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상속 재산 거덜낼까 걱정되면 가족 신탁 쓰세요”

최형석 기자 2023. 12. 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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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박람회 릴레이 인터뷰] 오영표 신영증권 본부장
오영표 신영증권 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효력이 불확실한 유언이나 자녀 모두에게 균등하게 나눠주는 법적 상속의 한계가 가족 신탁엔 없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낭비벽 있는 자녀가 상속 재산을 탕진할 것이 걱정되면 가족신탁을 쓰면 됩니다.”

오영표 신영증권 본부장은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 “가족신탁을 활용하면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상속·증여를 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변호사이자 법학박사로 2004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사내 변호사를 시작으로 2015년부터 신영증권에서 가족신탁을 담당하며 3000여 명 고객의 상속·증여, 가업 승계를 조언했다.

오 본부장은 오는 22~23일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열리는 ‘2024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 ‘신탁을 활용한 창의적 상속 증여’를 주제로 강연한다.

- 가족신탁이란 무엇인가?

“노후 자금 마련, 자산 및 가업 승계, 상속 분쟁 예방, 증여 재산 보존 등을 목적으로 자산을 가진 위탁자와 금융회사·법률가 등 수탁자가 맺는 계약이다. 위탁자가 명의까지 포함해 재산에 대한 일체 권한을 완전히 수탁자에게 맡기는 ‘재산 관리 도구’다. 신탁법·자본시장법에 근거하지만 당사자 간 합의가 더 중요하다.”

- 가족신탁의 장점은?

“부모 등 위탁자 뜻에 따라 재산에 대해 다양한 행위가 가능하다. 효력이 불확실한 유언이나 자녀 모두에게 균등하게 나눠주는 법적 상속의 한계가 가족신탁엔 없다. 예를 들어 낭비벽이 있는 자녀에게 상속할 때 ‘낭비자보호신탁’을 통해 월 생활비 지급 구조를 짤 수 있다. 부모 사후 자식이 10년간 회사 근무, 박사 학위 취득 등을 증명해야 상속해 주는 ‘인센티브 신탁’도 있다. 툭하면 벌어지는 형제 간 상속 분쟁도 독립된 전문가의 계획·운영에 따라 막을 수 있다. 사회적 갈등 비용이 절감되는 셈이다. 수익권증여신탁을 통해 상가 소유권은 자식에게, 임대 수익은 아내에게 주는 식으로 짜면 아내·자식에게 차례로 상속하며 세금을 두 번 내야 하는 불합리도 피할 수 있다.”

- 그 외 특색 있는 신탁은?

“부모가 치매에 걸려 제대로 판단이 어려워질 경우를 대비해 자녀를 후견인으로 지정하고 치매 발병 전 부모가 정한 대로 재산이 운영·관리되도록 미리 재산을 금융사에 신탁하는 후견신탁이 있다. 죽을 때까지 각종 비용을 지급받고 사후에는 공익 재단에 기부하게 하는 공익신탁을 설계할 수 있다. 주인이 본인 사망 후 반려동물을 위한 ‘펫 신탁’도 가능하다. 실제, 7억~8억원짜리 오피스텔을 사후에 반려견 두 마리의 생존을 위해 써달라는 신청이 들어온 적도 있다. 다만, 펫 신탁은 실제 돈을 받아 쓸 대리인이 마땅치 않아 아직까지 실시된 적은 없다.”

- 한국의 가족신탁 시장 규모는?

“3조원이 안 된다. 부동산 등 국내 전체 신탁 규모가 1100조원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2012년 개정 신탁법에 가족신탁이 도입됐지만, 아직도 변호사의 90% 이상이 잘 모를 정도다. 일본은 교육자금을 증여하는 신탁만 해도 18조원(2조엔·2020년)에 달한다. 미국은 자산가의 30%가 신탁 방식으로 상속을 한다. 한국도 고령화 시대에 이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다.”

그래픽=이철원

- 고령화 문제도 신탁으로 해결 가능한가.

“그렇다. 일본은 신탁을 통해 교육자금 1500만엔(1억3200만원), 결혼·양육자금 1000만엔(8800만원)까지 증여하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한국은 ‘부자 감세’ 논리에 갇혀 국회에서 관련 법이 표류하고 있다. 노인 재산을 유용하거나 피싱 등으로 편취하는 사기도 예방 가능하다. 수탁자인 금융사가 도장을 안 찍어주면 부동산을 팔 수 없고, 보이스피싱으로 거액을 송금하려 해도 금융사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의결권과 배당권을 나누고 지분구조를 분석해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해 가업이 원활히 승계되도록 돕기도 한다.”

- 재산 관리하는 수탁자 자격은?

“개인과 회사 모두 가능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신탁회사·은행·증권사·보험사 등 회사가 재산 수탁을 맡는다. 신탁회사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 수탁자가 상속·증여 재산을 악용할 가능성은?

“법으로 수탁자의 위·편법 행위가 금지된다. 소유 명의가 위탁자에서 수탁자로 이전되기는 하나 실질 통제권은 신탁계약에 따라 위탁자의 의지대로 이행된다. 수탁자가 임의로 운영·처분할 수 없다. 금융회사는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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