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하자" 외치던 자승스님 한줌 재로…영결식·다비장 엄수(종합)
윤 대통령 "불교 역사에 살아 숨 쉴 것"…4일 오전까지 다비 후 습골
(서울·화성=연합뉴스) 이세원 김솔 기자 =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라지는구나."(자승스님 열반송)
지난달 29일 소신(燒身) 입적한 자승 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떠나보내는 종단장이 3일 마무리됐다.
조계종 해봉당 자승대종사 종단장 장의위원회는 이날 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소재 조계사에서 자승스님의 영결식을 엄수했다.
영결식은 종정 성파스님, 총무원장 진우스님 등 조계종 주요 인사와 한덕수 국무총리 등 정부 인사, 국회 불자모임 정각회 회장인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등 정계 인사,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를 지낸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등 타 종교인, 불교 신자 등 수천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렸다.
참가자들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표명하며 포교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진우스님은 영결사에서 "빨리 가고 늦게 가는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때가 되면 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며 "대화상의 수행력과 유훈이 하나로 결집된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는 전법포교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주경스님은 "참아보려 해도 밀려오는 안타까움과 슬픔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우리들은 스님께서 열어 보이신 길을 따라 원력 불사를 하나하나 이어갈 것"이라고 조사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독한 조사에서 "자승 큰 스님은 불교의 화쟁 정신으로 포용과 사회 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하신 한국 불교의 큰 어르신이었다"며 "스님이 걸어온 모든 순간은 한국 불교의 역사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헌화자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조은화·허다윤 학생의 유족, 전국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장으로서 복직 투쟁을 했던 김승하 씨,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에게는 자승스님이 총무원장 재직 중인 2012년 8월 만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인연을 맺고 손을 내밀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법구는 영결식을 마친 후 자승스님의 재적 본사인 경기 화성시 소재 용주사로 이운됐다.
신도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뒤따르는 가운데 노제를 거행했고, 자승스님 법구는 연화대로 모셔졌다.
스님들이 거화봉으로 불을 붙이자 법구를 둘러싼 나뭇더미에서 서서히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불자들이 연신 "나무아미타불"을 외며 애통해하는 가운데 나뭇더미가 까맣게 타들어 가며 불길이 점차 커졌다.
다비는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타고 남은 유해는 용주사 천불전에 안치된다.
49재는 5일 용주사에서 시작한다. 내년 1월 16일까지 조계사, 봉은사 등지에서 이어진다.
1954년 강원 춘천에서 출생한 자승스님은 1972년 해인사 지관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조계종 재무부장·총무부장, 중앙종회 의원 및 의장을 역임했다. 2009년 10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8년에 걸쳐 33·34대 총무원장으로서 종단을 이끌었다.
그는 한국 불교 중흥을 목표로 승려 8명과 함께 2019년 겨울 경기 하남시의 비닐하우스형 시설에서 동안거(冬安居)했다. 이를 계기로 '상월결사'라는 단체를 만들어 국내에서 '삼보사찰 천리순례' 등을 하고 올해 초에는 인도·네팔의 8대 성지를 순례했다.
자승스님은 올해 3월 상월결사 회향식에서 "부처님은 평생 최선을 다해서 중생의 이익을 위해 법을 설했는데 오늘날 우리 승가는 누구 하나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부처님 믿으라고 전법하는 이가 없다"며 "부처님 법을 전하자"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집)에서 입적했다. 이날 오후 6시 50분께 요사채에서 불이 났고 소방대원들이 진화 중 불에 탄 시신을 발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정 결과 자승스님의 법구로 확인됐다.
자승스님이 탔던 차에는 "검시할 필요 없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이라는 메모가 있었다. 그의 서울 숙소에서는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주십시요"라는 진우스님에게 보내는 글이 발견됐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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