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트의 첫 딸기, 나는 먹지 않겠다

한겨레21 입력 2023. 12. 3. 22:18 수정 2023. 12. 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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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에서 일하는 친구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아쉽게도 그런 횡재는 없었고, 지역 농업기술센터가 스마트팜과 딸기농사를 얼마나 '밀고' 있는지는 잘 알게 됐다.

전체 교육과정 60시간 중 유독 딸기 재배 교육만 채소나 과수로 통합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강의를 배정한데다, 유일하게 강사로 초대한 농민도 딸기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사람이니 딸기 스마트팜 창농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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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들][인천 계양] 스티로폼 쓰레기 양산해도 ‘고투입 다수확’만 권하는 농정에 항의하는 마음
딸기를 먹고 싶을 때면 찾아가는 경기도 양평 최요왕 농민의 토경재배 딸기농장.

농민단체에서 일하는 친구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친구는 후식으로 나온 오렌지를 먹지 않았다. 나는 그가 남긴 오렌지를 먹으며 오렌지를 먹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자신이 농민단체에서 일하는 만큼 적어도 국산 농산물 가격을 교란하는 수입 농산물은 먹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단다.

생태적 문제를 일으키고, 재배 과정에 마약 카르텔 자금이 유입됐다는 이유로 ‘아보카도를 쓰지 않는다’고 선언한 식당이 있다는데, 윤리적 이유로 무언가 먹거나 먹지 않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요즘 나는 의식적으로 ‘땅’에서 나는 것들을 먹기로 했다. 최근 농업기술센터에서 들은 귀농·귀촌 교육과정 때문에 생긴 다짐이다.

귀농 교육을 들은 건 농업기술센터에 드나들다보면 지역 농민을 만나거나 주변 땅의 정보도 들을 수 있겠거니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아쉽게도 그런 횡재는 없었고, 지역 농업기술센터가 스마트팜과 딸기농사를 얼마나 ‘밀고’ 있는지는 잘 알게 됐다.

수업마다 스마트팜의 장점을 듣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스마트팜을 지나치게 권했고, 특히 농업컨설턴트가 강사로 나설 때마다 “로봇이 농사를 전부 지어준다”거나 “남는 시간에 여가를 즐기시라”처럼 꿈같은 말이 넘쳤다. 전체 교육과정 60시간 중 유독 딸기 재배 교육만 채소나 과수로 통합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강의를 배정한데다, 유일하게 강사로 초대한 농민도 딸기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사람이니 딸기 스마트팜 창농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딸기는 병충해가 많고 꽃 관리가 어려워 베테랑 농민도 어렵다고 손사래 치는 작물인데, 귀농을 결심한 사람이 시설을 갖추고 기계의 힘을 빌린다면 마법처럼 뚝딱 딸기농사가 쉬워질까? 같은 규모의 농장에서 딸기를 더 많이 심고 온도를 높이고 영양액을 주는 시설재배가 땅에서 키우는 토경재배보다 작업이 수월하고 생산량이 많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모두가 거액을 투자해 동일한 작물을 기르는 것이 그렇게 강조하는 ‘수익성’을 실현하는 일일까?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업소득은 농가당 948만5천원이지만 농가부채는 3502만원이다. 이런 현실에서 거액의 대출과 설비투자로 시작하는 농사를 감당하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시설을 채우는 것은 언젠가 쓰레기가 될 게 아닌가. 대부분의 시설재배는 작업 편의성을 위해 땅에서 1m 높이에 스티로폼 베드(식물을 키우기 위해 만든 틀)를 설치해 상토를 채운 뒤 딸기를 키운다. <한국농정신문>에는 이 스티로폼을 수거하는 곳이 없어 다른 지역에 버리거나 시설을 채울 때보다 더 비싼 값에 처리해야 해, 자신의 시설하우스에 스티로폼 쓰레기를 가득 쌓아놓거나 농로에 투기하는 농민들의 고충을 취재한 기사가 2021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딸기 시설재배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작물이 흡수하고 남긴 폐액의 수질오염 우려가 넘쳐나지만 제대로 된 조사나 세부 기준도 없다.

벌써 마트에는 올해의 첫 딸기가 진열됐지만 앞으로 먹지 않을 생각이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딸기 뷔페’도 포기하려는 이유는 고투입만 권하는 농업기관과 정책에 항의하는 마음에서다. 다행히 아직 주변에는 땅을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며 토경을 고집하는 농민이 남아 있다. 고투입 다수확만 권하는 사회에서 자기 뚝심을 지켜나가는 농민이 계속 있다면 그 농사를 열렬히 지지하는 소비자가 되련다.

글·사진 이아롬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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