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비후보 등록 코앞인데 선거구 획정도 못한 여야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제22대 총선 선거구 획정기준을 통보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여야 간 이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현재 기준을 그대로 제시한 임시조치다. 선관위가 5일까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 정개특위의 논의를 거친 후 본회의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12일 예비후보 등록일을 코앞에 두고 있는 만큼 선거구 획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처지다. 선거 1년 전까지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무려 8개월이나 지연된 셈이다. 총선에 적용할 기본적인 선거 규칙조차 미루고 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무책임한 태도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김 의장이 통보한 기준안은 의원 정수 300명, 지역구 정수 253명이다. 비례대표는 47석으로 지난 총선과 동일하다. 거대양당의 독식 구조를 완화하고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한 비례대표 의석 확대는 끝내 무산됐다. 여야가 준연동형 또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비례대표 의석 확대라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한 것이다.
획정위는 세차례에 걸쳐 선거구 획정기준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여야가 비례대표제 선출 방식 때문에 획정기준을 합의하지 못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총선 42일 전, 21대 총선에서는 총선 39일 전에 선거구가 획정된 것을 보면 늑장처리가 고질화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치 신인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선거구가 빨리 정해지지 않는 바람에 기성 정치인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거대양당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논의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을 위한 논의가 늦어질수록 소수정당과 정치 신인은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만다. ‘고인물 정치’가 온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국민의 정치혐오와 불신도 그에 비례해 커질 수밖에 없다.
선거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선관위와 국회는 예비후보 등록일 이전에 반드시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여야는 비례대표 선출 방식도 서둘러 합의해 유권자에게 부여된 참정권이 더 이상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이해타산을 따지며 선거법을 어긴다면 아예 전권을 가진 독립적인 기구에 선거구 획정을 맡기는 게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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