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몸값 방'의 교훈

입력 2023. 12. 3. 16:42 수정 2023. 12. 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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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TV를 통해 페루의 카하마르카라는 도시를 본 적이 있다.

이 도시에는 '몸값 방(Ransom room)'이라는 유적지가 있는데 이곳이 이렇게 특이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400년 전 스페인 정복자 피사로가 잉카제국의 황제를 생포한 뒤 몸값을 협상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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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연히 TV를 통해 페루의 카하마르카라는 도시를 본 적이 있다. 이 도시에는 '몸값 방(Ransom room)'이라는 유적지가 있는데 이곳이 이렇게 특이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400년 전 스페인 정복자 피사로가 잉카제국의 황제를 생포한 뒤 몸값을 협상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포로가 된 황제는 스페인 사람들에게 자신의 석방 대가로 방을 가득 채울 만큼의 황금과 그 두 배만큼의 은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결국 스페인 사람들은 그를 죽이고 이후 수백 년에 걸쳐 훨씬 많은 양의 금과 은을 착취했다.

당시 잉카제국의 황제는 침략자들과 싸우기 위해 직접 8만명의 군인을 이끌고 왔으나 허망하게도 고작 168명의 스페인 군대에 패배하고 본인은 포로가 되어버렸다. 절대적인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이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은 우수한 총기와 금속 무기, 그리고 말(馬)과 천연두였다.

이 사건은 세계적 석학인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저서인 '총, 균, 쇠'에서 가장 극단적인 문명 간 충돌의 모습으로 언급됐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어렵지 않게 다양한 집단의 충돌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충돌의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가 기술이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다.

오늘날의 기술은 국가뿐 아니라 산업과 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카세트테이프에서 CD, MP3 파일, 그리고 스트리밍으로 이어진 음원 산업의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많은 기업이 사라졌으며, 2000년대까지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에 있던 일본, 중국의 기업과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애플과 구글, 아마존, 그리고 엔비디아 같은 테크기업들로 완전히 교체되었다.

은행 산업 역시 기술 발전이 몰고 온 변화에 직면해 있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 은행들은 디지털과 플랫폼, 신사업으로 무장한 새로운 경쟁자들을 마주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기업들은 간편한 인증과 조회, 단순한 송금 절차 등의 편리한 서비스와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다행스럽게도 이 경쟁자들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더욱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다. 자체적인 기술 연구와 인력 확보에 대한 강한 동기 부여를 받음은 물론 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추진하거나 때로는 전체 서비스나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수협은행도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은행의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연구하고 직원들을 육성하고 있으며, 외부의 신기술을 신속하게 사업에 접목하기 위해 다양한 핀테크 및 이종산업 기업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기술이 가장 빠르게 급변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 촉망받던 기술들이 어느새 평범해져 버리기도 하고, 채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글로벌 기업들의 순위가 완전히 뒤바뀌기도 한다.

화약과 금속의 시대, 도끼와 창을 믿다 포로가 되어 자신의 몸값을 정했던 잉카 황제의 비참함을 돌아보며 은행의 미래를 바꿀 유망 기술, 미래의 '총, 균, 쇠'를 한번 더 생각해본다.

[강신숙 Sh수협은행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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