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체인의 눈’ 띄운 한국…우주로 간 남북 군사경쟁[뉴스 분석]
‘팰컨9’, 궤도 진입·지상 교신 성공
북 군사시설 감시·정찰 핵심 전력
‘한국형 3축 체계’ 역량 강화 초석
북 “만리경 1호 운용실 가동” 주장
한국 첫 군사정찰위성이 궤도에 정상 진입해 지상과 교신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형 3축 체계 중 킬체인의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보다 앞서 첫 정찰위성을 쏘아올린 북한은 정찰위성 운영실을 가동했다고 3일 주장했다. 남북 간 우주 감시·정찰 경쟁의 막이 올랐다.
국방부와 미국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따르면 군사정찰위성 1호기(작은 사진)는 한국시간 2일 오전 3시19분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반덴버그 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실려 발사됐다. 위성은 발사된 지 약 1시간18분 만인 오전 4시37분쯤 해외 지상국과 최초로 교신하는 데 성공했고, 오전 9시47분경 국내 지상국과도 교신했다.
고도 400~600㎞ 수준의 저궤도에 안착한 정찰위성 1호기는 하루 두 차례 한반도 상공을 지나며 북한 주요 군사 시설 등을 촬영한다. 특히 적외선(IR) 카메라가 탑재돼 있어 밤에 움직이는 북한 전력도 포착할 수 있다.
앞으로 4~6개월간 위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정찰위성으로 제 기능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면 내년 상반기부터 전력화돼 본격적인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군사정찰위성은 우주에서 적의 군사 시설과 무기 체계 등을 실시간으로 내려다보는 군의 ‘눈’ 역할을 한다. 정해진 궤도를 따라 지구를 도는 만큼 정찰위성이 많을수록, 위성에 탑재된 카메라 해상도가 높을수록 구체적인 정보를 자주 획득할 수 있다.
이번 정찰위성 1호기 발사가 국내 킬체인 역량을 고도화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선제 타격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공격을 무력화하는 개념이다.
북, 러 기술 지원으로 성능 개선 가능성…군 예의 주시
군이 추진 중인 425사업은 2025년까지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탑재 위성 4기와 EO·IR 탑재 위성 1기를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AR(사)과 EO(이오)의 음을 따 사업 이름을 425로 지었다. 그중 EO·IR 위성이 이번에 발사된 정찰위성 1호기다. 425사업 1호 위성 발사관리단장을 맡은 한경호 방위사업청 본부장은 지난 2일 정찰위성 1호기가 지상국 교신에 성공한 뒤 “ 군은 한국형 3축 체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 전력이자 독자적 우주 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했다.
이로써 우주 공간에서의 남북 감시·정찰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3차 발사 만에 저궤도에 진입시켰다. 미국 백악관과 펜타곤(국방부), 괌·하와이 미군 기지 등을 촬영했다고 연일 주장한 북한은 지난 2일부터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의 ‘정찰위성운용실’을 가동했다고 이날 밝혔다.
만리경 1호에 탑재된 카메라 해상도는 1m를 훌쩍 넘는 것으로 군·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해상도가 1m 미만인 서브미터급은 돼야 정찰위성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남북 정찰위성 1호기의 성능은 한국이 높지만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 등으로 성능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군당국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은 톱다운 방식으로 밀어붙일 수 있지만 우리의 기술력과 경제력이 압도적이어서 남북 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며 “북한이 낮은 해상도로라도 한반도 상공을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에 명백한 안보 위협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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