 호응이 좋았다. 직급과 관계없이 다양한 업무 개선방안이 자유롭게 제안됐고, 소관 부서에서도 활발히 답변하는 등 소통 분위기가 확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리두기 시기를 지나 임직원 소통 콘서트와 한마음 체육대회 등 서로 뜻이 통할 수 있는 장도 많이 만들었는데, 참여율이 점점 높아졌다. 지금은 스마트 워크 등 이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 기반의 업무조직으로 변화를 추진 중이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소통뿐 아니라 시장 관리 업무의 효율성도 높이고, 금융 데이터 서비스의 질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대표 “예전부터 우리도 나스닥 같은 시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올해 출범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가 이를 반영해 만든 거로 알고 있다.”

손 이사장 “작년 11월 코스닥 글로벌 론칭 후 공시 영문번역 서비스와 상징지수펀드(ETF) 출시, 해외 기업설명(IR) 콘퍼런스 등을 차례로 진행하며, 외국인·기관 투자수요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이에 코스닥 글로벌 종목의 영문 공시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3분기 누적 기준 98.9% 증가)했고,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도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은 코스피와 코스닥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틀을 넘어서지 못한 건 분명히 아쉬운 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의견도 있으나, 미국 나스닥이 대형 기술주들 중심으로 성공시킨 사례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제 1년이 지났기 때문에 정착하기 위해서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코스닥 글로벌 지수 선물, 코스닥 글로벌 전 종목(50종목)에 대한 개별 주식 선물 상장을 추진해 기관·외국인 투자자의 편의를 제고하고, 연계상품 다양화 등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바심내지 않고, 코스닥 글로벌 기업의 우수성이 평가받아 실질적인 투자 유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김 대표 “팬데믹 기간에도 한국 시장 가치가 견고하게 성장한 편이다. 이제는 유망한 스타트업이나 유니콘을 국내에 상장시키는 일도 중요해 보인다.”

손 이사장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 될 혁신 기업이 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거래소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지역 거점으로 혁신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며 산업별 중점 심사 사항, 상장 성공사례 등을 설명하는 로드쇼를 다섯차례 개최했는데,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도 이런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보았다. 지난달 기준으로 지난해에는 123개사가 예비심사 청구를 했는데, 올해는 139개사로 늘었고, 신규 상장도 84개사에서 90개사로 늘었다. 또 그간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미국·유럽 현지의 글로벌 우량기업 상장 유치 활동도 전개했다. 한국 자본시장을 홍보하고 혁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한국 자본시장 콘퍼런스(Korea Capital Market Conference)를 개최했고, 다양한 박람회에도 참가하며 현지에서 글로벌 우량기업을 면담하고 맞춤 컨설팅을 하는 등 해외 혁신 기업의 한국 시장 관심을 유도했다. 향후에도 혁신 우량기업을 발굴, 유치하고 상장 제도를 지속 개선하여 코스닥시장의 활력을 유지하고 우리 경제 성장동력 확보의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김 대표 “지난 2월 금융위가 토큰증권(ST)의 발행 및 유통을 허용했다. 제도화 움직임에 ST나 조각투자 업계가 기대를 가지고 있는데, 거래소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손 이사장 “ST는 신뢰가 기반이 되고 증권성이 확실해야 한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제도적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ST 유통시장이 이원화해서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 기반 소규모 시장은 장외거래(증권사) 방식으로 육성하고, 대규모 거래 수요가 있는 상품은 거래소가 개설하는 토큰증권발행(STO·Security Token Offering) 상장·유통시장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다만 미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시장에서 관련 분야의 제도를 강화하고 규제 지향적으로 가는 흐름이기 때문에 우리도 후발주자로서 좀더 신중히 살펴나갈 필요가 있다. 제도화를 진행하면, 거래소의 KRX STO 플랫폼은 신종 증권(투자계약증권, 비금전신탁수익증권)을 주식·채권과 같이 예탁결제원에 전자증권으로 등록하는 기존 증권시장 인프라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이고, 대규모 시장인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상장 심사요건과 공시 의무를 상대적으로 면밀하게 살펴서 적용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시장 개설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심사 절차를 보고 있는데, 아직은 기준에 충족되는 곳이 많지 않다. 혁신 사업자에게 새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하고, 투자자의 다양한 대체투자 수요를 충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시장이다.”

