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히트친 ‘유자 약과’, 한국에 오다 [여기 힙해]

이혜운 기자 2023. 12. 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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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모델 로렌 드 그라프가 약과를 맛본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모습. /로렌 드 그라프 인스타그램

‘바짝!’ 소리와 함께 향긋한 유자 향이 올라옵니다. 찐득 달콤한 집청(시럽)과 바삭한 페이스트리 식감이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입니다. 미국 뉴욕을 휩쓴 ‘리제(Lysée)’ 이은지 셰프의 유자 약과입니다.

◇리제의 이은지 셰프

지난해 6월 맨해튼 중심가에 문을 연 리제는 한국식 디저트의 유행을 만드는 곳입니다. 한국 반찬 우엉조림에서 영감을 얻은 우엉 아이스크림, 볶음 메밀 캐러멜, 현미 크림으로 만든 기와 모양의 케이크 등이 대표적입니다. 음료도 쑥 라테, 고구마 라테, 현미 우유 등입니다. 서양식 기술에 한국 재료 한스푼!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뉴욕에서 일을 시작한 이 셰프의 시그니처입니다.

그는 원래 뉴욕 한식당 ‘정식’의 이그제큐티브 페이스트리 셰프였는데요. 그런 그가 ‘리제’를 오픈하자, 뉴요커들은 오픈 첫날부터 줄을 섰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프랑스·뉴욕을 동시에 반영하는 페이스트리 셰프의 꿈을 이룬 공간”으로 보도했습니다. 이런 독특함에 지난 9월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북 ‘라 리스트(La liste)’에서 올해의 제과상을 받았고요. 2017년 프랑스의 TV 서바이벌 프로그램 ‘다음엔 누가 위대한 파티시에가 될 것인가’ 시즌 4에서는 비유럽권 최초로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리제 이은지 셰프. /이은지 셰프 인스타그램

◇K디저트 선두주자 ‘약과’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유자 약과’입니다. ‘약과’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K디저트입니다. 원래 서양인들은 찐득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가장 힙한 것은 가장 한국적인 것!’ K팝과 K영화, K드라마에 열광하는 이들이 K푸드로 그 관심을 옮기고 있다고 하는데요.

네덜란드 모델 로렌 드 그라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약과를 먹는 모습을 올렸고요. 틱톡과 인스타그램, 유튜브에는 해외 블로거들이 약과를 먹어보는 동영상들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들의 표현으로는 “도넛의 맛있는 부분을 뭉쳐서 먹는 맛”이라고 합니다. 최근 한국을 찾는 여행객들의 ‘한국에서 꼭 사야 할 쇼핑 리스트’에도 약과가 오르고 있습니다.

삼립에서 해외 판매하는 약과. /SPC

뉴욕타임스의 음식 칼럼니스트 에릭 킴은 “약과는 꿀의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한 한국 디저트”라며 “한국에서 골든피스, 장인한과 같은 부티크 약과를 구하는 것은 뉴욕의 가장 인기있는 식당인 링컨센터의 타티아나를 예약하는 것보다 힘들다”고 했습니다. 약과를 표현하는 외국어도 ‘한국식 쌀 쿠키(Korean rice cookies)’에서 한국어 ‘약과(Yakgwa)’로 바뀌는 중입니다.

미국에서 팝업 중인 여수 언니가 만든 봄날앤 약과. /와이어드컴퍼니 인스타그램

미국, 일본 등 8개 국가에 약과를 수출하는 SPC삼립은 전년 대비 약 40% 증가했다고 합니다. 유튜버 ‘여수언니’와 와이어드컴퍼니가 만든 ‘봄날엔 약과’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부에나파크에 위치한 한인 마트에서 팝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루이비통

제가 이은지 셰프의 ‘유자 약과’를 뉴욕을 가지 않고 한국에서 맛을 본 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이비통 메종 서울’에서 열린 팝업 레스토랑 ‘우리 루이비통(Woori Louis Vuitton)’에서였습니다.

