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만 서너 대, 썰렁한 아파트 현장... "내년 서울 신규주택 공급 부족"

김민호 2023. 12. 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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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난이 닥친다]
공사비·금리 고공 행진에
입주·착공·인허가 모두 부진
지난달 28일 찾아간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 정비지구. 공사 차량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도로 건너편 공사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민호 기자

서울지하철 1·6호선이 지나는 서울 노원구 석계역에서 도보 10분이면 도착하는 역세권. 이곳에 넓이 10만5,136㎡에 달하는 커다란 공터가 있다. 2008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장위6구역’으로 2026년이면 대단지 아파트(1,637가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찾아간 현장은 조용했다. 2021년부터 주민 이주가 시작됐고 철거까지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건설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현장사무소로 남겨진 건물 1동 앞에는 승용차 서너 대만 주차돼 있었다. 올해 하반기로 예상됐던 착공 시기가 내년으로 미뤄진 탓이다.

착공 지연 원인은 공사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관계자는 “조만간 착공할 것”이라며 ‘공사비를 확정했고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시공사인 대우건설 설명은 달랐다. 원자재 가격 등이 급등한 탓에 2019년 조합과 합의한 공사비(3.3㎡당 427만 원)로는 착공이 어려웠다는 것. 대우건설은 공사비를 3.3㎡당 600만 원 정도로 인상해 달라고 최근 조합에 요청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과 공사비 협의를 최근 마무리했다"며 "이달 말로 예정된 조합 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변경안이 의결되면 공사비가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택 공급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탓에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금리까지 오른 상황이다. 건설사는 주택을 지어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최근 수년간 이어진 탓에 수도권은 당장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공사비 협상에 들어가는 사업장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를 검증받은 사업장은 2019년 2곳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32곳이, 올해는 11월 중순까지 28곳이 검증을 마쳤다.

자연히 입주가 지연될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시공단(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달 조합에 3.3㎡당 공사비를 기존 660만 원에서 898만 원으로 올리는 한편, 공사기간도 9개월가량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이다. 공사비 확정이 지연된다면 2025년 6월 예정된 2,678가구의 준공 시기가 그 다음해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골조 작업이 끝나면 내장 공사에 들어가야 하는데 마감재 가격 등이 확정되지 않으면 공기가 또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수익성이 높다고 평가받던 사업장이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은 지난달 20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했지만 입찰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조합이 제시한 3.3㎡당 공사비(730만 원)가 업계 기대보다 낮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합 설명회에 참석했던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는 그 정도 공사비로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전했다.

김문중 기자
김문중 기자

공사비 급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건설 현장에서 많이 쓰는 포틀랜드 시멘트의 경우, 2020년 10월 97.2에 그쳤던 생산자물가지수가 그해 연말부터 상승해 지난달에는 152.77까지 올랐다. 일반 철근 역시 같은 기간 115.1에서 182.97로 오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나 금융비용이 오르기 전에 민간 도급사업은 7~8%가 수익으로 남았지만 현재는 공사비가 오르며 수익률이 거의 마이너스(-) 수준”이라며 “웬만한 공사는 3.3㎡당 공사비가 700만 원은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주택 공급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전국 주택 준공 물량은 2019년(51만8,084가구)부터 지난해(41만3,798가구)까지 꾸준히 하락하더니 올해는 10월까지 27만960가구로 급감했다. 1~10월 기준 서울의 준공 물량(27만960가구)도 전년 동기(33만2,357가구)보다 18.5% 줄었다. 착공 물량 감소는 더 심각해 같은 기간 33만997가구에서 14만1,595가구로 절반 이상(57.2%) 줄었다. 인허가(27만3,918가구) 역시 36%나 감소한 탓에 앞으로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후까지 주택 공급난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전세난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빌라나 오피스텔 건축마저 위축되고 전세사기 영향으로 임차인의 아파트 선호 경향이 강해진 것도 문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며 “현재 인허가를 받은 사업장 중에도 내년에 분양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부가 분양가 인상을 강하게 규제한 결과, 서울에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조금이라도 비싸면 ‘고분양가’로 인식하는 경향이 시장에 생겼다”며 “건설사들이 분양에 적극 나서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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