김 대표 “ESG(Environment 환경·Social 사회·Governance 지배구조) 공시를 둘러싸고 기준과 대상, 시행시기, 전문 회계업무 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기업들에는 여전히 부담이라는 측면도 있고 향후 글로벌 상황과 흐름을 반영하는 합리적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손 이사장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관련 제도와 인프라 구축에 지속해서 힘쓰고 있다. ESG 공시제도의 합리적인 설계와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바람직한 기준을 마련하고 기업 공시역량 강화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거래소는 공시 기준 제정 지원 기구인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 참여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기준 마련 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내년 1분기까지 국내 공시 기준 초안을 구체화하고, 법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소 공시로 도입할 예정임을 발표했기 때문에 일정에 맞춰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유관 기관과 협력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그동안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및 ESG 공시 가이드 등 다양한 제도와 지원을 통해 기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기업에 ESG 공시가 부담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또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도입 초기 기업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 실무 가이드 및 공시 모범사례 제공 등 상장 기업의 역량 강화 지원방안도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다.”

김 대표 “전 세계 경제가 고물가·고이자·고환율로 가계와 산업계 모두 어려운 환경이다. 유럽도 최근 ‘유로7’(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 정책)이 의회에서 재논의해 도입 시기를 늦추는 등 ESG 규제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균형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손 이사장 “균형 있는 ESG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유럽연합(EU) 공급망 실사 의무나 ESG 공시규제 강화 움직임에 따라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유럽이나 미국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지만, 이러한 규제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비즈니스를 악화시킨다면 그 또한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ESG 공시 취지를 반영하여 필요한 정보가 충실히 공시되도록 하되,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 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 또 ESG를 통해 특정업계가 여론을 만들고 이득을 보는 구조로 가는 건 옳지 않다. 최적의 안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은 탓에 거래소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가급적 많이 수렴하여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김 대표 “지난해 탄소 배출권 시장 일평균 거래량이 10만5000t으로 2015년보다 2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장기적으로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탄소 배출권 거래에 참여하는 방향을 고려 중인지?”

손 이사장 “정부가 배출권 시장의 제3자 참여 확대 및 위탁매매 도입을 위해 ‘배출권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먼저 할당 대상 업체 및 자산 운용사 등 기타 금융기관 대상 위탁매매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은 아시아권에서는 상당히 앞서가는 배출권 시장을 구축한 편이며, 정부가 신뢰를 기반으로 지금처럼 주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최근 자발적 탄소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데, 효과와 부작용을 세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인 참여 여부는 향후 정부 방침에 따라 추진될 것으로 본다. 위탁매매가 도입된 뒤 단계적으로 배출권 시장 활성화 정책 기반을 마련할 계획인데, 상품 다양화를 위해 상장지수증권(ETN)과 ETF 등 배출권 연계상품의 출시를 검토하고, 추후 배출권 선물 상장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 대표 “임기 동안 코스피가 최고치를 경신했고, ETF 순자산 총액도 100조원을 달성했다. 개인적인 소회가 궁금하다.”

손 이사장 “지난 3년 한국 자본시장이 프리미엄으로 도약하기 위해 참가자 모두와 함께 노력해온 여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장이 저평가 받았던 주요 요인을 분석하고, 금융 당국 등 시장 참가자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외국인 투자제도 개선과 영문 공시 확대 등 시장 접근성을 제고했으며, 글로벌 투자자의 한국 시장 투자 확대를 유도했고, 배당절차 개선, ESG 공시 의무 확대 등 주주 친화적인 시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코스피 3000포인트 최초 돌파와 코스닥 1000포인트 회복,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 실적과 ETF 순자산 총액 100조원 달성 등 좋은 결과가 뒤따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최근 차액결제거래(CFD) 사태와 불법 공매도 과징금 부과 등을 겪으면서 시장 참가자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지난 10월 발표한 불공정 거래 감시체계 고도화를 시작으로 향후 시장감시본부 조직 재정비 등을 통해 거래소의 자율규제 역량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특히 최근 시장의 관심이 높은 공매도, 기술 특례상장 등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시장과 충분히 소통해가며, 다양한 제도 개선을 검토해서 신뢰받는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럽기후협약 대사,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의 선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