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디스카운트 해소 시급하다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근본적으로 투자 환경 개선해야
(시사저널=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공매도 개선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개인과 기관투자가 간 차별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상환 기간은 90일, 담보비율은 105%를 똑같이 적용하는 식이다.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실시간 차단 시스템도 다시 검토한다. 과거에는 어렵다고 결론이 났던 일이다. 앞으로 더 논의해야 할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불법 공매도를 실제로 처벌하려면 다른 나라와의 사법 공조도 중요하다.
공매도 규제가 쏘아올린 찬반 논란
공매도는 주식을 현재 가격으로 미리 팔아서 돈을 받고, 나중에 빌린 주식으로 상환하는 방법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 우리나라에는 1996년 도입됐다. 의혹으로만 제기되던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많은 글로벌 투자은행이 해왔다는 사실이 적발되자, 금융 당국은 11월6일부터 2024년 6월까지 국내 주식시장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이유로 보는 개인투자자들은 환영하고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매도가 가진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거품 형성을 막고, 기업의 부정적 재무 정보를 주가에 반영하며, 시장의 유동성은 늘려준다. 불법 무차입 공매도는 문제지만 공매도 자체가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매수와 공매도 전략을 함께 구사하는 투자자가 많은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가 유동성 축소로 이어지면 장기적으로는 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MSCI 지수를 참조하는 자금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16조 달러다. 세계 펀드 자산의 30%에 해당하는 규모지만 현재 MSCI는 우리나라를 중국, 인도 등과 함께 신흥국으로만 분류하고 있다. 정부는 2008년부터 선진국 시장으로의 승격을 MSCI에 신청해 왔다.
하지만 공매도가 선진국지수 편입의 결정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조건으로는 흔히 경제성장 수준과 함께 주식시장 규모, 자금 유동성,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시장 접근성 등을 고려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 수준이나 주식시장 규모, 자금 유동성 부문에서는 문제가 없다. 발목을 잡는 것은 시장 접근성이다. 여러 항목이 있지만, MSCI가 한국을 선진국지수에 편입시키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원화 환전이 불편하다는 점이었다. MSCI는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23개국은 모두 역외 외환시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에는 역외 외환시장이 없고 역내 외환시장에 대한 제약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국내 은행을 통하는 일 없이 24시간 환전이 가능한 역외 외환시장 개설은 외환위기의 경험을 잊지 못하는 우리가 수용하기 쉽지 않다. MSCI 요구대로 역외 외환시장을 개설하면 환율이 급변동할 때 정부 개입이 어려워진다. 정부가 마련한 대안은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늘리는 방안이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런던의 시간에 맞춰 외환시장 마감 시간을 오후 3시30분에서 새벽 2시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 정도 대안으로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을지는 알 수 없다. 그나마 실현된 것도 아니고 계획 상태로는 평가받기도 어렵다. MSCI 역시 2023년 시장 분류 결과에서 한국 증시를 선진국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포함하지 않았다.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려면 관찰대상국에 1년 이상 올라있어야 한다. 지금은 내후년쯤에 관찰대상국에 들어가는 정도를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선진국지수에 편입된다고 해서 흔히 기대하는 것처럼 갑자기 투자자금이 많이 늘어난다는 것도 확실하지는 않다. 지수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은 12%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MSCI 지수를 기준으로 삼는 신흥국 ETF를 통해 약 134억40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돼 있다. 우리나라가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신흥국 ETF 자금은 빠진다. 물론 대신 MSCI 선진국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통해 다시 자금이 유입된다. MSCI 선진국 ETF 운용 규모는 2100억 달러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만약 MSCI 선진국 ETF에서 약 5%의 비중을 차지한다면 들어오는 자금은 106억 달러 정도 된다. 그러면 오히려 28억 달러의 자금이 빠지게 된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투자자금이 더 늘어나려면 MSCI 선진국 ETF에서 우리나라 비중이 6% 이상으로 편입되거나 MSCI 선진국 ETF 운용 규모가 더 늘어나야 한다. 선진국지수 내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율이 높지 않으면 오히려 시장에서 자금이 순유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다만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아무래도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따른 증시 변동성이 줄어들 수는 있겠다.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투자자금은 선진국보다는 신흥국에서 더 많이 빠져나간다. 신흥시장 변동성은 선진시장 변동성보다 평균적으로 55% 높다고 한다.
정책 불확실성도 풀어야 할 숙제
시장에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고질적인 한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해 한국 증시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한다. MSCI 선진국지수에 아시아권에서는 홍콩, 일본, 싱가포르 등 3개국이 포함돼 있다. 신흥시장 지수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26개국이 있다. 자랑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은 목표가 될 수 없다.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선진국지수 편입이 문제가 아니다. 목표는 우리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투자 환경 개선이고 목표를 이루면 선진국지수 편입은 따라오는 결과의 하나일 뿐이다.
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남북 대치 상황에 따른 불안한 안보 환경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저하, 열악한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에 소홀한 경영방식이 모두 이유다. 하지만 낮은 주주환원율 못지않게 당국의 일관성 없는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언제나 그렇지만 시장의 불안은 규제 자체보다는 규제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제도 개선이 충분하지 않으면 내년 6월까지인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연장과 해제를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은 시장의 불안을 키운다. 공매도 금지 자체는 문제가 아니고 필요하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합리적이어야 하고 예측이 가능한 규제라야 한다. 그게 규제의 원칙이다. 일관성 없고 투명하지 않은 정책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적 불확실성을 환영하는 투자자는 없다. 금융시장 선진화는 무슨 지수의 편입 때문이 아니라 투자자들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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