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CBDC 서두르는 이유[금알못]

남주현 기자 2023. 12.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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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비트코인 시세가 하룻밤 사이 6% 넘게 급등 다시 5000만원대로 올라서며 연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2023.11.16. kgb@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주권 화폐로 우려가 됩니다.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개발의 시급성이 있습니다.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아구스틴 카스텐스 BIS(국제결제은행) 사무총장은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대담을 통해 각국 중앙은행이 CBDC개발에 적극 뛰어들 것을 당부했습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새로운 화폐를 의미합니다. 지갑 속의 현찰이 그대로 디지털 지갑 속의 현금이 되는 개념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법정 통화라는 점이 다릅니다.

중앙은행 위협하는 스테이블코인 등장

카스텐스 사무총장의 발언에는 최근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에 서두르는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암호화폐 비트코인 등장에도 꿈쩍하지 않던 중앙은행들이 최근 민간 기업들의 내놓은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 등장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높은 가치 변동성으로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의 역할에 확신을 주지 못했다면, 변동성이 적은 스테이블 코인은 다릅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법정화폐를 밀어내고 위협받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의 대표로는 1달러가 1테더로 맞춰진 ‘테더코인’이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페이팔이 미국의 핀테크 업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자체 스테이블코인인 ‘페이팔USD’를 출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을 위협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은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들이 CBDC 도입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현금 이용 감소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확산 대응을 근거로 합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지급 수단으로 자리잡으면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이 약화되고, 중앙은행의통화정책 파급력의 위축을 우려합니다. 금리 조정을 통한 정책 영향력을 민간 기업이 가질 수 있게 되는 위험성도 있겠죠.

최근 카스텐스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CBDC는 중앙은행이 가진 화폐는 신뢰를 토대로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신뢰를 다른 기관에 빌려야 한다”면서 “스테이블 코인이 믿을만한 디지털화폐가 없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면 CBDC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한은이 CBDC 발행에 서두르는 이유

그렇다면 세계 각국의 CBDC 개발 진행 상황은 어떨까요. 지난해 BIS 조사 결과 세계 86개국 중 24개국이 2030년까지 CBDC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현재 100개 국가 이상이 CBDC와 관련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네요. 바하마와 나이지리아 등 일부 국가가 범용 CBDC를 도입했지만, 극소수의 신흥국에 그칩니다.

세계 각국에서 CBDC 사업에 적극 뛰어들면서 이제는 중앙은행 간의 경쟁이 됐습니다. 이들이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국제 거래에서 자국 통화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설득력을 얻습니다.

실물 화폐 시장에서 미국의 달러가 패권을 쥐고 있다면 디지털화폐 시장에서는 아직 패권 화폐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한은 관계자는 “달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일반 화폐 시장과 달리 디지털화폐 시장에서는 선두 주자가 없다”면서 “디지털화폐의 표준이 되면 디지털화폐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때문에 호시탐탐 기축통화국 자리를 넘보는 중국이 CBDC에 가장 관심이 높은 나라로 꼽힙니다. 중국은 2014년 연구에 나서 현재 디지털 위안화(e-CNY)를 시범 사용하고 있습니다. 홍콩과 태국을 비롯해 아랍에미레이트(UAE)와도 CDBC 거래 실험에 돌입했습니다.

CBDC 발행에 미온적이던 미국도 중국이 디지털화폐 사업에 속도를 높이자, 디지털 달러화 개발에 나섰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CBDC 개발의 가속화를 요구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본격 뛰어들었습니다.한은은 2022년 CBDC 모의 실험에 나선 후 치근 2단계 상용성 검증 실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6월에는 BIS 싱가포르 혁신 허브와 함께 국가간 지급결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고, 내년 4분기 중에는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은행들이 예금토큰을 발행해 일반인 10만 명을 대상 테스트에 나섭니다.

카스텐스 총재는 한은의 CBDC 관련 실험을‘디지털원(Digital Won)’프로젝트로 명명했습니다. 한은이 추진하는 ‘디지털원’이 글로벌 ‘으뜸(One)’가는 화폐로 세계 각국 디지털화폐의 글로벌 모범 답안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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