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600조원 시장 잡을 이 기술은…
SK에코플랜트 폐배터리 4대 핵심기술 개발
니켈·코발트 원자재 회수율, 업계 최고 수준
건설사에서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 중인 SK에코플랜트(前 SK건설)가 폐배터리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최근엔 ‘폐배터리 4대 핵심기술’을 발표하며 특허출원에도 나섰는데요. 니켈·코발트·리튬 등 원자재 회수율 고도화·고성능 용매추출제 개발·폐수 저감·화재방지 고속방전 등이 골자입니다.
폐배터리 시장이 급성장 궤도에 오른만큼 관련 신기술엔 업계 이목이 집중됩니다. SNE리서치는 폐배터리 시장이 오는 2025년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후 매년 33%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 70조원, 2040년 230조원, 2050년엔 600조원 규모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오늘은 SK에코플랜트가 개발한 기술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회수율 97%·순도 99.9%…광물 국산화 기대
우선 SK에코플랜트는 폐배터리서 추출되는 니켈·코발트 회수율과 순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통상 배터리 재활용 업계 내 니켈·코발트 회수율은 95% 내외로 알려지는데, SK에코플랜트 기술을 통한 회수율은 97%로 확인됐습니다. 아울러 순도는 99.9%에 달했죠.
폐배터리에 포함된 니켈·코발트·망간 등 금속들은 성질이 매우 유사해 분리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각각을 분리하기 위해선 물질 및 온도 제어 등 조건 최적화가 필요해 공정 난이도가 매우 높은데요.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하게 함으로써 고순도 금속을 추출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울러 해당 수치는 실제 배터리 제조에 쓰이는 광물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양극재 소재인 니켈과 코발트의 수입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임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을 통해 소재 국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
회수율 수치보다 더 중요한 건 실제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인지 그 여부입니다. 단순 회수율만 높이기 위해선 공정 반복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운영비와 투자비가 상승함으로써 결국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때문에 SK에코플랜트의 해당 기술은 최소 공정으로 고회수율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술 개발로 환경 이슈까지 해결
고성능 용매추출제를 개발, 용매추출 과정서 사용되는 용수량을 절반가량 줄이는 성과도 냈습니다.
용매추출제는 원하는 금속과 선택적으로 결합했다가 분리되는 특성이 필요한데요. SK에코플랜트는 특정 분자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점에 착안해 배터리 내 금속을 선택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추출제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추출제를 이용하면 추출 과정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양도 줄일 수 있는데요. 이는 곧 용수량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물질 특성을 사전 확인·예측하는 모델링을 통해 최소한의 용수를 이용, 추출의 효율성을 높이는 개념입니다. 자체 실험을 통해 기존 추출제 대비 최대 50%의 용수 사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배터리 방전 기술 고도화에도 성공했습니다. ‘폐배터리 방전작업’은 희소금속 추출 전 진행되는 필수단계입니다. 완전 방전이 되지 않으면 화재 및 폭발 위험성이 있어 해당 공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폐배터리를 완전히 방전시키는 데는 하루 남짓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SK에코플랜트는 최대 49분까지 단축하는 기록을 냈습니다.
AI로 방전기술 고도화 ‘하루→49분’
방전에는 크게 염수를 사용하는 ‘습식 방전’과 전기장치를 사용하는 ‘건식 방전’ 등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기존 업계서 주로 사용하던 방식은 습식 방전인데요. 폐배터리를 전해질인 염수에 담궈 자연적으로 전류가 흐르게 해 방전시키는 방법입니다. 다만 시간이 수일 걸리고, 배터리 내용물이 오염돼 추가적인 분리 공정이 동반됨으로써 처리 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건식 방전을 이용하면 완전 방전에 통상 하루 남짓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완전 방전이 되지 않았을 경우엔 화재 위험이 있어 안전성 측면서 단점을 갖고 있어요.
이러한 기존 방식의 한계 보완을 위해 SK에코플랜트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했습니다. 이를 적용함으로써 사전에 ‘쇼트’를 없앤 게 주효했습니다. 일종의 전류 충돌인 쇼트는 감전·폭발 등의 원인인데요. AI 기술로 배터리를 완전히 불능화시켜 화재 위험을 크게 낮췄고, 동시에 방전 시간도 1시간 이내로 단축했습니다.
SK에코플랜트의 산학연 협력도 눈에 띄는 포인트입니다. 이번 4대 핵심기술 모두 연구 협력을 통해 이뤄낸 성과이기도 한데요. 원자재 회수율 고도화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고성능 용매 추출제 및 폐수 저감기술은 성균관대학교, 화재방지 고속방전은 카이스트와 함께 각 성과를 도출해 냈죠.
SK에코플랜트는 앞으로도 기술혁신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추진할 것이란 계획입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내부 연구기관에서의 연구개발뿐 아니라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연계해 개발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이어갈 것”이라며 “좋은 기술·아이디어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후 개발 여건이 마땅치 않은 학계 사례도 있어 당사가 함께 실증과 상용화까지 연결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폐배터리 외 연료전지 응용 기술 및 수처리 기술 등 다양한 분야서 지속적 발굴을 통해 성과를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해당 4대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등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확보한 기술은 파일럿 공장을 운영해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이후 실증 사업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향상시키는 작업을 거쳐 오는 2025년 준공 목표인 경주 SK에코플랜트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에 적용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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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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