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윤완준]尹, 왜 투표 날까지 엑스포 대패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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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유치전 막판 1차 투표에서 부산을 지지하겠다고 한 국가가 50개국 이상이라는 외교부의 분석이 대통령실에 보고됐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정원이나 외교부 등 실무 부처에서 진작 열세라는 정보와 판단이 있었는데도 이런 보고들이 대통령 귀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권 관계자는 "실무 부처의 비관적 판세가 대통령실에 들어가도 윤 대통령에게는 이런 상황이 보고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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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용 넘어서는 인적쇄신 필요
그날 오전 윤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가 담긴 담화문을 발표했다. “제 부덕의 소치” “예측이 많이 빗나갔다”는 이례적 표현들이 담겼다.
국정의 총책임자인 윤 대통령마저 부산이 경쟁 도시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크게 열세라는 걸 투표 날까지 몰랐다는 자괴감이 반영됐을 것이다.
유치전 막판 1차 투표에서 부산을 지지하겠다고 한 국가가 50개국 이상이라는 외교부의 분석이 대통령실에 보고됐다. 정부는 사우디가 물량 공세를 펼친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 가운데 부동표가 상당수 있다고 판단했다. 잘못된 판세 판단은 2차 결선 투표에서 “우리를 찍어 달라”는 잘못된 전략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각국의 투표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국가정보원의 해외 정보 역량 부실부터 문책할 듯하다. 해외 정보 파트의 대대적 인사 조치가 예상된다. 엑스포 유치 기간 김규현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해외 파트를 총괄하는 권춘택 전 국정원 1차장이 인사 문제로 파벌 싸움을 벌였다는 점을 대통령실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국정원이나 외교부 등 실무 부처에서 진작 열세라는 정보와 판단이 있었는데도 이런 보고들이 대통령 귀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산이 리야드에 대패할 수 있다는 판세 분석은 이미 9월부터 나왔다는 것이 정부 당국자들의 얘기다. 실무자들은 “근소한 열세가 아니라 최소 수십 표 차 대패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엑스포 유치가 힘들다”는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 재외공관의 분석이 외교부 본부로 보고됐다고 한다. 정부 내 엑스포 담당자들은 유치 실패가 예상되는 자리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2030년이 아니라 2035년 엑스포 유치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었으니 내년에 다시 유치를 신청하면 된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이번 유치는 어렵다는 기류가 있었다. 아프리카 국가들 정상 측에 유치를 설득했지만 사우디로부터 지원받은 자금 때문에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는 얘기도 들렸다.
여권 관계자는 “실무 부처의 비관적 판세가 대통령실에 들어가도 윤 대통령에게는 이런 상황이 보고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은 사우디보다 1년 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천문학적 오일머니를 내세운 사우디의 물량 공세에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 마음을 돌리기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평창 겨울올림픽도 2전 3기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
하지만 유치 실패 과정에서 드러난 정보 역량, 외교력 부실을 넘어 실상이 윤 대통령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상황은 심각하다.
새만금 잼버리의 총체적 준비 부실도 대통령실은 파악하지 못했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실상 대신 ‘장밋빛 보고’가 반복되고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해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대통령실 개편과 개각은 새 국정 동력을 얻기 위한 쇄신보다 내년 4월 총선에 장관과 참모들이 대거 출마하면서 이뤄진 총선용이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며 근본적 인적쇄신을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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