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오픈AI의 샘 알트먼 해고 시도, 뭘 말하는 걸까[이경전의 행복한 AI 읽기](3)

2023. 12. 4.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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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하우스 홈페이지 초기화면 캡처



지난 11월 1일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하루에 논문 10000편을 읽는 인공지능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퓨처하우스(futurehouse.org)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미션은 과학 연구의 범위를 확장하고, 발견의 속도를 빠르게 하며, 최첨단 과학·의학 및 엔지니어링 전문 지식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반자율 AI를 구축하는 일이다. 이제 학자들이 연구하는 방법도, 교수와 교사들이 가르치는 방법도, 기업과 정부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오픈AI는 최근 GPT-4 Turbo를 선보였다. 한글로 12만 자의 명령, 영어로 약 10만 단어의 명령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기계다. GPT-4의 Browse with Bing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준다.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2조9000억원)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상 최고의 주가를 찍고 있다. 세계 1위 시가총액을 자랑하던 애플마저 곧 마이크로소프트에 1위 자리를 내줄 판이다. GPT-4의 고급 데이터 분석(Advanced Data Analytics) 기능을 써보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실무와 교육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다. GPT-4에게 엑셀 파일을 그냥 주고 분석하라고 해도, 주문자와 대화를 하면서 데이터 분석을 척척 해내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GPTs는 더욱 경악할 수준이다. 도메인 지식이나 정보가 담긴 파일을 GPT-4에 업로드하면 바로 챗봇을 만들어준다. 모 은행과 지난 6개월간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려고 연구했는데, 오픈AI가 선수를 쳐버렸다. 그냥 파일 하나만 업로드하면 누구나 바로 챗봇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바야흐로 도래한 셈이다. 이 모든 진보를 지난 한 달 사이에 사용자들이 실감하고 있다. 필자는 죽기 전에 나를 대표하는 챗봇을 만들고 죽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만들면 된다. 내가 그동안 페이스북에 쓴 글을 다 모으고, 언론 등에 쓴 글을 다 모으고, 논문과 책에 쓴 글을 다 모아 GPTs에 넣으면, 아마도 나라는 존재와 비슷한 생각과 지식을 가진 챗봇을 지금 당장에라도 만들 수 있다.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하면 이경전 챗봇과 다른 사람이 대화까지 할 수 있게 된다 하니 그저 놀라움 따름이다. 더욱 흥미로운 건 GPTs로 챗봇을 만드는 일은 챗GPT 플러스 회원, 즉 월 20달러를 내는 유료회원만 가능하다. 이 유료회원들이 만든 챗봇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역시 유료회원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러한 설정 덕분에 챗GPT 유료회원 숫자가 폭증하자, 오픈AI가 지난 11월 14일 유료회원 가입을 당분간 받지 않겠다는 발표를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렇게 오픈AI의 행보가 빨라지자, “스타트업 멸망의 날”, “오픈AI가 내 회사를 죽였다”, “오늘 많은 스타트업이 죽었다”, “오픈AI의 발표 행사는 스타트업의 장례식”이라는 등 곡소리가 국내외 산업계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오픈AI의 GPTs 발표로 패닉에 빠진 스타트업계를 보도 중인 매체들



이렇게 승승장구하며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했던 오픈AI에서 충격적인 뉴스가 한국시간으로 지난 11월 18일 토요일 새벽 날아들었다. 이렇게도 경영을 잘하던 샘 알트먼의 해고 소식이다. 인류를 위한 쿠데타라고까지 국내 언론에서 보도한 이 해프닝은 결국 샘 알트먼의 복귀로 마무리됐다. 샘 알트먼의 해고로 장외에서 폭락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은 그가 다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게 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바로 124조원어치 폭등했다. 샘 알트먼의 개인적 가치가 124조원으로 계산되는 순간이었다. 어떤 언론은 인공지능 안전성을 보장하려던 인간의 노력과 자본과의 싸움에서 자본이 승리한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X(구 트위터)사용자인 @JacquesThibs가 올린 그림. 오픈AI의 발표를 보면서, 겉으론 웃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스타트업을 묘사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블룸버그, 포브스, 포춘, 뉴욕타임스 그리고 한국의 동아일보와 중앙선데이는 샘 알트먼의 갑작스러운 해고에는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EA)라는 다소 컬트적인 이념이 뒤에 있다고 보도했다. 샘 알트먼 축출이라는 쿠데타를 주도한 이사회 3인방 모두 EA에 심취한 인사들이었다는 분석이다. EA 측 인사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모두 과학적이고 증거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들 일방의 생각이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리라는 전망은 아직은 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할 뿐, 어떤 과학적 증거나 논리가 없는 상태다.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EA)를 부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국내외 언론



그럼에도 급격히 불어난 부를 바탕으로 일부 EA주의자들은 옥스퍼드대학 등 학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해치리라는 일각의 우려를 마치 예고된 수순인 것처럼 기정사실화해서는 안 된다. 경각심을 갖고 계속 지켜보되, 흥분하지 말고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주제다.

샘 알트먼의 갑작스러운 해고 시도는 “이러다 스타트업 다 죽어”로 요약되는, 오픈AI의 독주에 따른 산업계의 패닉 반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번 쿠데타를 주도한 이사 중의 한명인 애덤 디앤젤로 쿼라(Quora)사 CEO의 경우 더욱 그런 의심을 받을 만하다. 쿼라는 네이버 지식인과 유사한,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역시 챗GPT의 출시로 그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지난 10월 이 회사는 POE라는 서비스를 새로 내놓았다. 이 서비스 역시 앞서 설명한 오픈AI의 GPTs 출시로 큰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마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처럼 일어난 사건은 하나인데 이번 샘 알트먼 해고 시도를 둘러싸고 그 해석은 매우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AI 안전과 자본의 싸움에서 과연 자본이 승리한 것인가? 아니면 컬트적 EA주의자들의 비현실적 시도가 참혹한 실패를 맞은 것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오픈AI가 독주에 따른 생성 AI 산업 전반의 경계심과 우려를 반영한 것일까?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빅데이터응용학과·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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