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30㎝ 물체까지 식별"… '킬체인의 눈' 한국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
우리 군이 2일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 2014년 '425 사업' 추진 결정 이후 10년 만이다. 지금까지는 북한의 이상징후 포착을 미국 정찰 자산에 의존해 왔지만, 앞으로는 독자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면서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인 킬체인 역량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남북은 11일 간격으로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리고 추가 발사계획까지 공개하는 등 본격적인 우주 경쟁 시대를 예고했다.
내년 상반기 전력화… 북 도발 전 선제타격 역량 강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2일 오전 3시 19분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팰컨9'에 탑재해 발사한 독자 정찰위성 1호기가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했다. 발사 14분 만인 3시 33분 우주 궤도에 정상 진입했고, 4시 37분 노르웨이 지상국과의 첫 교신에 성공했다. 오전 9시 47분에는 국내 지상국과 정상적으로 교신했다. 1호기는 4~6개월간 촬영 품질 등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 전력화할 예정이다.
우리 군의 정찰위성 확보는 대북 감시 역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지금껏 군은 미국의 정찰위성 영상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공유받고 있었지만, 운용 측면에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한국형 3축 체계 중 핵심인 킬체인(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포착해 선제 타격)이 제 역할을 하려면 북한의 이상징후를 사전에 파악하는 역량은 필수적이다. 국방부는 "군 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으로 군은 독자적인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했다"며 "한국형 3축 체계의 기반이 되는 킬체인 역량 강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구공 크기 물체까지 식별… 북 위성 성능의 10배·세계 5위권
고도 400~600㎞의 저궤도를 도는 1호기에 탑재된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촬영 장비의 해상도는 0.3m급으로 알려졌다. 농구공만 한 지상 30㎝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어 북한 주요 군사시설의 동향을 세밀히 정찰할 수 있다. 1호기는 하루 2차례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데, 야간에도 IR 카메라를 이용해 북한 전력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 북한이 감시의 눈을 피해 주로 야간에 이동작전을 펼치는 것도 포착할 수 있는 셈이다.
남북은 비슷한 시기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지만, 성능 면에서는 격차가 크다. 북한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1~3m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위성이 북한보다 10배가량 정밀한 셈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1호기의 성능은 세계 5위 이내로 판단한다"며 "2012년 발사한 다목적 관측위성 아리랑 위성 3호보다 훨씬 정밀하다"고 밝혔다. 아리랑 3호의 해상도는 70㎝급이다.
초소형위성체계 갖추면 감시 주기 30분 이내
남북은 위성 추가 발사 계획을 밝히고 있어 우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군 당국은 2025년까지 4기의 위성을 추가로 발사할 계획이다. 모두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어 쏘아 올릴 예정이다. 2호기부터 EO·IR 촬영 장비 대신 고성능 영상레이더(SAR)가 탑재된다. SAR은 전자파를 지상으로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합성해 영상으로 만드는데, 날씨가 흐리더라도 정찰에 제한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EO·IR 위성은 날씨 영향을 받지만 이미지가 선명한 것이 장점이다. 정찰위성 5기를 모두 확보할 경우 우리 군은 북한의 특정 지점을 2시간 단위로 감시·정찰할 수 있다.
초소형위성체계도 갖춰질 전망이다. 국방부는 "신속한 징후 감시와 조기경보를 위한 초소형위성체계 사업도 개발 진행 중"이라며 "군정찰위성과 초소형위성체계의 상호보완적 운용으로 군 독자적 감시정찰자산의 역량을 극대화해 북한 경쟁 구도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초소형위성 30여 기 등을 추가 발사해 대북 감시 주기를 30분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북한도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위성 추가 발사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만리경 1호' 발사 성공 이후 "다양한 정찰위성을 더 많이 발사해 적에 대한 대응 태세를 높여가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은 향후 발사할 위성체에 러시아의 광학기술을 지원받아 해상도를 끌어올리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찰 역량을 둘러싼 한미와 북러 간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대 수석 아들도 시력장애 아내도 의문사... '서울의 봄' 참군인들의 비극적 삶
- "아홉살 동원이는 떠났는데, 겨우 징역 5년"… '강남 스쿨존 사고' 父 절규
- 엄정화 "암 수술 후 성대 마비... 목 뜯어내고 싶을 때도"
- 이번엔 중국 게임 작화가에 "너 페미지"... 반복되는 '사이버불링'
- 트럼프 "김정은, 나 좋아해… 바이든과는 대화 안 할 것"
- 독감 이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코로나발 면역력 저하에 호흡기질환 역대급 유행
- 이동건, '흉기 피습 사망' 동생 아픈 기억 "엄마부터 찾았다"
- "생일까지 버텨줘서 고마워"…'강남 롤스로이스' 피해 유족의 울분
- 데프콘, '나솔' 16기에 "언급 금지, 너무 시끄러워"...정색 ('나솔사계')
- '축구 명가' 수원 삼성의 2부리그 강등 충격...예견된 몰락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