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옮겨간 남북 군사력 경쟁… 정찰위성으로 감시영역 확장
남북 모두 추가 발사 계획… 북한 위성 성능은 아직 '미확인'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남북한 간의 군사력 경쟁이 이제 우주에서도 펼쳐지게 됐다. 북한의 지난달 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에 이어 우리 군도 '425사업'에 따른 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성공하면서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우리 군 최초의 독자 정찰위성 1호기가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민간 우주탐사 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우리 군의 425사업 위성 1호기는 목표 궤도에 안착, 국내외 지상국과의 첫 교신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전력화를 목표로 현재 자세 조정 등 시험평가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남북한 간의 '우주 대결', 특히 정찰위성 발사 경쟁의 포문을 연 건 북한이다.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지난달 21일 오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소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천리마-1형' 로켓에 실어 쏴 올렸다. 이 위성은 이후 고도 500여㎞ 고도에서 지구 주위 궤도를 돌고 있는 것으로 한미 당국에 확인됐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에도 각각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으나, 당시엔 위성체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모두 실패했다.
북한은 이보다 앞선 1998년부터 수차례 인공위성 발사를 시도, 2012년 12월과 2016 2월 각각 '광명성-3호' 2호기와 '광명성-4호'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 그러나 북한의 '발사 성공' 주장과 달리 이들 두 위성은 지상과의 교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두 위성 모두 올해 대기권으로 추락해 소멸했다.
이 때문에 한미 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정찰위성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선 러시아로부터 기술 자문 등을 받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 동향을 추적 중이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개발·운용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다. 북한은 앞서 2021년 1월 열린 제8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국방과학발전·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한 쉬 '전술핵+전략핵+정찰위성' 등 이른바 북한판 '3축' 체계의 개발·완성에 주력해왔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따라 장기화된 대북제재 등의 영향으로 육해공군 전력 가운데 공군전력 운용이 '절대적 열세'에 놓여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북한은 공중자산을 이용한 대남 감시·정찰임무 수행 또한 여의치 않은 형편이란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일미군기지나 미국 본토에 대한 감시·정찰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불충분'한 공중 감시·정찰역량을 우주 감시·정찰로 만회하고자 정찰위성 개발을 군사 분야 주요 과업 가운데 하나로 삼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총비서는 이번 만리경-1호 발사 뒤 "공화국(북한) 무력이 이젠 만리를 굽어보는 '눈'(정찰위성)과 만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다 함께 수중에 틀어쥐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 만리경-1호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위성 발사와 우주 개발은 주권국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지만, 북한 최고지도자 스스로 그 개발·운용의 목적이 대미·대남 위협에 있음을 밝힌 셈이다.
게다가 북한의 위성 발사는 그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목표로 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용 우주발사체 또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만리경-1호에 이어 정찰위성의 추가 발사를 예고해둔 상태다. 북한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인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관련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군의 독자 정찰위성 운용을 위한 '425사업'은 지난 2014년 사업 승인 뒤 2018년부터 위성체 개발을 위한 예산 투입 등이 이뤄지면서 본격 추진됐다. 425사업엔 그간 미국 측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대북 위성정보를 우리 군이 직접 생산·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우리 군 당국은 425사업에 따른 정찰위성 확보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국형 3축 체계' 가운데 하나인 '킬체인'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킬체인'은 북한의 공격 등 도발 징후가 감지되면 그 표적을 선제 타격해 공격을 차단하는 개념을 말한다.
따라서 425사업 위성들은 북한 내 주요 지역 동향을 살피며 도발 징후 등을 평가·분석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우리 군이 이번에 발사한 425사업 위성 1호기는 지상에 있는 최소 가로·세로 30㎝ 크기 물체까지 식별해낼 수 있는 고성능 전자광학(EO)·적외선(IR) 장비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엔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한 탐지·추적도 가능하다.
우리 군은 내년 4월 이후엔 고성능 합성개구레이더(SAR)를 탑재한 425위성 2~5호기를 순차적으로 궤도에 띄운다는 계획이다.
군 당국은 이들 위성이 모두 전력화될 경우 북한 내 주요 지역을 2시간 주기로 감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초소형 위성체계'까지 추후 전력화되면 그 주기는 30분까지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이번 쏜 만리경-1호의 상세 성능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 북한이 아직 이 위성으로 촬영했다는 사진·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앞서 5월 정찰위성 발사를 처음 시도했을 때 위성체에 탑재한 광학장비는 지상의 최소 가로·세로 3~5m 크기 물체를 식별해낼 수 있는 수준이란 분석이 제시된 적이 있다. 즉, 지금 궤도를 돌고 있는 만리경-1호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군사적 효용성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군 관계자들 또한 "군사적 목적의 정찰 임무를 수생하려면 위성에 탑재된 촬영 장비가 가로·세로 1m 크기 이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이른바 '서브미터급'이 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통상 정찰위성이 궤도에 안착했더라도 자세 조정과 시험촬영을 통한 이미지 센서 등의 최적화 작업에만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이번 만리경-1호 발사 이후 북한 관영매체들의 '과시성 보도'는 그야 말로 "과장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이번 만리경-1호 발사에 우리 군의 정찰위성 발사 계획을 의식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찰위성의 성능 향상 등을 위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한층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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