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먹는다고 살 안 찐다…소비 높일 묘안은[친절한 식품 이야기]
지난 10년 동안 사업체 부문의 쌀 소비는 매년 0.54% 증가했습니다. 반면 가구 부문은 매년 2.21% 감소하면서 사업체와 가구 부문을 합쳐 쌀 소비는 연평균 1.80% 줄었습니다.
쌀 소비 감소는 식생활의 서구화, 건강 및 다이어트, 1인 가구 증가와 대체식품의 다양화, 노령화에 따른 식욕 저하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가구 부문의 쌀 소비는 현재 1인당 연간 56.7㎏이고, 앞으로 인구 감소, 초고령사회 진입 등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의 식품 메가 트렌드는 건강, 안전성, 고품질, 편리성 및 이들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쌀이 제1 주식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메가 트렌드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품 메가 트렌드 중 하나인 건강은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공급받는 영양소와 비만에 관한 문제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비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진 영양소는 탄수화물입니다. 쌀은 한국 국민의 주된 탄수화물 공급원이기 때문에 쌀을 비만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에서 발간한 ‘2020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은 건강하고 정상 체격인 사람의 에너지 평형에 필요한 양, 즉 에너지 필요 추정량을 하루 평균 2005㎉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만성질환 위험 감소를 위한 탄수화물 섭취 기준은 에너지 필요 추정량의 약 60%로 1203㎉가 됩니다. 한국 국민은 하루에 평균 191.8g의 쌀을 섭취하고 있으며, 이를 탄수화물 섭취량으로 계산하면 597.6㎉입니다. 즉 우리는 하루에 쌀을 먹어서 597.6㎉의 탄수화물을 공급받고 있습니다.
비만 원인으로 알려진 탄수화물은 쌀을 통해 하루에 597.6㎉를 공급받지만, 만성질환 위험 감소를 위한 탄수화물 섭취 기준인 1203㎉의 49.7%에 불과하므로 쌀이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는 정보는 잘못된 것으로 보입니다.
쌀은 해방 이후 2002년까지는 증산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이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서 국제경쟁력 강화 필요성 등으로 인해 고품질 생산으로 정책이 전환됐습니다. 이 같은 방향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식품의 기본인 안전성이라는 전제 위에 ‘밥맛’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쌀 소비를 촉진할 방안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밥을 먹기 위해서는 품종 선택과 토양 관리, 재배, 수확, 반입, 건조, 저장, 도정, 선별 및 포장 등의 공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공정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쌀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품질, 이력 등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기반 형태로 미곡종합처리장(RPC) 운영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RPC는 벼 수확 후에 반입, 건조, 저장, 도정, 포장과 소비자에게 유통되는 단계까지를 종합 관리하는 시설입니다. 이곳에서 한국 쌀 유통량의 65%를 처리합니다.
디지털화된 RPC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쌀 유통 이력과 품질 정보를 제공하고, 공정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현대화된 기술을 적용합니다. 쌀 관리를 제4차 산업혁명 흐름과 빠르게 융합해 기술혁신 시대에 맞는 새로운 RPC 구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임정호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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