우리 루이 비통’ 총괄 셰프 조희숙(앞줄 가운데), 조은희(앞줄 좌측), 박성배(뒷줄 우측), 강민구(뒷줄 좌측), 이은지(앞줄 우측). /루이비통

그동안 루이비통은 피에르 상 보이에, 알랭 파사르, 이코이 등 해외 유명 셰프들의 팝업 레스토랑을 진행했는데요. 이번에는 한식의 지평을 넓힌 국내 최정상 셰프들과 네 번째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습니다. ‘한식공간’의 조희숙 셰프, ‘온지음’의 조은희 및 박성배 셰프,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그리고 뉴욕에서 온 리제의 이은지 셰프입니다.

이은지 셰프의 우리 다과. (왼쪽부터) 오미자, 한국배 타르트, 우리 다과. /루이비통

이날 이 셰프가 준비한 디저트는 유자 약과 외에도 약과 반죽에 잘게 다진 대추를 꿀과 계핏가루에 개서 소를 만들어 넣고 작은 송편 모양으로 빚어 튀겨내는 만두과, 고추장으로 크림을 만들어 넣은 마카롱, 한국배로 만든 타르트 등이 있었습니다. 한국배 타르트 역시 뉴욕 매장에서 잘 팔리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아삭하고 상큼한 한국배에 미국인들이 감탄한다고 하는데요.

(왼쪽부터) 우리 한 입 거리, 송로버섯 닭꼬치, 잣죽, 전병. /루이비통

‘우리 루이 비통’의 메인 요리로는 조희숙 셰프의 한식공간이 제철 나물과 함께 선보이는 ‘전병’과 온지음의 ‘백화반’, 금태 및 캐비아를 곁들인 밍글스의 ‘어만두’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온지음의 조은희 및 박성배 셰프는 “뿌리 채소 더덕, 도라지, 무와 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나물을 이용한 백화반은 하나의 색을 내며 어우러지는 이번 팝업을 형상화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루이비통 전경. /루이비통

‘우리 루이 비통’은 자연에서 오는 한국의 전통 색상인 ‘쪽빛’을 테마로, 한지의 질감을 표현한 천장 장식과 쪽빛으로 포인트를 준 우드톤의 벽 등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떡에 새기는 무늬로 모든 일이 뜻대로 잘 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은 떡살 문양을 로고로 활용하고, 문(門)을 꽃무늬로 장식하는 ‘꽃살문’ 문양에 루이 비통 고유의 모노그램 플라워 패턴을 적용하는 등 한국의 전통을 루이 비통 스타일로 재해석했습니다. 이외에도 한국의 전통적인 도자기 식기와 전통 문양을 접목한 냅킨 홀더 등 디테일한 부분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더라고요.

◇카페 무원의 ‘약과 모나카’

카페 무원의 약과 모나카. /카페 무원

이렇게 한국식 디저트를 세련되게 표현한 곳을 더 추천해드리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카페 무원’입니다. 도자기 브랜드 ‘무자기 스튜디오’의 심보근 작가가 디렉팅한 카페입니다. 들어가는 입구 손잡이부터 초록색 장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요. 주문하는 카운터도 이끼로 덮인 동산처럼 예사롭지 않습니다. 밤양갱과 약과 모나카 등이 대표 메뉴, 음료로는 팥라떼가 맛있습니다. 연말 선물세트로 구입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심보근 작가

◇지드래곤의 골든피스 약과

골든피스 약과. /최용수 디렉터

뉴욕타임스에도 난 ‘골든피스’ 약과집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습니다. 카운터부터 이름처럼 금색 약과 모양으로 만들어져있는데요. 과하지 않으면서도 브랜드색이 분명한, 와인바 ‘사브’와 ‘무드’의 브랜딩과 인테리어를 담당한 리브미 컴퍼니의 최용수 디렉터 작품입니다.

최용수 디렉터

가게 곳곳에는 약과에 들어가는 원재료가 전시돼 있고요. 손잡이는 기와 무늬로 만들었습니다. 참깨, 흑임자, 바닐라, 쑥, 헤이즐넛초코, 얼그레이 등 6종이 들어있는 ‘찹쌀약과세트’가 대표 메뉴! 오픈하기도 전에 가수 지드래곤이 나이키 행사에 사용하면서 ‘지디 약과’로 먼저 입소문을 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디즈니와 콜라보한 상품을 지난 1일부터 판매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디즈니의 미키와 미니를 타고 약과가 세계적인 디저트가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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