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C] 이민호 e스포츠 총괄의 다짐 "팬과의 약속, 시간 걸려도 반드시 지킬 것"
1일부터 태국 방콕의 센트럴 랏프라우 BCC홀에서 PUBG 글로벌 챔피언십 2023(이하 PGC 2023) 그랜드 파이널이 진행 중이다. 전 세계에서 모인 32개 팀 중 그룹 스테이지와 승자 및 패자조, 라스트 찬스를 거쳐 생존한 16개 팀이 참여하는 그랜드 파이널은 3일에 걸쳐 배틀그라운드 세계 최강 팀을 결정짓는 PGC 2023의 마지막 이벤트다.
태국 방콕 현지에서 진행된 이민호 총괄과의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크래프톤에 합류하고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지나온 3년을 돌아볼 때 만족하는 부분이나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크래프톤에 합류하고 나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저 스스로는 여전히 콘텐츠 제작자이자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사업적 마인드를 갖추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글로벌 규모로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그런 부분이 저에게 때로는 도전이고 때로는 즐거움이고 때로는 스트레스의 원천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크래프톤에서 일 하며 좋은 점이자 힘든 점은 크래프톤이 정말 다양한 장르에서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임 외에도 퍼블리싱, 딥러닝, 메타버스, e스포츠 등 여러 사업 영역을 갖고 있다는 것은 크래프톤에서만 할 수 있는 도전이고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여전히 시행착오도 많이 하고 있지만, 그 시간 동안 e스포츠 팬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가 조금씩은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 한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이었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작년 PGC 2022의 마지막 날 2023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대한 방향성을 이야기하면서 언급했던 세 가지는 이랬다. 첫째는 글로벌 이벤트의 확장, 둘째는 '글로벌 파트너 팀' 프로그램을 위시한 구단들과의 상생, 셋째는 팬들과 호흡하는 인프라 구축이다. 2023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시점에서 이것을 조금 키워드로 바꾸어 이야기하자면 '약속'과 '상생' 두 가지인 것 같다.
저희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많은 리소스를 투자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음에도 기대만큼의 성장을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시도를 다양하게 했음에도 한 가지 길을 뚝심 있게 가지는 못했다는 점인 것 같다. 너무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 같으며 커뮤니티에서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잘 해보고자 하는 의지는 있는데 뭔가 너무 자주 바뀐다, 그래서 피로감이 느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 코로나로 인해 기존에 진행했던 대회의 형식을 많이 바꿀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있다. 작년에는 저희가 '펍지 네이션스 컵(PNC)'을 부활시켰고, 올해는 전에 하려고 했다가 코로나로 인해 못 했던 '펍지 글로벌 시리즈(PGS)'를 부활시켰다. 이렇게 팬, 그리고 커뮤니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갈 예정이다.
둘째로, 우리가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파트너 팀 프로그램을 시작해 여덟 팀을 선정했고, 팀 브랜디드 스킨도 만들고 수익도 공유하고 PGS 진출권을 부여하는 등 세계 최정상급 팀들과 동반 성장을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성과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팀 브랜디드 스킨의 매출도 괜찮은 편이었고, 지금까지 열린 주요 글로벌 대회를 모두 글로벌 파트너 팀들이 우승했기 때문이다. PGS 1은 17게이밍이, PGS 2는 소닉스가 우승했으며 PGC 2023에서도 글로벌 파트너 팀 가운데 여섯 팀이나 그랜드 파이널에 진출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발표를 했지만 아마도 내년에는 두 팀 정도 늘려서 10팀 정도로 서서히 프로그램의 규모를 늘려가려고 한다. 기존의 오픈 시스템 하에서 기존에 함께 했던 팀들에게 박탈감 주지 않도록 안정적인 운영 모델을 추구해 나갈 생각이다.
올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가 배틀그라운드 인게임의 경쟁전과 e스포츠의 동기화였다. 다양한 신규 피처와 새로운 맵이 도입됐는데 이 같은 변화가 당초 의도했던 대로 잘 반영됐다고 생각하나?
