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성 원칙’ 뭐길래...홍콩 ELS 불완전 판매, ‘투자 권유 적정성’이 관건

김보연 기자 2023. 12.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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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해 은행의 '적합성의 원칙'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투자 권유가 적정했는지 여부가 불완전판매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투자자 상당수가 "원금 보장형인 줄 알았다", "손실 가능성을 인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은 은행이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가 부적합한 소비자에게 ELS 가입을 권유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태 파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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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 “적합성 원칙 지켜졌나 의구심”
투자 목적·경험, 재산상태 고려해 권유해야
위반 시 불완전판매 해당...손실 배상해야
“전쟁나지 않는 한 원금보장” 부당권유도 문제
그래픽=손민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해 은행의 ‘적합성의 원칙’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투자 권유가 적정했는지 여부가 불완전판매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는 투자자 상당수가 “원금 보장형인 줄 알았다”, “손실 가능성을 인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은 은행이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가 부적합한 소비자에게 ELS 가입을 권유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태 파악에 들어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홍콩 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 은행들이 금소법에 명시된 6가지 의무(설명 의무, 적합성, 적정성,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 및 과장광고 금지)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이를 위반한 사례가 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가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3년여간 1만2000대에서 6000대로 반토막이 나면서 이와 연계된 ELS 상당수는 손실을 볼 수 있는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약 16조원)의 절반인 8조3000억원가량이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데, 손실 구간에 진입한 물량은 56%(4조7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 당국이 가장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은 ‘적합성의 원칙이 지켜졌냐’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명시된 적합성의 원칙은 금융회사가 소비자의 투자 목적 및 경험, 재산 상태 등에 비춰 적합한 투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이를 권유해선 안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은행 직원이 원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하기를 희망하며 고위험 파생상품 투자 경험이 전무한 소비자에게 손실 위험이 큰 ELS 투자를 적극 권유했다면 적합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는 불완전판매에 해당하며, 금융회사는 손실에 대한 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뉴스1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29일 “은행 창구에서 ELS가 판매될 때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이 있다”고 했다. 그는 만기가 도래한 정기예금을 ELS에 재투자한 70대 고령 투자자의 사례를 들며 “은행이 약관을 설명했는지를 떠나 그런 분께 수십%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고난도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적합성 원칙상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우려되고 있는 상황(불완전판매)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책임 분담 기준을 만드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개설된 네이버 카페 ‘홍콩H지수 관련 ELS 가입자 모임’에는 “원금 보장형 상품을 원했는데 은행 직원이 ELS 가입을 유도했다”, “70대 고령인데 투자 성향이 공격형으로 나오도록 유도해 가입시켰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은행 직원들은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밖에 부당권유행위가 있었는지도 관건이다. 부당권유행위란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인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를 일컫는다.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원금 손실은 없다”는 식의 표현도 부당권유에 해당할 수 있다.

은행원들 사이에선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은행에 온 고객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을 얘기하면 아무도 ELS 가입을 안 하는데, 어떻게 있는 그대로 말하겠냐. 터질 일이 터졌다” “이번 기회에 은행에서 ELS 팔지 말아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반면 ELS 투자자의 상당수는 재투자자라는 점에서 불완전 판매가 아닐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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