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공양 입적' 자승 스님 영결식…"부처님 말씀 전법하라는 메시지 되새겨"
스님, 신도, 각계 인사 등 많은 조문객 엄숙한 마음으로 고인 추모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이 조계종 제33·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상월결사 회주 고(故) 자승 스님(69)의 영결식이 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에서 엄숙하게 거행됐다.
고 자승 스님은 지난달 29일 소신공양으로 입적했으며 이날까지 조계종 종단장(葬)으로 치러졌다. 영결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기획재정부 추경호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정황근 장관,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부 인사를 비롯한 각계 종교·사회·문화·학계·재계 인사들이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영결식은 명종, 개식, 삼귀의례, 영결법요, 헌향헌다, 행장소개, 추도입정, 생전법문, 영결사, 법어, 추도사, 조사, 조가, 헌화, 조전, 인사말씀, 공지사항, 전법선언제창, 사흥서원 순으로 진행됐다.
조계종 소속 스님, 신도, 각계 인사 등 영결식에 모인 많은 조문객은 이어진 자승 스님의 생전 육성 법문에서 "부처님이 우리에게 주신 미션은 부처님 뜻을 전법하라는 것이었다"는 메시지를 숙연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고인의 뜻을 다시 한번 기렸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영결사에서 고인의 생전 업적을 추모하며 "자승 스님의 뜻과 의지를 오롯하게 이어받은 상원결사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며 대화상의 수행력과 유훈이 하나로 결집된 '부처님 법 전합시다'라는 전법포교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도사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불영 자광 스님이 "해봉 자승 대종사는 한국 불교에 전법을 화두로 던지 '포교의 화신'이었다"며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들은 대종사가 스스로 다비를 한 간절한 자화장의 마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진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기 대통령 비서 실장 대독을 통해 "삼가 자승 큰스님의 원적을 모든 국민과 함께 애도한다"며 "자승 스님은 불교의 화쟁정신으로 포용과 사회통합의 리더십을 실천하신 한국 불교의 큰 어르신이었다,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신 자비의 보실님이기도 하셨다, 자승 스님이 걸어온 모든 순간은 한국 불교의 역사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이다"고 고인을 기렸다.
또한 "더 나은 세상을 밝히기 위해 원력의 씨를 뿌리자는 자승 스님의 뜻을 이어받아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연대의 정신으로 어려운 이웃을 더 따뜻하게 살피고 국민의 삶 구석구석 희망이 스며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자승 스님의 극락 왕생을 기원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종교는 달라도 자승 스님을 향한 추모는 한마음이었다. 천주교의 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 김희중 대주교는 "자승 스님 원적 소식에 그자 황망할 따름"이라며 "여러 해 동안 지척에서 만나 고견을 나눴는데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어... 불교의 대사회 역할 강조하며 사회통합, 종교간 화합, 고통받는 이웃에게 다가가기 강조한 분. 이 모든 헌신이 헛도지 않도록 종교 지도자들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한국 기독교 남북평화재단 이사장 김영주 목사는 "황망하고 고통스럽다"며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이웃 종교인으로 스님의 뜻을 헤아려 보고 싶다, 종교 화합과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화합을 위해 앞장서신 분, 성탄절에 조계사에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밝히셨던 분, 남북한 화해를 위해 힘쓰신 분이다, 속세에 사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세계로 순례를 떠나신 스님의 극랑왕생을 기원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보탰다.
이날 영결식을 끝나면 오후 1시 30분부터는 경기 화성시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본사 용주사 연화대에서 고인의 다비식이 거행된다.
앞서 자승 스님은 지난 11월29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칠장사 요사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요사채는 스님들이 기거하는 곳을 뜻한다.
조계종 대변인인 기획실장 우봉 스님은 지난 11월30일 브리핑을 통해 "자승 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며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자화장'은 장작 더미에 올라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불살라 다비를 진행함으로서 부처에게 공양하는 것을 말한다.
고인은 1954년 4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72년 10월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수계를 주는 승려)로 사미계(출가했지만 아직 스님이 되지 않은 남성 수행자들이 지켜야 할 계율)를, 1974년 4월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출가한 비구·비구니가 지켜야할 계율)를 수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되기까지 1986년 총무원 교무국장을 시작으로 규정국장, 10대 중앙종회의원 등을 역임하며 종단의 주요 교역직을 대부분 거치며 종단의 대표적인 사판(행정승)으로 꼽혔다. 2009년 10월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전체 317표 중 290표라는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됐다. 2013년 재선에 성공해 2017년 두 번째 임기를 마쳤다.
정부는 자승 스님이 한국불교 안정과 화합으로 전통문화 창달에 기여하고, 이웃 종교와의 교류 협력과 사회 통합에 이바지했다며 국민훈장 중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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