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학교 밖에서도 꿈을 키운다…8년째 '신호' 보내는 교사
"살아가는 법 가르쳐…대학 진학 안 해도 자신의 길 찾아갈 때 보람 느껴"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제가 하는 건 아이들에게 일종의 신호를 보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일 오후 대구 서구 대평중학교 진로상담실에서 만난 진로전담교사 이상달(52) 선생님은 올해로 8년째 학교 밖 청소년들의 인생 멘토이자 진로 진학 상담교사로서 활약하고 있다.
학교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면 그는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위해 대구YMCA에 있는 여성가족부 산하 대구 중구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을 찾는다.
본래 공통 사회·지리 교과 교사로 다년간 고등학교 3학년생 담임이자 진학 지도를 주로 맡았던 그가 본격적으로 봉사 활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2016년 대구 수성구 한 명문고에서 고3 담임을 맡으면서다.
이 선생님은 "수백장씩 쌓여있는 대학 입학 원서와 대입 상담을 하는 재학생들을 보며 그동안 잊혔던 제자들이 떠올랐다"며 "수성구는 명문고 밀집 학군인데, 내신 때문에 자퇴하거나 재수·삼수를 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전에는 청소년단체인 '우리 세상'과 '반딧불이', 봉사단체인 '사랑의 몰래 산타' 등을 후원하거나 학습 지원 수준의 비정기적 재능 기부를 했던 그가 낙담과 좌절에 빠진 학교 밖 청소년들을 찾아 나서게 됐다.
꿈드림에서 그와 마주하는 학교 밖 청소년(9∼24세)들은 매우 다양하다.
내신 성적 때문에 자퇴했거나, 대안학교에 다녔거나, 초·중·고 과정 모두를 가정교육(홈스쿨링) 했거나, 프로 게임단 연습생 출신이거나, 경제적 문제로 학업을 포기하고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거나, 학교폭력이나 비행으로 자퇴 또는 퇴학당했거나, 정서 심리 문제로 그만뒀거나, 장애가 있는, 가정의 붕괴로 중장기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그를 찾아왔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자존감이 낮거나, 꿈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학교를 벗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어려운 상태의 아이인 건 아니다"며 "성적이 정말 낮아서 상담받기 부끄러워하는 친구들이 찾아올 때가 있는데 도움을 청하러, 그 신호를 취하기 위해 여기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얘기해준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선생님의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진학 상담 활동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매년 4월 검정고시 일정이 지나고 나면 진학 상담을 시작한다.
이후 3개월간의 집단 상담과 또 다른 3개월간의 개인 상담을 걸쳐 모의 면접, 지금은 없어진 자기소개서 등을 학교 밖 청소년과 채워나간다.
한마디로 학교 밖 고3 담임 역할이다.
통상 개별 상담은 청소년 1명당 30분 가량이 걸렸다.
보통 오전 4명, 오후 4명을 상담하는데 많을 때는 10명까지도 상담을 받았다.
일명 '수시 대목'인 9월은 상담 건수가 늘어나 평일 퇴근 후에도 꿈드림에 가서 상담의 문을 열었다.
귀가 후에도 SNS 등을 통해 상담자인 학교 밖 청소년들의 입시 불안을 해소시켰다.
그는 "봉사라고 해서 마구 퍼주는 게 아니다. 복지에서는 자립하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한다"며 "꿈드림 진로 진학 상담교사인 나 없이도 방법을 찾아내는 법, 삶을 살아가는 법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세대는 눈으로 '보는 세대'로, 휴대전화나 모니터 등 화면 신호에 노출이 많이 돼 있는 세대다. 학생의 뇌에 다른 긍정적인 신호를 넣어줄 수 있도록 애쓴다"며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도 신호다. 개개인의 성숙도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봉사활동을 시작하고 그와 꿈드림은 매년 학교 밖 청소년 20명 이상을 수도권과 지역 여러 대학에 진학시켰다.
올해 꿈드림에 등록된 학교 밖 청소년은 약 120명이다. 지난해보다 대학 진학상담반에 나오는 청소년들은 조금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진학을 준비하는 학업형보다 자격증이나 취업에 관심이 더 많은 직업형 유형의 학교 밖 청소년이 올해는 더 많다"며 "물론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아도 진로와 진학 사이에서 한단계 더 성장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 정말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힘든 상태의 학교 밖 청소년을 상담해야 할 때는 '불금'에 맥주 한잔도 마시지 않고, 몸도 마음도 건강한 상태로 나간다"며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특성상 사명감이 크기는 하지만, 학교 밖에 나가서 하는 건(상담) 더 많은 각오를 하고 나간다"고 소개했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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