사실 이것은 크래프톤 차원에서도 많이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며 사실 저도 e스포츠와 경쟁전이 다른것에 대해 이해를 못했다. 게임을 만들면서 들이는 고민의 시간이 있는데 사실 그런 고민의 결과물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그 의도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높은 밀도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프로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말씀하신 대로 경쟁전과 e스포츠 사이의 완전환 동기화를 이뤄냈고, 우리는 내부적으로 그 결과에 대해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선수들이 일반 이용자들보다 비상호출이나 접이식 방패 등 새로운 요소들을 정말 잘 활용하고 있고, 소닉스의 '티글튼' 선수가 박격포를 이용해 경기 중에 실제로 연출했던 명장면이나, 판처파우스트 등 무기 사용도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보는 재미를 확실히 늘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유망주 수급을 위해서도 반드시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라 본다. 이제 배틀그라운드의 신규 맵 '론도'도 공개되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론도도 경쟁전과 e스포츠를 통해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하고, 론도의 진정한 재미를 프로 e스포츠 선수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전달할 생각이다.
이번 대회를 실제로 보면서 규모는 과거와 비교해서 조금 줄어든 대신 실리를 많이 고려하고, 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요소를 많이 넣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렇게 대회의 그림을 바꾼 이유는?
크래프톤 뿐만 아니라 2023년 전 세계의 e스포츠가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거품이 빠지며 모든 e스포츠가 그에 대해 고민했다고 생각하며 자연스런 흐름이라 본다. "과연 화려한 스테이지 전부인가?", "무조건 관중이 필요한가?" 등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물론 이런 고민의 시작이 자발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겠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해답이 나온다는 생각이다. 그런 과정을 저는 지속 가능한 e스포츠를 위해서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그런 작업을 시작했다. 또 저희가 더 신경을 쓴 것은 물론 선수들을 위해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되 팬들과의 접점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으로 기존과 달리 이제는 실제로 현장에서 보실 수 있듯이 매일 '팬밋업(Fan Meet-Up)' 행사를 하고 있다. 또, 지난 PNC 2023부터는 펍지 스튜디오의 개발 리더십이 현장에 와서 선수들을 직접 만나 피드백을 듣고 있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선수들도 자부심을 갖게 되고 개발팀도 피드백에 만족하고 있다. e스포츠 행사가 물론 화려한 모습도 갖춰야 하겠지만, 팬들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되어야 하고, 마케팅 도구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종합적인 팬 페스티벌로서 e스포츠 행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과하게 엄격하거나 진지한 것 보다는 팬들이 자연스럽게 와서 즐길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적절하게, 선수들의 경기 환경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이번 대회 기준으로 하루에 여섯 매치를 치르고 있으며 작년에는 하루에 5개 매치를 했다. 우리 게임의 장르적 특성 상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 수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데, 그랜드 파이널만 해도 15개 매치로 하면 운의 요소가 너무 크게 작용하고, 18개 매치는 아슬아슬한 수준이고, 24개 매치가 되면 지루해진다. 하루에 6개 매치를 하면서 비용을 포함한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하루 5개 매치를 하는 기준으로는 4개 맵이 한계치다. 다만, 맵 선정을 고정하지는 않으려고 하며 맵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경쟁전과 맞춰서 가려고 한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내년에는 상하반기에 맵 선정을 다르게 하고, 또 대회마다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본적인 맵인 에란겔는 안 바뀌겠지만 태이고나 비켄디 대신 론도가 들어가는 식이 될 수 있다. 프로 선수들은 사실 솔직히 누구보다 보수적이지만 막상 상황이 주어지면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하되 변화를 주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선수들은 선수로서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누구보다도 우리 게임과 e스포츠에 애정이 많기에 늘 좋은 의견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그 의견을 경청하겠지만 그렇다고 선수들의 의견대로만 따라가면 오히려 선수들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수동에 준비 중인 신사옥에 경기장 역할을 하는 공간을 준비 중이다. 규모가 작지 않은 공간을 준비하고 있는데, 경기장에 더해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겸하는 것을 준비 중이고 기본 설계까지는 나와있다. 우리도 자체 프로덕션 등 여러 방향 고민중인데 저는 그 시점에서 제일 효율적인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부 파트너사들로부터 투자를 많이 받고 있는데 그런 파트너십 활용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여러가지 요소들을 다 감안해서 제일 효율적인 것을 찾아서 방안 만들 계획이다.
