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회없이 달렸다.아쉬움 없다" '태양의 아들'이근호의 찐프로 20년 아름다운 마무리[현장 은퇴기자회견 일문일답]

전영지 2023. 12. 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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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20년간 후회없이 달렸다. 아쉬움은 없다.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태양의 아들' 이근호(38)가 3일 '대팍 고별전' 후 기자회견에서 팬들을 향한 감사와 후배들을 향한 따뜻한 메시지를 전했다.

3일 오후 2시 DGB대구은행파크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파이널A 최종전 대구FC와 인천 유나이티드전, 2023년 K리그 1최종전인 이날 경기는 2004년 이후 20년째 그라운드에서 한결같이 헌신해온 위대한 선수, 이근호의 마지막 경기였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대팍' 앞은 이근호의 22번 푸른 유니폼을 맞춰입은 남녀노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양팀의 입장 순서, 이근호 유니폼을 맞춰입은 대구 팬들이 에스코트 속에 이근호는 올해 2월 태어난 아들 유안군을 꼭 안고 마지막 경기를 가슴에 새겼다. 한웅수 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감사패를, 대구FC 팬 엔젤클럽이 꽃다발을 전달했다. 서포터석에서 이근호의 등번호 22번 카드섹션과 함께 '태양의 아들에서 태양의 아버지로'라는 플래카드가 힘차게 나부꼈다.

전반 시작과 함께 대구가 강력한 공세로 나섰다. 맏형의 은퇴 무대, 파이널 라운드서 무승, 지난 9월 1일 강원전 1대0 승리 이후 안방에서 승리가 없는 대구는 올 시즌 역대 최다 11번째 만원 홈관중 앞에서 기필코 승리를 갖고 오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쳤다. 이날 이근호는 에드가, 고재현과 공격라인에서 좌우, 위아래를 맹렬하게 오가며 기회를 노렸다. 전반 22분, 1만2000관중의 22번 이근호를 향한 기립박수가 울려퍼졌다. 전반 34분 중원까지 내려온 이근호가 몸 던져 소유권을 지켜내는 집념을 보여줬다. 전반 40분 '왼발의 달인' 홍철의 오른발이 번뜩이더니 에드가의 '딸깍' 고공 헤더가 작렬했다. 에드가가 이근호를 향해 양팔을 활짝 펼쳤다. 이근호가 펄쩍 뛰어올랐고 에드가, 김진혁 등 후배들이 자랑스러운 선배 이근호를 번쩍 들어올렸다. 가슴 뜨거운 고별 '가마' 세리머니였다. 후반 11분 또다시 홍철의 크로스에 이어, 에드가의 헤더가 작렬하며 대구가 2-0으로 앞서나갔다. 2-0으로 앞선 후반 15분, 최원권 대구 감독이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22번 이근호가 '2004년생 막내' 박세진과 교체되는 순간 대팍은 "이근호!" 하늘빛 함성으로 물들었다. 양팀 선수들 모두 이근호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일일이 포옹하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레전드의 고별전을 한마음으로 축하했다. 벤치로 돌아온 이근호가 '원권이형' 최 감독과 사나이 포옹을 나눴다. 일진일퇴의 경기, 대구의 지지 않는 태양, 이근호 효과는 강렬했다. 에르난데스가 만회골을 넣은 인천을 상대로 2대1, 한 골차 승리를 지켜냈다.

이날 경기 직후 이근호의 마지막을 축복하는 성대한 은퇴식이 열렸다. 이근호는 "구단에서 너무 많이 준비해주셔서 개인적으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완벽했다. 구단 직원분들도 그렇고 팬들의 카드섹션과 전반 22분 기립박수는 제 평생 기억에 남을 것같다. 생각보다 더 완벽한 은퇴식이었던 것같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날 은퇴식에서 이근호는 팬, 동료, 감독, 코칭스태프들에게 담담한 고별사를 전한 직후 부모님 이야기에 그만 눈물을 쏟았다. 이에 대해 이근호는 "경기장 와서 몸풀때 살짝 울컥했다. 경기에 집중했지만 전반 22분 기립박수 때 한번 더 울컥, 후반 15분 교체로 나가기 전에 또 그런 순간이 있었다. 꿋꿋이 참았는데 결국 터졌다.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같다. 가족들이 고생한 것이 스쳐지나갔다"고 했다.

