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종합건설사 509곳 폐업… 줄도산 공포 이제 시작

이미연 2023. 12. 3. 16: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쌓여가는 건설사 폐업신고
2012년 520건 이후 신고 '최다'
5곳 중 2곳 정상 채무상환 불능
전문가 "내년부터 부실 본격화"

내년부터 건설 부실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조금씩 나오는 가운데 최근 종합건설 시공 능력 전국 285위이자 경남지역 8위 건설사인 창원 남명건설이 부도를 냈다. 공사 미수금 누적액은 600억원 수준이다.

전국의 종합건설사 폐업신고도 올해만 벌써 509곳으로 집계되며 2008년 금융위기 전후 시점의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다. 고금리에,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까지 겹친 올해는 어떻게는 '보릿고개' 시기를 넘겼지만, 내년에는 부도 위험이 큰 한계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3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장기 미회수 공사대금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만기 어음 12억4000만원을 막지 못한 창원 소재 남명건설이 부도처리됐다. 이 건설사는 지난달 28일 창원지법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건설 시공 능력 전국 285위인 남명건설의 시공능력 평가액은 올해 기준 847억원이다. 현재 남명건설의 공사 미수금 누적액은 총 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명건설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며 유동성 부족 현상이 심화해 회생절차 신청에 이르게 됐다"며 "1년 매출액을 넘는 장기 미회수 공사대금 회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으나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올해 10월까지 부도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 당좌거래 정지업체)는 총 12곳인데 한군데가 추가된 것이다. 10월까지의 부도 건설업체는 면허별로 △종합건설업체 6곳 △전문건설업체 6곳이며, 지자체별로는 △서울 2곳 △인천 1곳 △경기 3곳 △부산 2곳 △충남 1곳 △전남 2곳 △경북 1곳이다.

작년 시공능력평가 75위인 대우산업개발과 109위 대창기업 등이 부도 처리된 데 이어 최근에는 금강건설(578위)과 신일(113위), 국원건설(467위) 등이 새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건설업계의 고민은 부도 뿐만 아니다. 올해는 폐업신고를 한 건설사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폐업 공고(변경·정정·철회 포함)를 낸 종합공사업 건설사들은 이달 3일 기준 509곳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108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100곳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역대 폐업신고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05년이다. 2005년 7월 1일 이전의 폐업현황인 '자진반납' 건 314건과 7월부터 연말까지의 폐업신고를 합치면 총 629건에 달한다. 이후에는 2006년의 폐업신고가 577건으로 가장 많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도 500여건을 넘나드는 폐업신고가 접수됐지만 2013년 이후로는 400여건대에 이어 2017년 즈음에는 230여건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후 폐업건수가 2019년부터 다시 300여건을 넘나들기 시작했고, 2022년 362건까지 늘었다가 급기야 올해는 마감을 한달을 남겨둔 시점에 500여건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돈줄이 막힌 중견건설사들의 줄도산 위기감이 퍼지는 가운데, 내년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거라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대형건설사들은 부동산 자산 등을 처분해서라도 버틸 체력이 있겠지만, 지방 중견건설사들은 여력이 없어 남명건설처럼 부도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다.

실제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잠재적 부실 건설기업은 929곳에 달해 건설업 전체의 41.6%를 차지했다. 건설기업 5곳 중 2곳은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려운 상태라는 분석이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도 점점 늘고 있다. 2020년 15.8%(305곳), 2021년 17.3%(349곳)에 이어 작년에는 18.7%(387곳)으로 증가했다. 특히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중소기업이 2020년 259곳에서 2021년 302곳, 지난해에는 333곳으로 늘면서 증가에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건설경기의 반등을 위한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내년부터 건설업체의 부실이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건설경기의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이후 건설업체의 전반적인 부실은 본격화될 것이니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며 "이미 상당히 진행된 공사들이 중단되지 않도록 건설업계의 유동성 공급을 현실화하고, 부실기업들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