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외산제품 대체제서 시장 주인공으로 큰 의미… 우리가 애국기업이죠"

안경애 2023. 12. 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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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DBMS 한우물 기업가' 정병주 큐브리드 대표
15년전 오픈소스 DBMS로 전환
총소유비용 10분의 1로 확 낮춰
공공부문 점유율 '8.3%'에 달해
"경기침체 상황이지만 되레 기회
올해 실적 목표 달성 무난할 것"
정병주 큐브리드 대표

"'예산이 빠듯해서 외산 제품을 사기 힘드니 큐브리드 제품을 도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고객들이 가성비를 고려할수록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리는 거죠. 거기에다 클라우드 도입이 늘어나면서 오픈소스 제품에 대한 수용도가 급격하게 높아졌어요."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정병주(54·사진) 큐브리드 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큐브리드는 토종 오픈소스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기업으로, 외산 제품이 장악한 시장에서 끈질기게 입지를 다져왔다. 한국컴퓨터통신을 모태로 2006년 세워진 큐브리드는 2008년 개방과 공유를 모토로 하는 오픈소스 DBMS로 전환했다. 한때 네이버에 인수됐다가 독립한 후 정 대표가 최대주주이자 CEO(최고경영자)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회사가 공급하는 오픈소스 DBMS는 몫돈을 내고 사는 대신 누구나 다운로드해서 무료로 쓸 수 있다. 대신 기술지원이나 유지관리가 필요할 경우에만 비용을 내면 된다. 도입하는 입장에선 훨씬 유연하고 저렴하게 이용하고 TCO(총소유비용)가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에는 맞춤 지원도 한다. 이렇게 해도 제품 구매비용이 없다 보니 TCO가 외산 제품의 10분의 1도 안 된다.

AI(인공지능)가 일상화되고 디지털 기술이 전 산업에 파고들면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관리·활용하도록 돕는 DBMS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구축형 IT시스템 비중이 줄어들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DBMS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이미 클라우드 기업들이 전통 DBMS 기업을 제치고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중소 오픈소스 DBMS들의 입지도 커졌다. 국내에서 오픈소스 DBMS를 공급하는 기업은 큐브리드가 유일하다. 25년의 기술력과 오픈소스의 가성비, 지역사무소를 통한 현장 밀착지원을 강점으로 특히 공공·국방시장에서 탄탄한 고객을 확보했다.

최근 경기침체 상황에도 큐브리드는 분위기가 좋다.

정 대표는 "올해 실적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위기인데 우리에겐 오히려 기회가 왔다. 예산에 여유가 없으니 수요기관들이 국산이나 오픈소스 DBMS를 찾는 것"이라며 "영업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는 고객이 많고 전체 매출의 60%는 기존 고객에서 발생하니 꾸준히 성장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이 무조건 비싼 외산 DBMS를 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응용분야에 따라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 오라클 제품이 기능이 많고 성능이 빠르지만 분야에 따라서는 큐브리드가 유사하거나 더 빠른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SW(소프트웨어) 산업, 특히 큐브리드가 소속된 시스템SW 분야는 유행이나 변화가 그리 빠르지 않다. 그렇지만 디지털 플랫폼과 IT서비스에 주춧돌처럼 놓인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큐브리드같이 기본을 갖추고 차분히 내실을 다져가는 기술기업들이 중요한 이유다.

정 대표는 "올해라고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매년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올해는 큐브리드 11.3 버전으로 마이너 업그레이드를 했다"면서 "사용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매출은 올해 약 71억원으로 작년보다 10%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고객은 국방부, 행정안전부, 외교통상부 등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많다. 정부 IT시스템이 모여있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도 고객이다. AWS, KT, 네이버, 삼성SDS, NHN, 카카오 등 클라우드 기업의 마켓플레이스에도 제품을 등록했다.

글로벌 DBMS 시장은 약 100조원, 국내 시장은 1조 내외 규모다. 최근 이 시장의 키워드는 클라우드다. 큐브리드도 SaaS(서비스형 SW) 방식의 DBMS 개발에 착수했다.

정 대표는 "SaaS 개발 TF를 가동해서 사전 리서치부터 시작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해서 2025년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25년 된 DBMS 구조를 클라우드에 맞게 바꾸는 대공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 대표는 "기술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서비스에 필요한 모니터링, 과금 등 아키텍처 설계부터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은 DBMS 메이저 업그레이드도 이뤄지는 중요한 해다. 2021년부터 준비에 들어간 차기 버전의 핵심은 강력한 확장성이다.

정 대표는 "2025년 선보일 12 버전은 데이터의 정합성을 갖추면서 동시에 처리 가능한 데이터의 양을 키우고, 액티브·스탠바이 구조로 이중화하는 데서 나아가 삼중화·사중화도 가능한 구조로 만들 것"이라며 "이런 성능을 갖추면 대규모 서비스에 도입할 수 있게 된다. 외산 제품과 맞짱 뜰 수 있는 성능을 갖출 것"이라고 했다.

더 강해진 성능과 서비스형 제품을 들고 공공·국방에 이어 장기적으로 민간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올해로 오픈소스 전환 15년을 맞은 큐브리드 DBMS의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35만건에 달한다. 공공시장에서 계약을 맺고 쓰는 시스템은 1500개에 달하고 매년 수백개씩 늘어나고 있다. 공공부문 점유율은 약 8.3%에 달한다. 2011년 진출한 후 시장에서의 검증이 끝난 것.

DBMS는 시스템SW 중에서도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서 전세계적으로 엔진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미국·중국·독일 등 5~6개 국에 불과하다. 그런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큐브리드를 포함해 3개 기업이나 자체 DB 엔진을 보유한 특이한 경우다.

정 대표는 "자체 DB 엔진 보유 기업이 있다는 것 자체가 외산 제품에 시장을 100% 내주지 않도록 대체제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객들이 경쟁력의 핵심인 데이터를 더 저렴하게 관리하면서 순발력 있게 기술지원을 받도록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애국기업임이라고 자신한다"면서 "우리나라가 탄탄한 철강산업을 바탕으로 자동차 등 제조강국이 됐듯이 SW산업이 발전하려면 시스템SW 기반이 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회사 이익의 40%는 함께 직원들과 나눈다는 원칙을 실천에 옮기는 정 대표는 "SW산업의 핵심은 사람과 협력이다. 주변 솔루션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토종 DBMS의 생태계를 단단하게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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