팬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를 꿈꿨고 열심히 달려왔다. 응원해주셨던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그것이 제 축구의 원동력이자 에너지가 됐다. 잘할 때 환호해주고 안좋을 때 지적해주시면서 꿋꿋이 발전하는 데 큰힘이 됐다. 오늘 오래된 팬분들,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하나하나 팬분들도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근호는 "대구의 태양은 지지 않는다. 새로운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날 선수로서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근호는 대구의 새로운 태양으로 고재현을 추천했다. "오늘 선수들이 다같이 똑같이 레트로 유니폼을 입고 나왔는데 재현이가 사인 해달라고 왔더라. 사인을 해줬는데 이름을 고재현이라고 적으려고 하는데 '태양의 손자'라고 써달라고 했다"라며 미소 지었다. "재현이는 작년에 워낙 잘했고, 올해 시즌 시작할 때 많은 이야기를 했다. '2~3년 계속 잘하는 게 중요하고 그렇게 되면 플레이에 안정적으로 할 수있다.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했는데 올해도 잘해줬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관련 부침은 있었지만 잘 이겨내고 잘해줬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다. 대구의 멋진 태양이 되길 개인적으로 응원한다"고 덕담했다.
대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오늘 마지막 경기 소감

▶저희가 스플릿라운드 들어와서 승리가 없어서 제가 너무 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해를 끼친 게 아닌가도 생각했다. 오늘 인천과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경기전부터 의미를 부여해주고 한발 더뛰겠다고 해서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하게 됐다. 너무나 감사하고 감독님,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하다. 마지막 기억을 행복하게 승리로서 남길 수 있게 해줬다. 개인적으로 완벽했다.

-최원권 감독님께서 은퇴를 많이 아쉬워하셨는데.

▶은퇴는 사실 작년부터 생각했다. 저의 몸 상태를 고려 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내년, 내후년 어떨지 알 수 없었다. 지금처럼 팬들, 선수들과 좋은 기억을 남길 시기가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올해로 마음 먹었고 감독님께는 감사할 뿐이다. 시즌 내내 정말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베테랑 선수와 어린 선수가 똑같이 할 수 없는데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선수들 앞에서 제게 힘을 불어넣어주셔서 후배들에게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들께 감사하다. 많이 아쉬워해주셔서 죄송하다.

-은퇴식은 어떠셨나.

▶대구 구단에서 너무 많이 준비해주셔서 개인적으로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완벽했다. 구단 직원분들도 그렇고 팬들의 카드섹션과 전반 22분 기립박수는 제 평생 기억에 남을 것같다. 생각보다 더 완벽한 은퇴식이었던 것같다.

-안울겠다고 했는데 은퇴식 때 부모님 이야기에 결국 눈물을 보였다.

▶경기장 와서 몸풀때 살짝 울컥했다. 경기 집중했지만 전반 22분 한번 더 울컥, 후반 15분 교체로 나가기 전에 또 그런 순간이 있었다. 꿋꿋이 참았는데 결국 터졌다. 부모님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가족들이 고생한 것이 스쳐지나갔다. 감사하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

-팬들에게 한말씀

▶너무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를 꿈꿨고 열심히 달려왔다. 응원해주셨던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그것이 제 축구의 원동력이자 에너지가 됐다. 잘할 때 환호해주고 안좋을 때 지적해주시면서 꿋꿋이 발전하는 데 큰힘이 됐다. 오늘 오래된 팬분들,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하나하나 팬분들도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감사한 마음뿐이다. 저를 위해 응원해주신 분들을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 고별전에 홍철 선수가 2도움, 에드가가 2골을 넣어줬다.

