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이제는 부산이 세계다

김희국 기자 입력 2023. 12. 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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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국가경쟁력 좌우…엑스포 유치활동 덕분에 ‘부산=세계’ 가능성 확인
박 시장 역할 중요한 시기

먼저 시야를 넓혀 보겠다.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유럽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와 옥스퍼드대는 21개국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낸 보고서에서 더는 서방과 비(非)서방 구도가 국제 동맹의 본보기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정치 지도자들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서로 다른 두 이념과 정치 체제가 경쟁을 벌인다고 보지만 서방은 물론 서방 이외 지역의 많은 사람은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서방과 비서방의 대립 구도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으며 안보와 무역 등 사안별로 합종연횡하는 시대로 변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인식 변화에는 한동안 ‘세계 경찰’로 불리던 미국의 영향력 감소가 어느 정도 작용했다. 현재 세계에서 두 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전격 침공으로 시작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가까이 소모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단시간에 수만 명이 숨지는 살육전이 전개되고 있다. 두 개의 전쟁에서 미국은 예전처럼 막강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시가전을 벌이기 전에 인도적 목적의 교전 중단을 여러 차례 이스라엘에 제안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전쟁 개시 46일 만에,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등 1만 4000여 명이 숨지고 3만 명 이상이 부상당한 뒤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그 휴전도 7일 만에 끝났다. 미국이 휴전 연장을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제 시야를 좁혀보자. 최근 조선일보에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됐다. 제목이 ‘과거엔 한일전이었지만, 지금은 서울·도쿄 경쟁…도시가 국가 위상 좌우’였다. 일본의 ‘모리빌딩’ 쓰지 신고 최고경영자의 인터뷰가 주요 내용이었다. 모리빌딩은 최근 20여 년간 도쿄의 낡은 도심 재개발을 주도한 도시 개발 및 부동산 업체다. 개인적으로 기사 내용보다 눈길을 끈 것은 ‘도시가 국가 위상 좌우’라는 제목이었다. 이제는 도시가 국가 경쟁력이라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이 말은 서울에 적용하면 딱 들어맞는다. 여기에 한 곳을 추가하고 싶다. 바로 부산이다. 왜 그런지 부산 시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지난달 28일 2030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결정에서 부산은 탈락했다. 애초 예상했던 결선 투표에 오르지도 못한 채 1차 투표에서 달랑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29표는 긍정과 부정 양 갈래로 무궁무진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여기서는 한 가지 해석을 끄집어낼 것이다. 부산이란 도시의 이름은 엑스포 유치 활동 덕분에 세계화됐다. 이와 관련해 부산 월드엑스포 유치를 최초로 기획했던 서병수 국회의원(전 부산시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유치 활동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나라, 또 긴밀하게 접촉하지 못했던 나라들하고 수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정부 부산시 국회 재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코리아 원팀’은 500여 일 동안 1989만1579㎞, 지구 495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뛰어다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박형준 부산시장이 앞장섰다. 전 세계에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기업들도 가세했다. 정부는 외교적 자산을 얻었으며 기업은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발굴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했다.

얼마나 이동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코리아 원팀이 전면에 내세운 건 대한민국이 아니라 부산이었다. 부산에서 엑스포를 개최하자고 전 세계를 향해 외쳤다. 프랑스 파리 국립 오페라극장과 영국 런던 피커딜리 광장, 스페인 마드리드 카야오 광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서 흘러나온 건 부산 엑스포 로고였다. 런던 주요 거리를 누빈 택시에 쓰인 글자는 ‘BUSAN’이었다. 1876년 개항 후 지금까지 부산이란 도시가 이렇게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은 적은 없다.

21세기는 이념이 아니라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질서가 형성되는 시기다. 여기에 도시가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이런 시대적 환경에서 부산은 엑스포 유치 활동을 통해 ‘부산이 세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부산이 직면한 인구 문제와 청년 유출, 경제 침체 등의 위기부터 헤쳐 나가야 한다. 부산의 미래인 가덕신공항 개항과 북항 재개발도 순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코리아 원팀’이 뛰었다면 이제는 ‘부산 원팀’이 나서야 한다. 그 원팀을 끌고 갈 박형준 시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희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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