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최초로 美 육군 군단장 지낸 벡턴 장군 별세

김태훈 2023. 12. 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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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 최초의 흑인 군단장이자 흑인으로는 처음 연방재난관리청(FEMA) 고위직을 지낸 줄리어스 벡턴 예비역 중장이 97세를 일기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미 육군 역사상 흑인이 군단장을 맡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FEMA 출범 후 흑인이 이 자리에 기용된 것은 최초였던 만큼 미국 사회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벡턴 장군은 2001년 당시 양성철 주미 한국대사, 토머스 화이트 육군장관과 함께 6·25전쟁에 참전한 흑인 용사들을 기리는 의식을 주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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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참전용사… 수많은 훈장 받아
중장 끝으로 전역 후 FEMA 국장 역임

미 육군 최초의 흑인 군단장이자 흑인으로는 처음 연방재난관리청(FEMA) 고위직을 지낸 줄리어스 벡턴 예비역 중장이 97세를 일기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벡턴 장군은 6·25전쟁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지난달 28일 타계한 벡턴 장군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스틴 장관은 “고인은 (인종차별이란) 장벽을 허문 지도자이자 모범적인 군인이었다”며 “고인의 성실함과 전문성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밝혔다.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미 육군에서 흑인 최초로 군단장을 지낸 줄리어스 벡턴(1926∼2023) 장군. 미 육군 홈페이지
벡턴 장군은 1926년 펜실베이니아주(州)에서 평범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7월 육군에 입대했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사관후보생으로 선발돼 보병 장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1945년 소위로 임관해 제93보병사단 소속으로 2차대전에 참전했다.

전후인 1946년 그는 군복을 벗고 제대했다. 이유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미군 내부의 극심한 인종차별에 실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차대전 당시 흑인 장병들은 백인과 섞이지 못하고 흑인들로만 구성된 부대에서 싸워야 했고, 이는 종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흑인 장교는 흑인 병사들만 지휘할 수 있었다. 흑인 장교가 백인 병사들의 지휘관이 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1948년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은 이런 미군의 그릇된 관행을 깼다. 행정명령을 발동해 백인과 흑인이 한 부대에서 복무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희망을 얻은 벡턴 장군은 재입대를 결심했다.
2001년 7월 미국에서 6·25전쟁에 참전한 흑인 용사들의 헌신을 기리는 행사가 열려 한·미 양국 인사들이 헌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성철 당시 주미 한국대사, 토머스 화이트 당시 미 육군장관, 6·25전쟁 참전용사인 줄리어스 벡턴 예비역 육군 중장. 미 육군 홈페이지
다시 군복을 입은 그는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전했고 뛰어난 전공으로 2개의 은성무공훈장을 비롯해 수많은 훈장을 받았다. 계급은 중장까지 올랐다. 동서 냉전이 극심하던 1978년 유럽에 주둔한 미 육군 제7군단의 군단장에 임명됐다. 미 육군 역사상 흑인이 군단장을 맡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1983년 3성장군을 끝으로 전역한 그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5년 FEMA 국장으로 발탁됐다. FEMA 출범 후 흑인이 이 자리에 기용된 것은 최초였던 만큼 미국 사회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그는 레이건 행정부가 끝난 1989년까지 FEMA 국장으로 재직하며 이 기관이 재난에 더 신속히 대응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하는 일을 주도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로는 교육행정가로 변신해 그가 졸업한 텍사스주 프레리 뷰 A&M 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벡턴 장군은 2001년 당시 양성철 주미 한국대사, 토머스 화이트 육군장관과 함께 6·25전쟁에 참전한 흑인 용사들을 기리는 의식을 주관하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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