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서울의 봄
12·12 군사쿠데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사진>의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관객들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관객 대부분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나 다스릴 수 없는 슬픔을 느끼면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그때 흘러나오는 노래가 하필 군가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넋 숨져간 그때 그 자리/ 상처 입은 노송은 말을 잊었네…/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보이는가 한 맺힌 눈동자.”
김성수 감독은 ‘전선을 간다’를 편곡하여 배치함으로써 영화의 여운을 극대화한다. 장병들이 좋아하는 군가로 손꼽히는 이 곡은 1981년 발표됐다. 국방부 정훈국의 군가 및 진중 가요 공모전에서 가작으로 뽑힌 작품이다. 행진이나 구보를 하면서 부르는 보통의 군가와 달리 진행 속도도 느리고 비장미까지 느껴진다.
이 곡을 쓴 최창권(2008년 작고)은 음악사적으로 많은 족적을 남겼다. 서울대 음대 작곡과를 나와서 육군본부 군악대에서 복무했던 그는 국내 최초의 뮤지컬로 꼽히는 <살짜기 옵서예>를 썼다.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유머와 풍자가 넘치는 무대극이다. 초연 때 주연을 맡은 가수 패티김을 비롯하여 가수 김상희, 김하정 등도 주연을 맡은 바 있다. 최창권은 무대에 올릴 때마다 개작을 거듭하여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V>의 주제가도 작곡했으며, 영화 <삼포 가는 길> <어머니> <뽕> 등의 영화음악에도 참여했다. 작사가 우용삼은 국방부 공무원이었다는 설이 있지만 정확하지 않다.
‘전선을 간다’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아벤고 공수군단>의 주제가로도 쓰이면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고, 긴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최근까지도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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