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늉만 냈던 임시투자세액공제 … 연장해서 기업투자 물꼬를

김정환 기자(flame@mk.co.kr),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3. 12. 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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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활성화로 성장 복원
올 투자증가분 10% 환급
세액공제 한시 적용했지만
"갑자기 연내 투자 못늘려"
설비투자 0.4% 줄어들 판
임시투자 稅혜택 2년 연장
GDP 증가율 2.7배 늘 듯

제조 대기업 A사는 올해 신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계획했지만 투자 증가분에 대해 10% 세금을 돌려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 혜택을 받지 못했다.

임투 혜택을 보려면 반드시 올해 안에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데 고금리 환경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당장 투자를 집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사 임원은 "대규모 투자에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정부가 투자를 늘리라고 올해 한시적으로 세제 혜택을 부여했는데 1년 안에 갑자기 투자를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경제계에서는 2기 경제팀 당면과제로 투자의 물꼬 확대를 주문한다. 대표적으로 올해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임투를 내년 이후로 연장해 투자 효과를 촉진할 필요성을 거론한다.

정부는 올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을 끌어오기 위해 연내에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면 투자 증가분의 10%에 달하는 세금을 돌려주는 임투를 12년 만에 재도입했다.

현재 반도체·전기차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에 투자하는 대·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신성장·원천기술은 6~18%, 일반시설투자는 3~12% 공제율을 적용한다. 여기에 올해 3월 말 국회에서 K칩스법(조세특례법 개정안)이 통과하며 올해에 한해 직전 3년간 평균 투자액 초과분에 대해 10%를 추가 공제해주는 임투가 더해졌다.

문제는 임투가 실제 투자가 이뤄져 대금을 지급하는 시기를 기준으로 세액공제액을 산정한다는 점이다. 올해 경영 환경과 자금 조달 사정이 안 좋아져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당장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적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

기업 투자가 한계에 봉착하며 투자 온도는 여전히 영하권이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는 0.4% 줄어 지난해(-0.9%)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권에 머물 전망이다.

대형 제조업체 B사 관계자는 "올해에만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임투를 내년까지 연장하면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세울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투자액도 더 늘릴 수 있다"며 "세액공제 혜택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경영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임투 적용 기간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대기업 임원은 "올해 상반기 수출 부진에 고금리·고물가를 비롯한 불확실성이 커서 투자에 나설 정도로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다"며 "금리가 낮아지고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내년 상황을 보고 있는데 임투 혜택이 내년까지 연장된다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유인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도 2기 경제팀이 실질적 투자 활성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저성장 구조가 굳어지는 상황"이라며 "투자세액공제를 통해 기업 투자의 동력을 높이는 게 가장 필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성장동력 확대의 분기점을 맞은 상태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겹쳤다"며 "성장과 고용을 잡기 위해 어느 때보다 기업 투자가 중요해졌고 임투 연장을 통해 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에서는 국내 투자를 실효성 있게 높이기 위해 임투 기간을 올해 1년에서 추가로 2~3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제인협회가 임투 적용 기간에 따른 경제 효과를 분석한 결과 현재 1년만 한시적으로 운용 중인 임투가 2년 연장돼 총 3년으로 설정하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나타나는 효과가 2.7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만 임투를 적용하면 GDP와 소비는 각각 0.12%, 0.16% 늘어난다. 하지만 세제 혜택 기간이 총 3년이 되면 GDP와 소비는 각각 0.31%, 0.42%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투자의 동력을 끌어오기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임투를 적용한 것"이라며 "일단 기업의 최종 투자 실적과 세수 여건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투자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투자를 통해 경기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세수를 확보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에서는 투자나 임금 증가 등에 쓰이지 않는 사내유보금에 20% 세율로 과세하는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투상세)도 투자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김정환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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