▶철이가 정말 중요할 때 2개 해준것 같다. 너무 기쁘다. 철이가 내게 와서 '내가 만들어줬다'하더라.(웃음) 너무 고맙다. 운동장 안팎에서 가깝게 지내고 있다. 마지막을 이렇게 도와줘서 고맙다. 감사하다. 에드가는 개인적으로 훌륭한 인성을 가졌다. 축구선수로 인정한다. 오늘도 기가 막힌 헤딩골을 넣어줬다. 고맙고 어젠 깜짝선물을 받았다. 축구선수 은퇴하고 사회로 나간다고 하니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펜을 선물해줬다. 멋진 펜을 선물해줬다. 고맙게 오늘 또 큰 선물(2골)을 받았다.

-은퇴 이후 계획은

▶은퇴 발표 후 제안을 많이 받았다. 지도자 제안도 받았고, 방송사 해설 제안도 있었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할 것같다. 지도자는 아직 자격증이 없어서 내년부터 준비해야 한다. 차근차근 준비하려고 한다. 해설을 제안 받았기 때문에 축구를 많이 볼 수 있을 것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구에서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

▶2007~2008년 대구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구에서 활약했고 덕분에 대표팀도 갔다. 여러팀을 갔지만 대구는 늘 감사한 팀이었다. 대구에 대한 기억이 참 좋았다. 좋은 기회로 다시 오게 됐을 때 마음을 먹었다. 작년 올해 다른 팀에서 오퍼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의미없다고 생각했다. 이곳에서 은퇴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감사드린다.

-아들 유안이가 '대팍'에 몇번 왔는데 아직 아기라서 우는 모습이 많았다. 대팍은 가족팬들이 유난히 많은데 유안이와 나중에 다시 대팍을 찾을 계획이 있는지.

▶대구는 항상 응원할 것이다. 유안이가 좀더 커서 울지 않을 때 같이 와야 할 것같다. 오늘 컨디션이 안좋았다. 아빠가 은퇴하는 걸 아는지 계속 울고 있었다. 유안이와 함께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최원권 감독님은 삼고초려 과정을 말씀하시면서 '늦둥이' 유안이가 축구를 보러 올 때까지는 선수생활을 하라고 할 때 흔들렸다고 하시던데..

▶3번을 만류하셨다. 첫번째는 말도 안된다고 하셨고, 경기력으로 이야기하자고 하셨고, 마지막 카드가 유안이었는데 감독님 경험담을 이야기하셨다. 아이 클 때까지 축구 안한 게 가장 후회가 된다고. 감독님은 내 눈동자가 흔들렸다고 하시는데 확고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웃음) 그런 생각은 하기엔 유안이가 너무나 늦둥이다. 빨리 낳았으면 좋았을 텐데. 내년이 되어도 기억을 하지 못할 것같다.(웃음).

-오늘 막상 은퇴하고 나니 섭섭한가, 아쉬운가, 후련한가.

▶오히려 섭섭함보다는 후련한 것이 있다. 당연히 팬들 앞에서 경기 못하고 느낌을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20년간 후회없이 달려왔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쉬움도 후회도 없다. 한달 지나면 후회 할지도 모르지만 (웃음) 일단 지금은 잘 마무리한 것같다.

-대구의 태양은 지지 않는다. 다시 또 새로운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새로운 태양'을 추천한다면?

▶예상하시겠지만 고재현 선수를 꼽고 싶다. 오늘 선수들이 다같이 똑같이 레트로 유니폼을 입고 나왔는데 재현이가 사인 해달라고 왔더라. 사인을 해줬는데 이름을 고재현이라고 적으려고 하는데 '태양의 손자'라고 써달라고 했다. 재현이는 작년에 워낙 잘했고, 올해 시즌 시작할 때 많은 이야기를 했다. 2~3년 계속 잘하는 게 중요하고 그렇게 되면 플레이에 안정적으로 할 수있다.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했는데 정말 올해도 잘해줬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관련 부침은 있었지만 잘 이겨내고 잘해줬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다. 대구의 멋진 태양이 되길 개인적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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