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인구감소에 대응한 日산토리의 술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입력 2023. 12. 3. 17:00 수정 2024. 1. 3. 15: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21일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위스키 '라프로익' 한 병을 선물했다.

스코틀랜드의 피트(Peat) 위스키를 대표하는 라프로익은 영국 왕실 문양이 그려져 있지만 소유주는 일본 기업 '산토리'다.

라프로익은 100년 기업 산토리가 일본 인구감소와 내수시장 위축에 응전한 결과물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위스키 '라프로익' 한 병을 선물했다. 스코틀랜드의 피트(Peat) 위스키를 대표하는 라프로익은 영국 왕실 문양이 그려져 있지만 소유주는 일본 기업 '산토리'다.

일본 기업이 어떻게 영국 왕이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위스키를 소유하게 됐을까. 라프로익은 100년 기업 산토리가 일본 인구감소와 내수시장 위축에 응전한 결과물이다. 산토리의 창업자 '도리이 신지로'는 1899년 수입와인 판매점을 오사카에 열었다. 그는 1923년 일본의 첫 몰트위스키 양조장인 야마자키를 설립한다. 올해가 100주년 되는 해였다. 이어 일본 최초의 싱글 몰트위스키를 출시하면서 자신의 성인 도리이와 태양(Sun)을 붙여 산토리(Suntory)라고 이름을 지었다.

일본 위스키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히비키, 야마자키, 하쿠슈가 모두 산토리 제품이다. 한국의 MZ세대에 하이볼 열풍을 가져온 가쿠빈도 산토리가 만들었다. 가수 최백호가 부른 '낭만에 대하여'에 나온 '도라지 위스키'는 토리스 위스키의 짝퉁이었다. 토리스 위스키는 산토리 창업자 도리이 신지로의 위스키란 뜻이다. 지금도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다.

100년 기업 산토리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일본의 인구감소와 내수시장 위축이라는 구조적 위기였다. 비상장 기업으로 가족경영 체제인 산토리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다. 산토리는 2014년 미국 버번위스키 '빔(Beam)'을 160억달러(약 20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사명도 빔산토리로 바꿨다. 앞서 빔은 2005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예찬한 스코틀랜드 아일러섬의 위스키를 인수하는데 그게 바로 이번에 윤 대통령이 선물 받은 라프로익이다. 산토리가 빔을 인수하면서 라프로익도 산토리 소유가 됐다.

아일러섬의 위스키는 정로환 또는 병원 소독약 냄새라고 불리는 독특한 '피트' 향이 특징이다. 소독약 향이 강해 미국 금주법 시절 의약품으로 미국에 수출됐을 정도다. 이 독특한 매력 때문에 영국 국왕을 비롯한 전 세계 소비자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산토리는 2022년 매출 2조7000억엔(약 2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하이트진로(2조4976억원)의 10배 수준이다. 특히 산토리 매출은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위스키 열풍 속에 산토리는 위스키 다음으로 글로벌 주류시장을 공략할 품목으로 '테킬라'를 선정하고 관련 기업 인수에 집중하고 있다. 미래에 팔 위스키를 지금 숙성시키듯 후계자도 미리 양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하며 해외시장을 확장 중인 산토리의 전략은 한국 소비재 기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 역시 인구감소와 내수시장 위축을 경험하며 일본과 같은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한국의 소비재 브랜드를 알리는 데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롯데, 신세계, CJ 등이 한국 소비자에겐 친숙해도 글로벌 소비자에겐 낯설 수 있다. 기존 브랜드를 글로벌화하는 것과 동시에 경쟁력 있는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발굴,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라프로익처럼 전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이 확실하면서도 뚜렷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브랜드가 대상이다.

'이길 수 없으면 사버려라'라는 전략이 글로벌 소비재 시장에선 더 현실적이다.

[김기정 (컨슈머) 전문기자]

Copyright©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