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처리시한 넘긴 새해 예산안, 민생은 안중에 없나
새해 예산안이 이번에도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 내 처리되지 못했다. 쟁점 예산에 대한 입장차가 큰 데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과 관련한 공방 탓에 논의가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정기국회 종료일(오는 9일)이 약 일주일 남았지만 ‘쌍특검(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과 채모 상병 순직사건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 대치가 벌어질 것을 감안하면 회기 내 예산안 처리 가능성조차 낮아 보인다.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2014년 이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준수한 경우는 2014년, 2020년 두 해뿐이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을 어기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이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하는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3일부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657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심사했지만 쟁점 예산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국가 R&D(연구·개발) 예산,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등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느라 겨우 감액 심사만 마친 상태이다. 예산안 논의는 국회 예결위원장, 여야 간사들로 이뤄진 소(小)소위로 넘어갔다. 속기록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민원성 ‘쪽지 예산’ 창구라는 비판을 받는 소소위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에 의해 예산이 주물러질 공산이 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밀실 담합이 예상되고, 이 때문에 꼭 필요한 민생 예산이 잘려나갈 우려도 피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도 여당은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방탄, 탄핵으로 예산안 국면이 얼룩졌다”, 야당은 “여당이 방송 장악을 위해 일하는 국회를 무력화했다”며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탄핵 처리를 원인으로 꼽지만, 예산안 처리를 책임져야 할 집권여당이 야당을 설득하고 협치를 이끌어가는 데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이다. 야당 독주 탓이 아니라 정치적 사안을 예산안 및 민생법안 처리와 연계한 여당의 태도가 예산안 처리 지연의 결정적 이유 아닌가. 민주당도 민생 살리기에 적극 협력하는 자세로 원내 제1당에 걸맞은 책임 정치를 보여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벼르고 있는 쌍특검법 처리(8일 본회의),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등으로 예산안은 연말쯤이나 처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준예산(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산안 집행) 편성, 민주당의 자체 수정안 단독 처리 같은 시나리오도 각당에서 흘리고 있는데 용납하기 어렵다. 경제 위기에 고통받는 시민들의 고단한 삶을 헤아린다면 여야는 지금부터 밤을 새워서라도 회기 내 예산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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