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의 화신이었다"…1만 명 참석 '자승 스님 영결식' 엄수(종합)
경기 화성시 용주사 연화대에서 다비식 거행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이 조계종 제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상월결사 회주 고(故) 자승 스님(세수 69·법랍 44년)의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이날 종단장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예하와 원로의장 불영 자광 대종사를 비롯한 종단 원로스님 및 중진 대덕스님, 불자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명종, 개식, 삼귀의례, 영결법요, 헌향헌다, 행장소개, 추도입정, 생전법문, 영결사, 법어, 추도사, 조사, 조가, 헌화, 조전, 인사말씀, 공지사항, 전법선언제창, 사흥서원 순으로 진행됐다.
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는 영결식 추도사를 통해 "지난 2월 이 자리에서 인도 순례를 간다 해서 많은 대중이 출발할 때 무사히 다녀오라고 격려하는 말을 하러 왔었다"며 "불과 얼마 되지 않아서 뜻밖에도 오늘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기약이 없는 곳으로 자승 스님을 보내려고 온 영결식에서 무슨 말을 할지,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애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영결사에서 고인의 생전 업적을 추모했다. "천축국(天竺國) 40여일에 걸친 가행정진길에는 아직도 발자국이 그대로 지워지지 않았고 위례 신도시 상월선원에서 100일동안 앉았던 좌복에는 여전히 따스한 기운이 식지 않았으며 해동(海東)의 삼보사찰을 이어가며 밟았던 순례길에서 떨어뜨린 땀방울은 지금도 마르지 않았다"며 "그 뜻과 의지를 오롯하게 이어받은 상월결사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며 대화상의 수행력과 유훈이 하나로 결집된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는 전법포교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불영 자광 스님도 추도사에서 "자승 대종사는 한국 불교에 전법을 화두로 던진 '포교의 화신'이었다"며 "한국불교의 중흥과 전법도생에 대한 대종사의 원력은 마침내 소신공양 즉 몸을 태워서 부처님께 바치는 일과 자화장 즉 후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화장에 이르기까지 큰 법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이어진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 실장 대독을 통해 "자승 스님은 불교의 화쟁정신으로 포용과 사회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하신 한국 불교의 큰 어르신이었다"며 "더 나은 세상을 밝히기 위해 원력의 씨를 뿌리자는 자승 스님의 뜻을 이어받아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정신으로 어려운 이웃을 더 따뜻하게 살피고 국민의 삶 구석구석 희망이 스며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자승 스님의 극락 왕생을 기원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조사에서 "큰스님께서 남기신 원융과 화쟁정신은 물론 탁월한 통합과 조정력은 우리 정치권이 배우고 따라야 할 가르침"이라며 "그 뜻을 이어서 부처님의 법을 전하는 데 저희들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종교는 달라도 자승 스님을 향한 추모는 한마음이었다. 천주교의 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 김희중 대주교는 "여러 해 동안 지척에서 만나 고견을 나눴는데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며 "불교의 대사회 역할 강조하며 사회통합, 종교간 화합, 고통받는 이웃에게 다가가기 강조한 분. 이 모든 헌신이 헛도지 않도록 종교 지도자들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기독교 남북평화재단 이사장 김영주 목사도 "종교 화합과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화합을 위해 앞장서신 분, 성탄절에 조계사에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밝히셨던 분, 남북한 화해를 위해 힘쓰신 분이었다"며 "속세에 사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세계로 순례를 떠나신 스님의 극랑왕생을 기원하다"고 전다.
이날 영결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기획재정부 추경호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정황근 장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부 인사를 비롯한 각계 종교·사회·문화·학계·재계 인사들이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또한 자승스님 총무원장 재임 시절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를 설치하며 인연을 맺은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단원고 학생 고(故) 조은화, 허다윤 양의 어머니, KTX 해고 승무원 김승하와 권미정 씨,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 김득중 쌍용자동차노조 지부장,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함께했다.
영결식이 끝난 오후 1시 30분부터는 경기 화성시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 연화대에서 고인의 다비식이 거행된다.
자승스님은 지난 29일 경기 안성시 칠장사에서 입적했다. 이날 오후 6시 50분쯤 칠장사 내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장소)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감정 결과 자승스님의 법구로 확인됐다. 조계종 대변인인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지난 11월30일 브리핑을 통해 "자승 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며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이후 조계종은 서울 봉은사 인근 자승스님 숙소에서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주십시요"라는 진우스님에게 남긴 당부의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자승 스님은 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스님은 19살 때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2009년 50대에 총무원장으로 선출됐고, 2013년 재선에 성공했다. 1962년 통합종단조계종 출범 후 청담, 의현 스님이 총무원장을 연임했지만, 4년 임기 두 번을 모두 채운 총무원장은 자승 스님이 유일하다.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시작으로 규정국장, 재무부장을 거치며 종무행정을 익혔다. 1992년 10대 중앙종회의원에 선출된 후 1996년 11대 중앙종회 사무처장, 12·13·14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이때 1994년 개혁종단 설립 후 분열된 불교계를 하나로 묶은 역할을 한 인물이란 평과 함께 유력한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떠올랐다. 퇴임 후 2021년에는 학교법인 동국대 건학위원회의 고문이자 총재를 맡아 조계종 내 가장 큰 권력 두 개를 모두 잡은 '조계종 실세'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은사인 월암 정대 스님이 설립한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의 이사장도 맡았다. 강남구 봉은사 회주를 지냈다. 지난 2022년 상월결사 회주로 부처의 말씀을 전파하는 전법 활동에 매진했다.
정부는 지난 2일 자승 스님이 한국불교 안정과 화합으로 전통문화 창달에 기여하고, 이웃 종교와의 교류 협력과 사회 통합에 이바지했다며 국민훈장 중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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