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라면 나폴레옹처럼?…술 마시기, 한번 따라 해봤습니다 [김기정의 와인클럽]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입력 2023. 12. 3. 16:30 수정 2023. 12. 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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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의 와인클럽 27- 사브라주(Sabrage)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나폴레옹’이 12월6일 개봉합니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나폴레옹의 발자취는 여러 작가와 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중 하나가 ‘샴페인’과 관련한 이야기들입니다. 이번 주 김기정의 ‘와인클럽’은 나폴레옹 부대가 샴페인을 마실 때 사용했던 ‘사브라주’(Sabrage)와 관한 이야기입니다. 기자가 직접 사브라주에 도전해 봤습니다.

나폴레옹은 언제 샴페인을 마셨을까
자크 루이 다비드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나폴레옹이 외칩니다. “샴페인, 전쟁에서 승리하면 마실 자격이 있기 때문에, 패배하면 필요하니까 마신다.”

하지만 이 문장을 나폴레옹이 직접 말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나폴레옹이 샴페인을 즐겨 마셨다는 기록도 찾기 힘듭니다. 나폴레옹은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로 만든 샹베르탱을 즐겨 마셨습니다. 나폴레옹과 샹베르탱과 관련한 스토리는 김기정의 와인클럽 17회에서 다뤘습니다. 여기를 클릭하면 다시 읽어볼 수 있습니다. ☞ [김기정의 와인클럽 - 17] 나폴레옹의 와인 ‘샹베르탱’

분명한 건 나폴레옹의 군대는 원정 기간 엄청난 양의 와인을 마셨다는 겁니다.

나폴레옹의 부대에는 최정예 경기병인 후사르(Hussars) 부대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세이버(Sabre·사브르) 칼로 샴페인의 병을 개봉해 마시는 것을 즐겼습니다. 사브라주(Sabrage)의 시작입니다.

샴페인 병을 따는 법
사브라주를 얘기하기 전에 혹시 샴페인을 직접 따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를 잡고 위아래로 막 흔들다 ‘펑’하고 코르크 마개를 터뜨립니다. ‘축하’의 의미에서 멋있기는 한데 아까운 샴페인의 절반 정도가 흘러내려 버리죠. 샴페인을 흔들어 따면 코르크 마개가 튕겨 나가 자칫하면 눈을 다칠 수도 있습니다.

샴페인은 가능한 ‘펑’ 소리가 안 나게 따는 게 정석입니다. 고급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들이 샴페인을 따는 모습을 보면 마개를 잡고 병을 돌려 따는데 소리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칼로 병목을 자르는 법
나폴레옹 전쟁 당시 프랑스 최정예 경기병 후사르 부대가 ‘황제를 위하여’라고 외치며 돌진하고 있다.
‘사브라주’는 칼로 샴페인을 따는 방법입니다. 샴페인뿐 아니라 다른 스파클링 와인도 가능하나 샴페인은 내부 압력이 6기압으로 일정하지만 다른 스파클링 와인은 압력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아 실패할 수 있습니다.

기자도 작접 해봤습니다. 먼저 샴페인 병의 이음선을 찾아야 합니다. 샴페인병을 잘 살펴보면 길게 한줄로 된 접합부인 이음선이 있습니다. 영어로 ‘seam’이라고 하는데 병을 양쪽에서 붙인 자국이지요. 탁구에서 백핸드를 치는 것처럼 이 이음선 위를 칼로 스냅을 줘 밀어냈더니 ‘펑’하고 샴페인이 열렸습니다. 저는 스테이크용 나이프를 사용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저의 사브라주는 절반의 성공입니다. 원래 사브라주는 코르크 마개만 튕겨 나가는 게 아니고 아예 병목이 절단됩니다. 단 병목을 절단할 경우 문제는 유리 파편이 튀거나 샴페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잘린 병 주위에 유리가루가 묻어있을 수도 있고요.

