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출 회복 반도체가 견인…중국 대체할 아세안5 주목”

과거 회복기 반도체 수출 평균 약 28개월 동안 상승세
미국·EU 투자에 수출 증가세 전망…대중 수출 회복 지연

[헤럴드경제=문혜현기자] 우리나라 수출이 올해 2분기부터 점차 늘어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10~11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지만,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중 수출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최근 수출 개선흐름 점검 및 향후 지속가능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9월부터 수출금액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수출금액을 물량과 단가로 구분해보면 수출물량은 자동차‧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올해 초부터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단가는 7월 이후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다만 최근의 수출증가 속도는 과거 2000년 이후 여섯 차례의 회복기에 비하면 다소 낮은 편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보면, 최근 수출은 자동차·기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반도체가 개선세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AI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주요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감산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물량과 가격이 모두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뿐만 아니라 대만‧베트남 등 IT 비중이 높은 국가들에서도 수출 개선세가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컴퓨터‧스마트폰 등 IT최종재의 수출증가는 아직 뚜렷하지 않은 모습이다. 비IT품목은 자동차·기계가 주요 선진국의 친환경·인프라투자 수요 지속 등으로 양호하지만 석유화학‧철강 등 여타 품목들의 회복은 미흡한 상황이다.

지역별로는 대미 수출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대아세안5(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필리핀) 수출도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 반면 대중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점차 완화되고는 있으나 반도체 이외 수출액은 회복이 지연되는 모습이다. 실제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 월평균 수출액은 1분기(3월말) 71억달러에서 11월 78억달러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는 데 그쳤다.

한은은 향후 우리 수출이 글로벌 고금리 영향에도 ▷반도체 경기 개선 ▷신성장 산업 관련 주요국 투자확대 등으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앞으로 우리 반도체 수출은 AI 관련 수요 증가로 고대역‧고용량 제품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하반기로 갈수록 그간 부진했던 PC‧스마트폰 등의 수요도 점차 살아나면서 개선 모멘텀이 강화될 전망”이라며 “과거 회복기를 보면 우리 반도체 수출이 평균 약 28개월 동안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수출·성장세 회복의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 바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성장산업 관련 미국‧유럽연합(EU) 등의 투자 확대도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EU는 반도체 등 핵심품목의 공급망 복원력 강화 및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 등을 위한 산업정책을 추진 중인데, 이와 관련한 AI기술 발전(반도체)과 친환경 전환(전기차·배터리 등) 등을 위한 투자를 자국내에 대규모로 늘리면서 우리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가치사슬(GVC) 재편과 같은 글로벌 교역환경 변화도 우리나라 수출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미국은 고금리 지속으로 소비가 점차 둔화되겠으나 투자가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향후 대미수출이 양호한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며 “신흥국 경기가 점차 회복되는 가운데 특히 아세안5와 인도는 중국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점차 대체하면서 향후 우리 수출에서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아세안5도 중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생산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어, 향후 우리 수출도 반도체·화공품·석유제품 등 중간재를 중심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봤다.

다만 중국발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에 따른 리스크도 상존한다. 보고서는 “글로벌 고금리가 지속되고 내구재를 포함한 재화소비 회복이 더딘 점은 우리 수출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아울러 중국 부동산 경기가 정부의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부진을 지속할 경우 철강‧기계 등을 중심으로 對중 수출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moo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