공시를 통해 e스포츠 부문의 예산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 공개됐다. 팬들도 그런 부분 아쉬워하고 있는데, 크래프톤이 e스포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절대적인 예산의 규모가 줄었기 때문에 이전과 동일한 환경은 절대 아니지만 이것은 방향성의 문제다. 예전에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시작한 초기에는 여러 시행착오 중에 다소 무리하게 글로벌 전 지역으로 확장하며 리그를 전방위적으로 성공시키려고 애를 많이 썼다. 워낙 게임 자체가 글로벌하게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기에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했는데 그런 것들이 지속하기 쉬운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현재 과정을 밸런싱을 새롭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별 e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1회성적인 것들은 가급적 지양하려고 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성은 결국 프로 선수들이 가장 가슴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큰 목표를 줄 수 있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 답은 글로벌로 많은 대회를 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대회에서 어떤 선수가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때 '아, 이걸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기회의 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선수들이 글로벌 대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지역별 대회는 그것을 위한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역별 대회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특히 한국 등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지역별 대회만을 보고 프로 선수들이 경기를 뛸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려운 만큼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글로벌 대회가 늘어나는 만큼 지역별 대회는 줄어드나?
축소는 아니고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대회를 하다 빠지기 쉬운 함정이 결국은 예산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글로벌 대회를 늘리면 지역별 대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저희의 딜레마가 지역별로 나오는 시청 수치 등들을 합치면 굉장히 큰 수인데, 그러면 보통 지역별로 나오는 숫자를 합친 것이 글로벌 이벤트에서 나오는 숫자를 합친 것보다 커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팀 별로 팬덤이 분산되어 그런지 모르겠는데, 지역별 대회에서 나오던 숫자를 감안하면 글로벌 이벤트에서 나오는 숫자가 지금보다 더 커야 되는데 그렇게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지역별 대회를 이끌어가는 역량이 안 나오면 글로벌 대회를 아무리 해도 스토리텔링이 이어져야 하는데 그 사이에 너무 공백이 길어진다. 하반기에는 좀 그렇지 않은데 상반기에는 대회가 많지 않았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것이 내년에 주안점 가운데 하나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다수의 팀이 동시에 경기를 치르는 방식이다 보니까 시청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랜덤 요소 때문에 어렵다. 그래서 매치에 참가하는 팀들을 갈수록 소거해서 숫자를 줄이면, 그래서 강팀끼리 붙게 만드는 그림을 만들면 보는 재미를 더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방식의 개편에 대해 생각해 봤나?
우리 게임의 본질이 '생존'인데 그건 결국 '엘리미네이션(Elimination/제거)'이고 저도 내부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총 18개 매치를 3일간 진행한다고 하면, 마지막 3일차에 가서는 12매치부터는 하위 2개 팀씩 탈락을 시키자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 외에도 자기장 구도를 보고 그 매치에 치킨을 먹을 수 있겠다 싶으면 두 배의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더블업(Double-Up)' 찬스를 사용할 기회를 주는 것도 생각해 봤으며, 등급 상의 문제가 따르게 되겠지만 베팅을 하는 방식의 스트리밍 대회도 구상해본 적이 있다.
또한 관전 직관성 부분에서도 이번 대회를 통해 관전 포인트나 랜드마크 같은 부분에서 더욱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점이 조금 분산되는 느낌이 있는 것은 맞다. 실제로 이벤트 대회 같은 데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제가 크래프톤에 합류하고 처음으로 진행한 대회가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S (PGI.S) 2021' 였는데 그게 코로나가 한참 심하던 시절에 인천 영종도에서 진행했고 그때 탈락한 팀은 바로 인천 공항을 통해서 복귀하게 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었으며 선수석 LED을 통해 복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생각해 봤다.
그런데 우리 게임이 랜덤성이 있는 e스포츠다 보니까 일정 수준 이상의 공정성을 추구하기 오히려 더 전통적인 스포츠 요소를 추구하는 측면도 있기는 하다. 티밍을 우려해서 모든 선수들이 동일한 캐릭터 의상을 입고 경기를 하는데 그것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기본으로 추구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도 끊임없이 더 좋은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임팩트를 주고 개성을 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올 한해 e스포츠를 하면서 목표했던 부분을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글로벌 파트너 팀들과 상생하는 목표를 달성했고, 팀들과의 신뢰도도 확실히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초체력 부분에서 성과가 있었다. 뷰어십 차원에서도 아주 만족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확보되는 수준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임팩트를 어떻게 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남는데, 한 번에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제 PGC 뷰어십 기록은 달성했다. 그런 부분에서 진심이 닿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내년에 조금 더 데이터 기반으로 잘 해보려고 하며 어떤 부분이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 콘텐츠로서 더 좋아질 지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극적인 변화보다는, 쉽지 않았지만 체계를 갖추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e스포츠 시장이 장밋빛은 아니고 상황이 녹록치 않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고 최대한 정한 방향에서 확장성을 가져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진심이 팬 분들의 마음에 닿기를 바란다.
김형근 noarose@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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