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도 넘은 거대 양당의 무책임

2023. 12. 3. 1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는 정치개혁이다.

정치개혁의 초점은 제도와 시스템 개혁에 두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양당이 표심을 얻을 심산으로 국회의원 물갈이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회의원 300명을 모두 바꾸어도 제도개혁이 없다면 우리 정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개점휴업 상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망국병 수준 적대적 대립정치
풀어낼 고리는 타협의 다당제
다시 병립형 회귀는 역사퇴행
중대선거구 등 도입 결단해야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는 정치개혁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국민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내전을 치르는 위기 상황이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대립정치 폐해가 망국병 수준이다. 이처럼 정치가 계속 사회 곳곳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국민의 역동성을 끌어내린다면 국가 발전은 결국 여기에서 멈출 것이다. 정치개혁을 통해 나라의 기본과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갈등의 양당 독과점 정치를 타협의 다당제 협치로 바꾸는 정치개혁이 곧 국가 개조의 길이다. 정치개혁의 초점은 제도와 시스템 개혁에 두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양당이 표심을 얻을 심산으로 국회의원 물갈이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회의원 300명을 모두 바꾸어도 제도개혁이 없다면 우리 정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제도의 틀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정치제도가 잘못되면 좋은 정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치제도 중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는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선거제도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내년 총선 이후에 새로운 정치세력이 추진해야 할 과제다. 지금은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예비후보 등록일이 10일도 남지 않아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확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런데도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개점휴업 상태다.

선거가 임박한 막바지에 가서 자기들 입맛대로 고치기 위한 상습적 전략이다. 공직선거법의 선거일 1년 전 확정 규정에도 불구하고, 19대·20대·21대 총선에서 선거구가 각각 선거일 44일 전, 42일 전, 39일 전에야 확정된 전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전체 의석 300석 중 소선거구제로 253석을 뽑고, 나머지 30석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그리고 17명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선출한다. 21대 총선에서 거대 양당은 전체 의석의 84%를 소선거구제로 선출함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할 수 없게 되자,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지 않고 이른바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꼼수를 통해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무력화되었고 군소 정당의 몰락과 거대 양당의 대립정치 격화, 지역 패권주의 심화, 사표 증가, 팬덤정치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거대 양당이 조금이라도 역사의식과 책임감이 있다면 중대선거구제나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 길이 극단적 대립정치의 청산과 정치연합의 협치를 통해 한국 정치를 정상화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양당이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해 현행 소선거구제는 그대로 두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검토하고 있다.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 이익만 챙기는 양대 카르텔 정당의 몰염치와 무책임이 도를 넘었다. 뜻있는 사람들이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해서라도 정치개혁을 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꼼수 '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핑계에 불과하다. 위성정당은 지역구 후보가 얻은 득표와 정당 득표를 합산한 결과를 기준으로 정당별 배분 의석수를 정하면 해결될 문제다. 지역구 득표만 얻는 모(母)정당과 정당 득표만 얻는 위성정당 모두 원하는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의장과 양당 대표는 국민 의사가 선거 결과에 공정하게 반영되고 협치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비례성 강화, 표의 등가성 확보, 패거리 정치와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선거제도를 바로 확정해야 한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기득권 지키기이며 역사적 퇴행임을 명심하고 국가 미래와 다음 세대를 보고 결단해주길 바란다. 국익보다 자당 이익을 우선시하는 자는 국가 지도자감이 아니다.

[이용섭 전 광주광역시장·국회의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