동영상을 올리려고 했는데 쉽지 않네요. 저의 동영상을 올릴 방법을 찾을 때 까지 다른 분의 사브라주 동영상을 올립니다. 사브라주 동영상이 궁금하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 사브라주(Sabrage) 하는 법

병이 깨지며 ‘폭망’할 수 있어요
사브라주가 그리 어려운 기술은 아닙니다. 칼뿐 아니라 와인잔으로도 가능합니다. 아주 조그만 충격에도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폭망’하는 경우도 많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먼저 실외에서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실내는 코르크와 병마개가 어디로 튈지 모르고 벽에 걸려있는 고가의 그림에 충격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또 병 자체가 깨지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시죠. 1차 시도에서 병이 와장창 깨지고 다시 시도해 보지만 역시 샴페인 병이 와장창 깨집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친구들과 뭔가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도전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안전이 최우선이란 점은 꼭 명심하시고요. 참고로 병 목 부분을 칠링해야 더 잘된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했습니다. ☞ 샴페인 사브라주하다 ‘폭망’한 동영상

나폴레옹 대포장인의 샴페인
샴페인 하우스 프레레장 프레르의 문장. 나폴레옹의 대포를 의미한다
얼마 전 프레레장 프레르(Frerejean Freres)라는 샴페인의 생산자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2005년 설립된 비교적 젊은 샴페인 하우스입니다. 삼 형제가 지인들과 나눠 마시려고 샴페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친가쪽 이름을 따서 샴페인 하우스를 설립합니다. 외가 쪽은 그 유명한 테탕저입니다.

이 샴페인에 문장에 ‘대포’가 그려져 있어 물어보니 ‘나폴레옹의 대포’라고 합니다. 그의 선조가 나폴레옹의 포병장교였습니다. 하지만 영국군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대포 때문에 고전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영국에서 2년간 대포만드는 법을 염탐하고 돌아와 프랑스 부대에 대포를 공급했다고 합니다. 그 후손들이 나폴레옹의 대포를 가문의 문장으로 삼아 샴페인을 만드네요.

프레레장 프레르 샴페인 하우스에 놓인 대포. 나폴레옹 시대부터 대포를 공급한 집안이다.
나폴레옹과 코냑
나폴레옹하면 또 떠오르는 술이 코냑입니다. 곡물로 만든 발효주가 맥주, 증류주가 위스키입니다. 포도로 만든 발효주가 와인, 증류주가 브랜디(Brandy)입니다. 프랑스 코냑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브랜디가 ‘코냑’입니다.

코냑의 등급은 주로 최소 숙성연도에 따라 VS(Very Sepcail·2년숙성), VSOP(Very Superior Old Pale·4년숙성), Napoleon(6년숙성), XO(Extra Old·10년숙성), XXO(Extra Extra Old·14년숙성)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나폴레옹 등급은 비공식 등급입니다. 왜 나폴레옹으로 부르는지는 정확지 않습니다. 다만 높은 수준의 코냑을 칭하는 말로 나폴레옹의 명성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라고 추정해볼 뿐 입니다.

주류 칼럼니스트 명욱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나폴레온’이란 술이 나온적이 있습니다. 코냑을 조금 섞은 술인데요. 나폴레옹이 아닌 나폴레온입니다. 캡틴큐와 나폴레온은 한때 한국 양주시장을 점령했지만 ‘가짜 양주’라는 인식때문에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나폴레옹을 기리는 모에샹동 임페리얼
장 레미 모에
나폴레옹의 삶을 추적한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나폴레옹은 식탁에서의 즐거움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다만 유명 샴페인하우스 모에(Moet) 창립자의 손자인 장 레미 모에(Jean-Remy Moet)와 나폴레옹은 군사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장 레미 모에의 딸과 결혼한 파에트 가브리엘 샹동이 샴페인 사업에 참여하면서 샴페인하우스 이름이 모에샹동이 됩니다. 지금은 LVMH그룹에 속해 있습니다. M이 모에를 대표합니다.

모에샹동 따르면 나폴레옹은 에페르네에 있는 모에 샴페인하우스를 여러차례 방문했다고 합니다. 모에샹동이 생산하는 임페리얼(Imperial)은 나폴레옹 헌정 와인입니다.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패하자 샴페인이 생산되는 샹파뉴 지역을 러시아군이 점령합니다. 점령자들은 마구잡이로 샴페인을 약탈했는데 모에 하우스도 60만병 이상의 샴페인을 몰수당합니다.

모에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오늘 나를 망하게 한 이 병사들은 나중에 나를 부자로 만들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마시고 취하게 놔둬라. 그들은 인생 내내 내 샴페인의 맛을 잊지 못할 것이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서도 나의 가장 중요한 세일즈맨이 될 것이다.”

김기정 매일경제신문 컨슈머전문기자가 와인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들을 풀어드립니다. 김 기자는 매일경제신문 유통팀장, 식품팀장을 역임했고 레스토랑 와인 어워즈(RWA), 아시아와인트로피 , 한국와인대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기자페이지에서 ‘구독’을 누르면 쉽고 빠르게 와인과 관련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질문은 kim.kijung@mk.co.kr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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