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통학차량 안전, 이대로는 안 됩니다

한겨레 입력 2023. 12. 4. 09:05 수정 2023. 12. 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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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6411의 목소리]
오전에 우리 아이들 등원 운행을 마친 18인승 전기통학차량들이 차량 전기충전을 하고 미래세대 하원 운행을 위해 주차장을 나서고 있다. 필자 제공

홍수인│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 총무국장

통학셔틀 노동자들은 어린이집, 유치원, 각급 학교, 학원, 체육시설 등 교육시설에서 미래세대의 안전수송을 담당하고 있다. 학생·교육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일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은 불안하기만 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60대 박영철(가명) 셔틀버스노동조합 조합원은 제빵 사업을 하다 한·일월드컵으로 나라가 떠들썩했던 2002년 셔틀버스 일을 시작했다. 당시 1300만원가량 하던 15인승 차량은 할부로 샀다. 목돈이 있을 리 없었기에 캐피탈사에 이자를 내야 했다. 일자리를 소개해준 브로커에게는 소개비 50만원을 줬다. 불법이지만 도리 없었다. 한달치 운행료를 줘야 하는 경우도 많다는데, 싸게 구한 셈으로 여겼다. 새로운 곳과 계약을 하려면 여전히 소개비를 줘야 하는데, 요즘은 70만원이다.

20년 남짓 흐른 지금은 유치원과 초등학생이 다니는 학원, 두곳에서 차량을 운행한다. 한곳당 받는 돈은 한달 150만원 정도이고, 연료비에 보험료와 차량 유지비 등을 제하면 실제 수입은 100만원 남짓이다. 자기 차량을 이용해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고 최저임금 정도를 버는 셈이다.

이 돈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박 조합원은 이른바 ‘쪽타임’을 뛴다. 새벽시간 중·고등학생을 등교시키고, 밤늦게는 학원에서 집으로 실어 나른다. 현행법으로는 셔틀버스 기사와 교육시설이 공동소유한 차량만 유상운송이 가능하다. ‘쪽타임’은 그렇지 않은 일이다.

2015년 통학차량 안전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정부에서는 사설 셔틀버스를 양성화한다며 차량 공동소유제를 도입했다. 교육시설을 운영하는 원장에게 셔틀버스 소유 지분 1%를 의무적으로 갖도록 해 안전운행 책임을 부과한 것인데, 그 1%로 책임을 지운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며 그 1%를 실제 원장이 지불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운행하는 학원을 옮길 경우엔 이전 학원 원장으로부터 1% 지분을 넘겨받아야 하는데, 관련 서류 절차가 제때 진행되지 않기도 한다. 시간이 중요한 셔틀기사들이 몇번이나 찾아가 독촉을 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폐업한 학원주가 잠적해 법원까지 가서 공동소유제를 풀었다는 조합원도 있다. 결국 있으나 마나 한 차량공동소유제로 불법의 굴레를 씌워 놓으니,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 조합원들은 ‘외줄타기’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우리 노조는 공동소유제가 아니라 통학차량 등록제를 요구하고 있다. ‘어린이·학생 통학 전용차량’으로 등록하고 차량과 함께 운전자를 등록해 법률이 정한 교통안전교육 등을 이수하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104조에 따른 유상운송 허가를 받아 운행하자는 것이다. 1천만 미래세대의 안전한 이동권 보장과 30만 셔틀버스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 등 사회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전기차 문제로도 혼란스럽다. 국회는 2019년 4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4년 뒤인 2023년 4월3일부터 어린이 통학버스 경유차량 사용을 제한했다. 그런데 2021년, 유예기간을 2024년 1월로 연장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8월에는 박찬대 민주당 의원 등이 유예기간을 5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러다 특별법이 없어질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단위체중당 호흡량이 2배 이상 많아 미세먼지에 취약하다. 미래세대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통학용 전기차량을 확대하려면 제대로 된 대안이 나와야 한다. 경유차량을 소유한 셔틀버스 노동자들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이렇다 할 만한 지원책도 보이지 않는데, 경유차량을 제한하는 특별법마저 없어진다는 설까지 있으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통학차량은 어린이의 안전만이 아니라 셔틀버스 노동자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유럽은 어린이 통학차량은 강화된 안전기준에 따라 제작 단계에서부터 별도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전장치를 개조하는 것에 그치는데, 비용은 셔틀버스 노동자의 몫이고 불량 개조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노조는 정부가 차제에 미래세대 건강권, 조합원의 안전과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를 미루기만 할 게 아니라 전기차 전환지원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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