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과 마틴 사이…미로 속의 ‘KBO형 외인타자’ 찾기
타자 A는 2022시즌 미국프로야구 LA 다저스 트리플A에서 129경기에 출전하며 OPS 0.938 32홈런 107타점을 올렸다. 타율은 0.285로 평범했지만 장타율이 0.564에 이르렀다. 트리플A 홈런왕이었다.
타자 B 또한 2022시즌 같은 트리플A 퍼시픽코스트리그에서 뛰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 팀에서 115경기에 나서 OPS 0.812 17홈런 56타점을 기록했다. 타율 0.268에 장타율 0.467로 트리플A 성적으로는 A와 견주기 어려웠다.
2023시즌을 나란히 KBO리그에서 보낸 두 선수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A는 NC와 한 시즌만 동행하고 떠나게 된 제이슨 마틴(28), B는 최근 몇 년간 외국인타자 부진에 아쉬움이 컸던 LG 타선에 ‘화룡점정’이 되며 팀을 29년만에 우승으로 이끈 오스틴 딘(30)이다.
마틴은 이번 시즌 118경기에서 타율 0.283 OPS 0.815 17홈런 90타점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애초 기대 만큼의 폭발력을 보이지는 못했다. 오스틴은 139경기에서 타율 0.313 OPS 0.893 23홈런 93타점을 올렸다.
그간 트리플A 성적표는 KBO리그로 향하는 외국인선수들에게는 일종의 ‘인증서’ 같은 것이었다. 각 구단 40인 로스터를 오가는 선수들을 우선 타깃에 두는 국내 스카우트들 또한 트리플A 최근 기록에 가중치를 두고 선수 선발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준점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외국인선수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C구단 관계자는 “최근 트리플A 성적으로는 ‘대단할 게 없다’고 보는 선수들이 오히려 잘하는 경향이 있다. 그간은 기본 실력에 ‘적응’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게 또 전부도 아닌 것 같다. 들여다볼 대목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외국인타자의 경우, 기본 기질이나 성품에 팀 합류 뒤 출발 시점의 흐름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다수 나온다. 마틴 또한 개막 이후 4경기만에 내복사근 부상으로 약 한 달간 결장한 뒤 돌아오는 과정에서 밸런스를 잡는 데 어려움이 컸다. 지난해 시즌 중 LG 유니폼을 입었던 로벨 가르시아 또한 한국행 이전 트리플A에서 OPS 1.013으로 펄펄 날았지만, 국내 입국 뒤 타격훈련 과정에서 내복사근을 다쳐 출발부터 흔들리더니 OPS 0.661을 찍고 KBO리그를 떠났다.
같은 팀에서 뛴 오스틴과 가르시아만 보자면 클럽하우스나 더그아웃에서 보인 성격이 극과 극이기도 했다. 오스틴은 외향적, 가르시아는 내성적으로 상황별 대처 모습도 달랐다. 이런 특징은 미디어와 접촉 장면에서도 자주 드러났다.
구단 데이터팀 관계들 사이에서는 스윙궤도 등 기술적 지적을 하기도 한다.
예컨대 오스틴은 타구 분포도가 굉장히 고른 편이다. 이번 시즌 인플레이 타구 가운데는 좌측 타구 194개, 우측 타구 118개, 중앙 타구 109개를 기록했다. 거포들에게 흔한 당겨치기 위주의 스윙이라기보다는 ‘인&아웃’ 스윙으로 맞는 면을 최대한 넓히는 유형이다. 아시아 야구 특유의 유인구에 적응력을 조금 더 빨리 키울 수 있다.
LG의 한국시리즈 상대였던 KT의 이강철 감독은 오스틴을 약점이 가장 적은 외국인 타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또 차명석 LG 단장은 최근 올시즌 오스틴 성적을 두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단에서 예상한 시즌 성적을 뛰어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새 무대에서의 기술적 적응력을 읽는 작업은, 상당 부분 구단 관계자의 직관에 의존하는 영역이어서 단순화시키기 어렵다. 구단으로서는 선택 과정에서 어떤 선수를 두고도 100% 확신은 있을 수 없는 대목이다.
과거 외국인선수의 적응은, ‘문화 적응’으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일례로 2004년 대체 외국인타자로 삼성에 입단한 맨디 로페즈는 입국과 함께 비빔밥 한 그릇부터 비우면서 구단 관계자들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로페즈가 식성만큼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한 것은 그다음 문제였다. 최근에는 ‘적응’의 화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KBO리그 구단 관계자들은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참석를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이 중에는 당장 새 시즌 외국인타자를 확정해야 하는 구단도 여럿 있다. 두산과 롯데, NC, KT 등은 새 외국인타자를 찾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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