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딥테크 투자, 핵심은 티핑포인트
투자는 방정식과 유사하다. 외부 환경이라는 미지수가 어떻게 주어지느냐에 따라, 같은 방식의 투자라도 성패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비대면 호황을 이끌었던 코로나19가 지나가자 전쟁과 함께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고, 승승장구하던 플랫폼 기업들은 한순간에 자본의 외면을 받게 되었다. 세계적인 투자사 a16z의 수장 마크 앤드리슨조차 '아메리칸 다이나미즘'(American Dynamism)을 내세워 첨단 제조업 투자에 힘을 싣는다. 불과 10여년 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고 했던 그다.
국경을 초월하고 자유롭게 교류하던 정보화 시대는 코로나 백신과 함께 민낯을 드러냈다. 백신 생산국들은 수출 문을 굳게 닫고 자국민의 건강과 생존을 우선시했으며, 공급망 붕괴에 따라 자국 이기주의와 기술패권주의가 득세했다. 첨단 제조업이 국익의 첨병으로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하드웨어 기반의 딥테크 스타트업은 어느 시기보다 많은 투자사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글로벌 딥테크 투자가 2025년 1400억 달러(약 182조원)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딥테크 스타트업을 초기에 찾아내 투자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기존 소프트웨어 중심의 IT 스타트업은 실시간으로 PMF(제품-시장 적합성)를 찾아가는 성장 방식 덕분에 투자사의 눈에 쉽게 들 수 있었다. 초기부터 MVP(최소 기능 제품)를 만들어 고객 반응을 수시로 테스트하며 시장 적합성을 찾을 때까지 회사의 지표와 가치는 수시로 변동하며 점진적 성장 곡선을 그리게 된다.
반대로 딥테크 스타트업은 초반엔 매우 완만했다가 어느 지점을 지나면 급격히 상승하는 성장곡선을 그린다. 초기엔 시장보다 기술에 좀 더 집중한다. 물밑에서 기술 성능 실험을 반복하다가 어떤 임계점 즉, '티핑포인트'에 도달할 때 가치가 상승한다. 실험실에서 작동하는 모델 개발에 성공한 뒤 실제 유사환경에서 모델이 작동하면 티핑포인트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학문적 기술이 시장에서 쓰일 상업적 기술로 전환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로서 이때 개발자는 시장 전문가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물론 유사환경에서 실제 환경 검증으로 넘어갈 때 티핑포인트를 한 번 더 지나야 할 수도 있다.
수많은 바이오텍 중 하나였지만 코로나 백신 개발로 유명해진 '모더나' 사례에서도 티핑포인트 속성을 발견할 수 있다. 모더나는 장기간 축적해 온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동안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했는데,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 이미 9개 백신을 포함한 13개 mRNA 파이프라인을 보유했었다. 과거 투자금으로 생산설비를 확보했던 것도 양산 기간을 단축하는 데 역할을 했다. 최근 논란이 된 초전도체는 과학계가 아직 티핑포인트에 도달하지 못한 사례다. 실제 환경, 즉 상온·상압에서 저항이 '0'이 된 순간이 티핑포인트라고 볼 수 있는데 성공하면 엄청난 산업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는 사건이 된다.
이 때문에 딥테크에 투자하기 위해선 티핑포인트가 오는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수면 아래에 있는 곳들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기술 성숙도는 어떤지, 시장 진입까지 필요한 자원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적극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2014년 설립 당시부터 딥테크에 주력하며 투자 전문성을 길러온 블루포인트 역시 시시각각 변하는 기술 트렌드를 따라 잡고자 노력 중이다. 우주항공, 기후테크, 모빌리티, 로봇, 양자 등 오늘날 딥테크에는 전에 없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기대감을 현실로 바꿔줄 정교하면서도 담대한 투자와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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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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