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우리 외교 명장면[안호영의 실사구시]

2023. 12.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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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어려움 속에 돋보인 우리정부 외교 노력
안보·경제분야 모두에서 인상 깊은 성과
엑스포 실패도 큰 성취의 밑거름 될 것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 결과 부산이 탈락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은 우리 외교의 명과 암이 분명하게 대비된 해였다. 먼저 어두운 측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격화, 가자지구 사태, 더욱 악화한 북한의 도발로 어려운 1년을 보냈다. 다른 한편, 이에 대응한 외교 노력이 돋보였다.

먼저 안보 분야다. 윤석열 대통령은 4월 국빈 방미를 통해 한미 관계를 공고히 하고, 8월에는 한·미·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3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4월 방미 시 '핵 협의 그룹' 구성을 포함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해 미국의 확장 억제 정책을 구체화했다. 그간 우리 국민들이 가져온 의구심은 이것이 미국의 일방적 결정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워싱턴 선언은 이에서 탈피해 억제 정책이 '공동 계획, 공동 이행'에 따라 이뤄질 것임을 명확히 했다. 문제는 합의 이행이다.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한·미 안보 협의회에서 '맞춤형 억제 전략'을 10년 만에 개정했는데, 신원식 국방장관은 이를 '작전적 수준'까지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올바른 방향이다. 한·미 안보 협의회를 계기로 이뤄진 '한국·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둘째, 경제·과학기술 분야다. 2018년부터 본격화한 미·중 긴장, 2020년 코비드 창궐,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 경제가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대외 개방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부는 단기적 애로 해소와 중·장기적인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많은 노력을 경주했다.

미국의 반도체법, 인플레 진정법, 그리고 EU의 유사한 법안들이 우리나라 반도체, 배터리, 전기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부분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얻었다. 단기적으로 직면한 또 하나의 큰 도전인 공급망 애로와 관련, 정부는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 (IPEF), 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등 국제적 협력 체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 하나 돋보인 것은 윤 대통령이 '1호 영업사원'임을 자처하고, 해외 방문 시마다 이를 실천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투자 포럼 참석을 준비하던 윤 대통령을 예정에도 없이 방문, 포럼 장소까지 직접 운전해 동행하면서 "다음에는 윤 대통령과 사우디에서 생산한 현대 전기차에 동승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는데, 영업사원 역할이 인상적으로 부각된 장면이었다.

중·장기적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원천 기술의 보고인 미국, 일본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윤 대통령이 4월 국빈 방미를 포함해 해외 방문 시마다 과학·기술 인사들을 만나면서 이 분야에 힘을 실어주었다.

2023년 중 많은 외교 자산을 투입한 것이 2030년 엑스포 유치 노력이었다. 큰 표차로 사우디에 패배한 것만 놓고 보자면 아쉽고, 초라한 성적이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에 다진 글로벌 외교 네트워크는 국익과 경제의 지평을 넓히는 큰 자산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노력해야 한다.

이번 유치 노력에는 기업들이 큰 역할을 했다. 한 기업 회장은 무려 50개국을 방문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들은 글로벌 인지도 강화,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확보 등의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우리나라는 몇 번의 시도 끝에 하계·동계 올림픽을 유치해 국익 신장의 기회로 활용한 바 있다. 엑스포도 실패를 더 큰 성취의 기회로 활용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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