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부조직법 개정, 하나의 영유아 교육체계 만들기다
지난달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보건복지부의 영유아 보육 관련 사무를 교육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이달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한 유보통합 논의는 지난 30년간 관계자들의 이해 상충으로 시동조차 걸지 못하였다. 이번 정부에서는 정부조직법부터 개정하여, 교육부가 헌법 제31조에 따라 모든 영유아가 균등하게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유보통합 여정을 책임지고 열기로 했다.
가보지 않은 길은 언제나 불안하다. 그러나 가보지 않은 길에서 새로운 미래가 열릴 수 있다. 어른들이 담대하게 가보지 않은 길을 열어갈 때, 아이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초저출생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학부모들에게 더 가중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어린이집은 보육만 하고, 유치원의 운영시간은 내가 이용하려는 시간과 맞지 않고, 좋은 기관은 집에서 멀어 아이를 보낼 수 없다. 학부모들은 평판 좋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쏠리고, 그렇지 못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없어 폐원한다. 학부모의 내일은 불안하다. 학부모가 자녀를 위한 최선의 교육기관을 찾는 것은 각자도생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복지부와 지자체는 행정 영역이 달라 학부모의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
학부모는 정부조직법 개정과 유보통합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학부모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를 보내는 곳이 어린이집이냐 유치원이냐가 아니다. 집에서 가깝고, 시설이 좋고, 아이가 머무는 동안 안전하고 따뜻하게 교육받을 수 있다면 어느 곳이라도 괜찮기 때문이다.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학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 하나의 영유아 교육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하나의 영유아 교육체계 안에서 영유아들의 수요에 따라 영아학교, 유아학교, 영유아학교 등 다양한 유형의 기관을 만들고, 학부모 요구에 따라 운영시간을 다양하게 할 수도 있다. (가칭)영유아학교는 영유아 이익의 최선에 부합하는 교육을 할 것이며, 영아는 영아답게 유아는 유아답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할 것이다.
특히 영아에게는 돌봄이 있는 교육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사의 시선으로 영아는 세상과 교감(만져보기, 바라보기 등)하는 것을, 또래를 위로하는 것을, 혼자서 밥 먹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영아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인 보육의 고유한 방식은 영유아학교에서 이어지게 될 것이다.
2022년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함께 나서 5세 초등 의무교육을 반대한 것은 유아들이 가장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이었다. 정부조직법 개정 또한 아이들이 가장 적합한 방식의 교육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영유아 교육체계를 만드는 어른들의 책임 있는 행동의 일환이다.
하나의 교육체계인 ‘영유아학교’의 교육은 ‘돌봄이 있는 교육과 교육이 있는 돌봄’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영유아학교는 아이들을 가장 안전하고 따뜻하게 교육할 것이며, 우리 시대 교육을 가장 교육답게 만들 것이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로 만들 것이다.
국회의 어른들이여,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일에 응답하라!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0m 앞 응급실 퇴짜’ 심정지 대학생 결국 숨져
- ‘의료대란’에 70대도 돌아섰다···윤 대통령 지지율 20% 취임 후 ‘최저’
- [스경X이슈] 정국의 뉴진스 응원 거센 후폭풍…누리꾼 “1~4세대 한마음”
- “무시해” 뉴진스 하니가 고발한 따돌림, ‘직장 내 괴롭힘’ 해당될까?
- [구혜영의 이면]김건희라는 비극 2
- 소송 져서 19조원 돈방석 앉게 된 아일랜드 ‘난감하네’
- 우주비행사 눈에 ‘특수 콘택트 렌즈’…폴라리스 던에 이런 임무도
- 문다혜 “인격 말살에 익숙해지고 무감해지는 사람은 없다”···검찰수사 비판
- 손흥민에 ‘인종차별 발언’ 동료 벤탄쿠르, 최대 12경기 출전 정지 징계 위기
- 김건희, 마포대교 순찰···“경청, 조치, 개선” 통치자 같은 언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